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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림이 언니 최윤순 Apr 10. 2023

Your big brother is still watc

(당신의 빅 브라더는 여전히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

Your big brother is still watching you.

       

   요즘 나는 빅 브라더라는 단어에 확 꽂혔고 항상 내 주변 여기저기에 빅 브라더들이 시글시글한 느낌이 든다. (원래 영국 소설가 조지오웰의 소설 <1984 >에 나오는 빅 브라더는 독재자를 의미하였으나 지금은 긍정적인 의미로는 선의의 목적으로 사회를 감시하고 돌보는 사람이고 부정적인 의미로는 정보를 독점해 사회를 통제하는 수단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 큰 손자는 끝말 이어가기, 구구단 외우기, 한자 반대말 말하기, 체스게임, 그리고 특히 별명 짓기를 좋아한다. 어느 날 큰 손자가 자기 아빠는 야채나 과일은 죽어라 싫어하고 초딩 입맛이라서 튀김쟁이란다. 자기 엄마는 손자들이 보기에도 엄청 택배 오는 것이 잦은 지 새로움 쟁이란다. 

그러면 “너  별명은 뭐니?”하고 물으니 얌체같이 자기는 야채쟁이란다. (지금은 새로움 쟁이라고 셀프로 작명하고 자기 아빠는 큰 손자에게 생각이 창의적이니 생각쟁이로 지어줬다)

 4살짜리 둘째 손자는 죽어도 자기는 달콤한 것을 좋아하니 달콤 쟁이란다.

 우린 한동안 낄낄거리며 웃다가 성* 야 그럼 “이 할머니 별명은 뭘까?”하고 물으니 때마침 내 얼굴에 확실하게 자리 잡은 깊은 주름 덕에 주름쟁이가 되었다. 시시 때때로 바뀌니 지들이 필요할 때는 엄마 할머니, 혼내 킬 때는 할머니 미워하며 똥 돼지가 되고, 잔소리할 때는 이쁜 괴물이라고 부른다. 우리 손자들이 이렇게 빵실빵실 웃으면서 할머니 별명을 부를 수 있는 이런 분위기가 난 참 좋다.

할아버지는 인사쟁이란다. (자기들 볼 때마다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인사하라고 시키니 그렇다. 지금도 할아버지 얼굴만 보면 자동으로 안녕하세요? 가 툭 툭 튀어나온다) 

 이모는 유독 진하게 바른 입술 덕에 립스틱쟁이가 됐고 이모부는 만날 기회가 적어 별명 짓기 어렵단다. 


   봄 환절기에 어김없이 찾아온 열감기로 큰 손자가 꼬박 1주일을 어린이집도 못 가고 열이 40도씩 오르락내리락하며 힘들어하는 과정을 보니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난 둘째 손자는 이 힘든 과정을 무사히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라며 아프지 말라는 주문으로 “우리 집 면역대장님, 김 성*, 잘 잤어요? ”하고 인사를 했다. 바로 그때 큰 손자가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엄마, 면역대장이 뭐야?"하고 상대적으로 대접받지 않아 속상함을 표현하며 자기 엄마에게 물어본다.

 좋은 느낌임을 직감한 거 같은 순간 난 큰 손자에게 굉장히 미안했고 그날 저녁 내내 고민 고민했다. 그다음 날 아침 딸 집에 가서 아주 크고 달콤한 목소리로 “우리 성* 별명은 마음 근육대장이에요.”라고 했다. 우리 큰 손자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은 모르지만 ~~ 대장이라고 하니 기분이 좋아져 입 꼬리 올리며 만족한 표정을 지어줘서 나도 안심이 되었다. 

  며칠 후 큰 손자가 "할머니, 아빠 별명이 튀김쟁이에서 수리쟁이로 바뀌었어요."라고 한다. 나는 너무 놀라서 왜~~~? 하고 물으니 아빠는 자기들의 부서진 장난감을 뭐든지 척척 고쳐주시는 슈퍼 히어로, 이제부터 아빠 별명은 수리쟁이란다.  우리 사위는 아들이 지어준 그 별명이 정말 맘에 들었다며 그 사실을 이모한테 꼭 알려주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런데 며칠 지나서 "할머니, 아빠 별명은 아직도 튀김쟁이예요."라고 한다.

왜~~~? 하고 물었더니 아빠가 땀을 뻘뻘 흘리며 고쳐놓은 장난감이 자기들 부주의로 한방에 망가지니 어린 나이에 많이 속상했던 것이다. 그리고 아직은 과정이 결과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면 한참 더 커야 하는 우리 손자들  ~~~~.

  암튼 아빠의 정성과 땀, 아이들과 공감하려는 노력을 한방에 떨쳐버리고 아빠 별명은 아빠가 그렇게 원했던 수리쟁이를 내치고 "아직도 튀김쟁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며칠 후 이모가 맛있는 빵집이 목동에 있는데 매달 1일에 50프로 세일한다고 7개월 된 애기 둘러메고 빵집에 갔다. 외할아버지네 거, 이모네 거, 자기네 거, 3 상자 빵을 골고루 사 와서 각자 집에 전달해 줬다. 

 그다음 날 “ 너희들, 이모가 어제 사다준 빵 맛있게 먹었니?”하고 물어봤더니 “그런데 할머니?, 왜 이모는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빵은 안 사주시는 거예요?”라고 묻는다. 

 세상에나 고작 7살밖에 안 된 어린이가 그 빵을 먹는데 자기들을 억수르, 만수르 사랑해 주시는 친할아버지, 친할머니도 이모가 사다준 그 빵을 같이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니 우리 큰 손자는 정말 사랑이 깊고 훈훈한 마음근육대장님이시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바른 행동, 제스처, 웃음, 인내, 사랑 등을 보여줌으로써 인성이 올바른 아이로 커가도록 안내자, 도우미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거 같다. 자식은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다고 한다. 부모는 올바른 부모 역할로, 조부모는 올바른 조부모 역할로, 이모, 삼촌은 각자의 올바른 역할로, 모든 어린이들의 좋은 롤 모델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우리 큰 손자 같은 진정한 빅 브라더는 항상 사방팔방에서 우리를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을 것 같다.   

아이코 무서버라~~~. 으흐흐흐  

(2019년 손주들이 어린이집 다녔을 때 이야기다. 지금은 초등 4학년 1학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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