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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림이 언니 최윤순 Jul 10. 2023

손녀의 향기에 가슴 설렜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딸.


  딸은 갓 태어난 아이의 손에 코를 대며 킁킁 냄새를 맡는다.


엄마인간의 향기가 이렇게 가슴 설레게 할 수 있는 거야?


땀에 흠뻑 젖은 냄새도, 

발에서 나는 쉰내도, 

막 싸놓은 똥냄새까지도 

이렇게 가슴 설레게 할 수 있는가?

막 목욕 끝낸 후 촉촉한 볼때기의 촉감은 또 어떻고? 

어디 향수나 몰약처럼 따로 담아놓을 수 있는 병 같은 게 있다면 정말 좋겠다,”라고 말한다.


  난 그럴 때마다 “니 새끼니까 그~~렇~~게 이쁘고, 

니 분신이니까 그~~렇~~게 설레는 거야.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위대한 일은

출산할 수 있다는 거 아니겠니?”라고 말했다.

 

탈무드에 신이 도처에 갈 수 없어서 어머니를 세상에 보내셨다.’라고 하더라.


즉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생존과 관련된 신 같은 존재라는 것이지.

난 우리 딸이 그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저절로 웃음이 배어 나오고 

배가 불렀다.

우리가 아바타라는 만화 영화를 3D 안경을 쓰고 봤을 때의 이상하지만 경이로움 같은 것? 

딸은 손녀의 향기 나 촉감을 3D를 넘어서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을 총 망라할 수 있는 4D로 만들고 싶어 했다. 먼 훗날 보관해 두었던 몰약을 종종 만져도 보고, 냄새도 맡고 싶단다.


  무려 세 번이나 봤던 맘마미아 영화에서도 딸을 시집보내기 전날 밤, 

엄마로 분한 메릴 스트립이 딸로 분한 아만다 세이프리드의 머리카락을 

손가락 사이로 쓸어 넘긴다. 엄마는 딸이 어린 시절, 존재만의 이유로 자기에게 

무한한 기쁨을 주었던 장면을 회상한다. 나는 그 장면에 너무 공감해 눈이 시뻘게지도록 울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하여튼 손녀가 허리 꼿꼿이 세우고 앉기만 해도.

거울 빤히 쳐다보다가 거울에 쿵쿵 찧어도. 

유*아 부르면 엄마 쪽으로 살짝 얼굴만 돌려도 감동이잖아.

이렇게 하루하루 손녀 키우면서 앞으로도 쭈욱 재미 많이 느낄 것이야~~~.

그래서 손녀가 힘들어하고 보채도 행복에너지가 빵빵하게 채워지겠지.

그 맛에 모든 힘듦. 

아기가 보채서 잠 못 자고 휘청거려도.

아팠을 때 마음 졸이며 밤새 지켜볼 때도.

밥 제대로 안 먹어 속상할 때도 모두 잊어버리고 살아간단다. 

딸아 오래도록 많이 많이 행복하여라!

네 엄마도 다 그렇게 너희들 키운 거 알지? 

네 엄니도 너희들이 모두 성년이 되고, 결혼도 하고, 심지어 자식까지 두었어도 

항상 너희들의 왕 팬이 되고 싶어 여전히 안달복달하는 거 보이지?


  하지만 요즘 우리 딸, 그때 딸이 주었던 향기에만 취해서 살기는 버거울 것이다.

6살 손녀는 공주병에 걸렸다. 그래서 드레스가 평상복이 되었다.

유치원 다녀오면 드레스 입고 TV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피곤해서 낮잠도 잔다.

그리고 공주 드레스 액세서리인 면사포, 목걸이, 왕관을 사달라고 할 때는 엄청 욕심을 부린다. 우리 딸은 그럴 때마다 어렸을 때 자기 모습이 불현듯 떠오르고 자기를 쏙 빼닮은 딸을 재발견하고 힘들어한다.

그러면서 나를 쳐다보며 “엄마도 그때 힘들었지?”하며 생긋 웃는다.

손녀는 커가면서 또 다른 향기를 발산하여 엄마를 행복하게 해 주겠지.

아이들은 무한정으로 변하고 성장한다.

날마다 놀이터에서 공주 드레스 입고 “이 세상에 나보다 더 아름다운 공주는 없다.”하며 우아한 몸짓으로 발레를 한다.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열심히 부른다.

그 손녀가 어떤 식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커 갈지 부모도, 선생님도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앞으로 손녀의 행보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P.S : 4D 영화는 의자가 화면에 맞게 진동하거나 움직이고, 

     물, 바람, 안개, 폭풍, 냄새 등의 특수 효과가 제공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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