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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음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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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Aug 02. 2023

명곡을 따라 시대를 아우르기는 쉽지 않다

ㅡ 증류주로 탄생한 김민종 씨의 명곡, '하늘아래서'를 음주해 보았다.

요즘 세대의 사람들은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지만, 내가 어렸을 적만 하여도 굉장히 유명한 가수가 있다. 그는 '착한 사랑' '비원' '너만을 느끼며' 등 다양한 히트곡과 함께 많은 인기를 끌었고, 그중에서도 '착한 사랑'이란 곡은 1998년 도에 가요대상을 받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였었다.


이제는 20년도 더 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굳이 떠올릴 이유도 없고, 일도 없었지만 우연히 편의점을 방문한 나에게 주류 한 병이 눈에 들어왔다. '하늘 아래서'라는 이름을 가진 증류주. 모르는 사람은 그냥 감성 있는 이름을 가진 술이구나 하고 지나치겠지만, 김민종 씨의 노래를 알고 있는 나에겐 아니었다. 안 그래도 요즘 주류 업계가 연예인들과 콜라보를 많이 하기에 혹시나 하고 찾아봤더니, 역시나. 과거로부터 현재를 잇는 아티스트 '김민종'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술이라고 한다.


이걸 알게 된 참새가 어찌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겠는가, 당연히 곧바로 집어왔지. 사실 연예인들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소주를 여럿 먹어본 기억이 있는데, 아직까지 인상적이었던 술은 내 기억에 없다. 대부분이 그저 그랬거나, 괜찮다고 하여도 재구매 용의가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부디 이번 만은 다르길 바라며 '하늘아래서'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겠다.

증류주로 탄생한 김민종 씨의 명곡, 하늘아래서

디자인이 상당히 특이하다. 잘 정돈되어 있는 듯하면서도 세련되었으며, 동시에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반적으로 하얀색 배경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라벨 디자인은 날개와 함께 '하늘 아래서'라는 술의 이름에 어울리는 모습을 선보이고, 그 밑에 쓰인 김민종 씨의 싸인은 이 술이 어떻게 탄생하였는지를 이야기해 준다. 


보통 전통주 같은 경우는 전면부에 한국적인 느낌을 내기 위한 모습을 많이 보이는데, '하늘아래서'는 이름만 'Under the sky'로 바꾸면 외국에서 출시한 술로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늘아래서'는 '맑은 내일 주식회사'에서 '김민종'씨와 콜라보를 통하여 출시한 '증류식 소주'로서, 부드러우면서도 깨끗한 맛을 보이는 술이다.


100% 국내산 단감으로 담근 단감와인을 2차 발효와 감압증류 공정을 통해 부담감 없는 깔끔한 증류주로 탄생시켰으며, 아티스트 김민종 씨와 같이 세대와 시대를 넘나드는 술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술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24도, 가격은 편의점 기준 15000원이다. 한 병에 만원 대 중반의 가격은 보통의 구매자에게 있어서 당연히 부담될 수밖에 없는 값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맛이 보장된다면 밥 값을 줄이며 구매할 수 있겠지만, 마시기 전 까지는 이 술이 자신의 취향과 맞을지 맞지 않을지 알 수 없는 것이니까. 


더불어 '하늘아래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모두 구매가 가능한데, 온라인 에선 15000원에서 16000원 사이를 보이고, 현재 편의점 에선 3000원 할인된 12000원에 판매하고 있는 상태라 가급적이면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잔에 따른 술은 투명하니 매끄러운 일반 증류식 소주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 나는 보통 술을 마시기 전에 그 색도 즐기는 편인데, 증류식 소주는 크게 차이점을 느끼가 어려워 약간은 아쉬운 감이 있다.


궁금증과 함께 코를 가져다 대니 단감향이 그윽하게 올라온다. 강렬하게 다가오기보단 코 근처를 은은하게 맴돌고, 그 뒤로 시원한 알코올향이 찾아오는 듯하다. 24도라는 도수를 가지고 있지만 역하거나 독한 그런 느낌은 전혀 없이 깔끔하게 퍼져오는 것이 꽤나 괜찮다.


전체적으로 향 자체가 강한 편이 아니며, 푹 익은 상태의 감이라기 보단 익어가는 중의 단감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다고 생각된다.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으면 약간의 단감향과 함께 미세한 단 맛을 가진 증류주가 혀를 감싸준다. 향과 달리 도수가 주는 강렬함이 강하게 느껴지며, 술 자체는 빠르게 목구멍을 빠져나간다.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으나 산뜻하지만은 못한 술이다. 예상보다 알코올이 주는 스파이시함과 목구멍을 치는 타격감이 제대로 느껴지는 것이 알코올의 독한 맛을 싫어하는 사람에겐 쉽사리 권하기 어려운 술이라고 느껴진다. 또한 단감 증류주라고 하여 단감의 맛이 진하게 느껴지는 것은 절대 아니며, 조금의 단 맛과 알코올, 그리고 끝에서 살짝 맴도는 단감의 향으로 이루어져 있다.


목 넘김 후에는 미세한 단감향과 알코올이 남아서 마무리 짓는데, 이때 느껴지는 알코올이 상당히 매서운 편이라 개인적으로 그리 좋은 여운은 아니었다. 알코올의 맛이 혀에 상당히 오래 남아 있어서 이 맛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고 예상된다. 


술의 무게는 가볍고 풍미 역시 마찬가지이다. 향이 괜찮고 알코올의 맛이 비교적 강하게 다가오니 원액으로 마시기보다는 하이볼로 음주하였을 때 좀 더 뛰어난 맛을 보여줄 수 있는 친구라고 여겨진다. 


물론 그렇게 하면 본래의 술이 가진 향과 맛이 망가질 수 있으니 나는 얼음을 몇 개 넣어서 향을 죽이지 않는 선에서 온 더락으로 음주해 보았는데, 니트로 마시기보단 이 편이 더 괜찮다고 생각되었다. 하이볼, 온 더락, 니트 중 사견으론 '온 더락'을 가장 권하고 싶다. 술은 좀 더 부드럽고, 알코올의 향미는 옅어지며, 향은 코 끝에서 맴도는 것이 썩 괜찮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광어회, 우럭회 등 흰살생선 회나 진하고 매콤한 국물을 곁들여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회와 같이 음주한다면 더욱 괜찮을 술이라고 생각된다.


'하늘아래서', 깔끔한 맛과 향이 매력적이었으나 알코올의 향미가 진하여 아쉬운 술이었다. 처음 코를 대었을 때 느껴진 은은한 단감향이 괜찮았기에 맛을 보았을 때의 기대감이 좀 더 컸던 것 같다.


모든 술이 그렇겠지만 알코올의 진하기에 따른 자신의 취향을 잘 파악하여 구매하길 바라며, 꼭 조금이라도 싸게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하자. 4000원 차이는 확실히 크니까. 비율로 치면 30%나 되는 금액이다. 


추억의 가수를 생각나게 만드는 '하늘아래서'의 주간 평가는 2.9 / 5.0이다. 명곡을 따라갈 수 있을 만큼은 술은 아니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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