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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음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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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Aug 04. 2023

고량주의 옷을 입은 한국의 전통주

- 혀와 코를 간지럽히는 고량주의 향미, '미음25'를 음주해 보았다.

전라북도 김제엔 '다드림'이라는 양조장이 존재한다. 이름부터 끝없이 줄 것 같은 이 양조장은 한국농수산대학교 식품공학을 전공한 청년 농부들이 모여 설립한 곳으로써, 술을 빚는데 필요한 쌀을 직접 농사를 지어 전라도 대표 쌀인 '신동진 쌀'과 함께 사용한다고 한다. 자신들이 농사를 지은 쌀만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지역 농가와 같이 상생하기 위해서라고.


지금은 끝났지만 이전에 이곳에서 만든 술에 대한 크라우디 펀딩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결과는 무려 3,798%로 목표를 한참 초과한 상태에서 종료하였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사람들이 보기에 그만큼 믿을만한 상품을 만들어 낸다는 뜻일 터였다.


그래서 오늘은 그때 펀딩의 대상으로 사용된 술을 가지고 오게 되었다. '미음 25', 왠지 모르게 어릴 적 먹었던 이유식이 떠오른다. 이 순수한 이름을 가진 전통주는 어떤 맛과 향을 가지고 있을지. 어서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혀와 코를 간지럽히는 고량주의 향미, 미음 25

모든 게 네모다. 술의 이름도 병도 그 안에 들어 있는 디자인마저도 모든 게 각져있다. 간단하지만 인상적인 사각형 모양엔 쌀의 향을 가두는 동시에 네모를 개방할 시 향이 자유롭게 흩어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잘 눈에 띄지 않지만 '미음 25'라고 써진 글자의 주변을 보면 자음이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미음 25'의 자음들 역시 그 순서에 맞춰서 쓰여 있는 상태이다.


'미음 25'는 '다드림양조장'에서 입국이나 누룩을 전혀 첨가하지 않고 만들어진 증류주로서, 과학적인 방법과 전통 발효법을 이용하여 감미롭고 은은한 향을 담았다.


고량주 특유의 파인애플 향미를 내는 것이 특징이며, 쌀소주 특유의 깔끔함과 시원함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경쾌한 향과 적절한 단 맛, 산미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참고로 술의 이름인 '미음 25'엔 '쌀을 마시자, 쌀을 음미하자'라는 의미와, 부드러운 음식인 '미음'처럼 증류주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편안하게 마실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이 매력적인 술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25%, 가격은 18000원이다. 보통의 술 한 병이라고 치부하였을 땐 비싸다고 말할 수 있으나, 다들 알다시피 요즘 나오는 증류주들의 값이 어마무시하기 때문에 맛을 본 다음에 판단하도록 하겠다.

잔에 따른 술은 역시나 증류주답게 희고 투명하다. 여타 증류주와 다르지 않아 크게 말할 거리가 없는 듯하다.


코를 가져다 대니 굉장히 익숙한 향이 잔을 타고 올라온다. 파인애플, 키위, 바나나 등의 과일들이 떠오르는 낯익음. 우리가 보통 흔하게 고량주에서나 맡을 수 있는 냄새가 코 주위를 은은히 맴돌기 시작하였다. 


외관만 보았을 때는 예상하지 못한 향이라 당황스럽긴 하지만, 확실히 청량하고 깔끔한 향이다. 또한 도수가 낮은 탓인지 일반 고량주에 비하여 약간 순하게 느껴진다.


이어서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으면 소주와 고량주가 반 정도 섞인 듯한 술이 밀려들어온다. 혀를 대자마자 먼저 밀려들어오는 향 덕분인지 시작은 고량주 같으나 마무리는 증류식 소주로 이루어지며, 생각보다 깔끔하고 산뜻한 맛을 선보인다.

술을 머금을 때 느껴지는 향이 참 좋은 증류주이다. 25도라는 도수에 비하여 깔끔한 알코올의 역할이 돋보이고, 주감이 상당히 고운 탓에 혀에서부터 목구멍까지의 과정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고량주의 향에 쌀의 풍미와 부드러운 질감을 더하면 '미음 25'가 완성되지 않을까 싶다.


목 넘김 후에는 약간의 씁쓸함과 같이 특유의 향을 남겨놓고 사라진다. 여운 역시 그리 길지 않은 상태에서 깔끔하게 술이 날아가며, 마지막에 목을 약간 뜨겁게 만드는 타격감을 보여준다.


가벼운 무게에 깔끔한 술의 풍미가 참 매력적이다. 도수가 가진 역함이나 독함은 느끼기 힘들었고, 혀를 통과하여 목을 한 차례 가격한 후에 빠르게 없어진다. 일반적인 고량주보다 도수가 낮기에 순한 맛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간결한 술의 맛은 '미음 25'의 확실한 장점으로 다가온다.


기존에 고량주를 음주하고 싶었으나 도수가 높은 탓에 망설이던 사람에게 딱 적합한 술이라고 생각된다. 35도에서 50도 사이의 도수가 혀를 감싸면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는데, 이 술은 그러한 점이 덜한 것이 참 좋았다.


맛 도 나쁘지 않았지만, 향과 시도에 있어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고량주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단 전통주에 고량주라는 옷을 입혔고, 수수가 아닌 쌀 100%를 사용해 이러한 풍미를 낸다는 것이 참 새로웠다. 고량주를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 술로 입문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주는 기름기가 많은 음식도 괜찮고, 맛의 끝이 깔끔하여 회나 궁중떡볶이 등도 좋을 듯하다. 개인적으론 회가 가장 잘 어울릴 듯하니 회 한 점에 '미음 25'한 잔을 추천한다.


'미음 25', 고량주와 쌀의 조화, 그리고 향이 인상적인 술이었다. 어떠한 맛과 향을 가졌는지 모른 상태에서 음주하였을 땐 살짝 당황하였지만, 그 당황함이 절대 나쁜 뜻이 아니었다.


18000원이라는 가격을 가지고 있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충분히 한 번쯤 음주해 볼 만한 술이다. 참고로 판매처에 따라 2000원 정도 가격 차이가 난다. 잘 보고 손해보지 않게 사라는 말이다.


과실향이 풍부한 '미음 25'의 주간 평가는 3.7 / 5.0이다. 이름 그대로 부드러웠고, 자유롭게 흩어지는 향을 가지고 있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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