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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음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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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Aug 07. 2023

독일에서 건너온 9900원짜리 와인

-꽃처럼 퍼지는 달콤한 향미,'슈미트 숀 돈펠더 라인헤센'을 음주해보았다

나의 음주리스트를 보면 우리나라 전통주에 상당히 치우쳐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주종과 상당히 차이가 나는데, 이 이유는 내가 전통주를 좋아하는 것 도 있지만, 전통주를 제외한 나머지들은 일단 온라인상에서 구매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정상 근처에 대형마트가 없기에 술을 마시는 방법은 한정되어 있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전통주를 많이 찾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평소와 같았다면 오늘 역시 전통주를 가지고 왔겠지만, 이번엔 다르다. 장 볼 일이 있어 대형마트를 방문하게 되었고, 오랜만에 마트를 들린 김에 늘 마시던 전통주가 아닌 와인을 한 병 들고 왔다. 레드와인 중에서 흔치 않게 달콤하다고 하여 이렇게 손에 들게 되었는데, 정말 달콤할지 어떨지는 마셔봐야 알 일이었다.


200년 전에 모젤 강을 따라 존재하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해 지금은 독일의 가장 성공적인 와인 수출업체 '슈미트 숀'에서 태어난 '슈미트 숀 돈펠더 라인헤센 2021'. 먼 곳에서 넘어와 달콤하게 퍼지는 풍미가 특징이라는 이 와인은 어떤 맛과 향을 보여줄지, 어서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꽃처럼 퍼지는 달콤한 향미, 슈미트 숀 돈펠더 라인헤센

병의 디자인은 비교적 단순하다. 간단하게 봉해진 코르크 마개와 전면부에 보이는 간단한 그림. 와인이 어떤 품종을 사용하였고 어디서 태어났는지, 생산자가 누구인지 등을 가르쳐 주는 모습이다. 간결하지만 특유의 서정적인 그림은 오히려 고즈넉한 분위기를 선사해 주는 듯하다.


'슈미트 숀, 돈펠더 라인헤센'은 독일의 라인헤센에서 '돈펠더 100%' 품종을 이용하여 탄생한 와인으로서, 스위트 레드와인이며 테이블 와인으로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다.


돈펠더 특유의 향긋한 꽃내음과 풍부한 과실향이 조화를 이루며, 풀바디 레드와인이지만 부드럽고 목 넘김이 매우 좋다고 한다. 와인 자체의 맛과 향이 좋아 페어링 없이도 즐길 수 있다고. 참고로 최대 와인사이트 'VIVINO' 기준 3.0 다소 평범한 평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달긴 하나 그것이 끝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이 달콤한 와인의 용량은 750ML, 도수는 9도, 가격은 9900원이다. 채 만원도 되지 않는 와인은 누가 느끼기에도 굉장히 저렴한 가격이 아닐 수 없다. 가격대비 그렇게 낮은 평점을 보유한 것도 아니고, 롯데마트의 와인 당도 표시에서 5개를 꽉 채운 모습을 보여줬기에 적당한 기대와 함께 잔에 따라보도록 하겠다.

잔에 따라진 술은 체리빛 빛깔을 선보인다. 적당히 어두운 붉은 와인의 빛깔은 언제 보아도 매혹적으로 사람의 이목을 끄는 듯하다.


코를 가져다 대면 상당히 달콤하고 상큼한 꽃향기가 퍼져 나온다. 체리, 레몬, 츄잉껌, 청사과 등의 과실이 떠오르며 새콤함이 달콤함에 비하여 약간 더 강하다. 인위적인 달콤함이 섞여있는 듯하여 아쉽긴 하지만,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향이다.


한 모금 머금으니 확실한 타닌감과 함께 산미, 단 맛을 머금은 와인이 혀를 안아준다. 마냥 달콤하고 새콤하기만 하였던 향과는 다르게 도수와 철분, 포도 껍질의 텁텁한 느낌을 지니고 있다. 맛 역시 달콤함 보다는 산미가 강하며, 적당한 바디감과 함께 부드럽게 목구멍으로 흘러들어 간다.


목 넘김 후에는 약간의 타닌감과 산미를 남기고 사라지며, 이 중 진한 산미만이 생각보다 혀에 오래 남아있어 그리 좋은 여운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롯데마트 기준으로 5점 만점의 달콤함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까지 달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달콤함 보다는 새콤함이 더 진하게 혀를 잡는다.

무던한 무게와 과실의 새콤함을 담은 풍미가 매끄럽게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 술을 구매한 이유가 레드와인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달다고 해서 구매하게 된 것인데, 적당히 달긴 하나 그 단 맛을 오로지 느끼기 힘들다. 향에 있어서도 그렇고, 맛에 있어서도 인위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나 철분 맛과 떫음이 섞여있기에 혀가 단 맛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여기에 더하여 9도라는 그리 높지 않은 도수에서 나오는 알코올의 맛 역시 술의 조화를 한 층 아쉽게 만든다.


9900원이라는 와인치고 굉장히 저렴한 가격을 가지고 있기에 대단한 맛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딱 9900원, 혹은 10000원 정도의 맛을 보여주는 와인이라고 생각된다. 달고 상큼한 과일의 풍미를 보여주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 과실이 아직 설익어 제대로 자라나지 못한 듯하다.


달콤 새콤한 와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한 번쯤 음주하기엔 크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고, 실제로 와인이 새콤 하니 혀를 꽉 잡아주니까. 다만 그 중간에 타닌감과 철분 맛이 좀 느껴질 뿐이다.


만약 구매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비교적 매콤한 한식으로 추천하고 싶다. 낙지볶음이나 숯불 바비큐 치킨 등의 음식과 곁들인다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그냥 무난히 먹기엔 치즈가 좋다.


'슈미트 숀 돈펠더 라인헤센' 딱 가격만큼의 맛을 보여준 술이었다. 맛보다는 향이 매력적인 술이었으며, 겨울에서 막 넘어가는 봄을 떠오르게 하였다.


마트에 따라 가격의 차이가 있겠지만 롯데마트 기준 9,900원. Wine 21 기준 20,000원. GS Shop 기준 15,800원이라는 가격을 기록하고 있기에 가급적이면 다른 곳보다는 롯데마트에서 구입하는 것을 권한다.


머나먼 독일에서 온 '슈미트 숀 돈펠더 라인헤센'의 주간평가는 2.9 / 5.0이다. 달콤하였고, 새콤했으나 설익은 과실의 맛이 아직 내 입맛엔 아쉬웠던 것 같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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