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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Aug 01. 2023

다섯 가지 맛이 난다고 하여 꼭 좋은 것은 아니다

- 분홍빛 오미자의 매력적인 유혹, '오미자 생막걸리'를 음주해 보았다.

건강한 과일 하면 떠오르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오미자이다. 단 맛, 쓴 맛, 짠맛, 신 맛, 매운맛 등 다섯 가지의 맛을 고루 갖추고 있어 '오미자'라는 이름을 같게 된 이 과일은 붉은색 빛을 띠며, 약이나 술, 차, 화채 등 다양한 곳에서 주된 재료로 사용된다.


오미자의 역할은 평범한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술까지 이어지는데, 오미자를 첨가하여 술을 빚게 되면 피로해소와 강장, 무기력, 식욕 증진 등 다양한 곳에서 효과를 보이고, 새콤한 맛을 내어 그 빛깔과 형태가 사람들을 홀린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경상북도 문경이 특히 이 오미자로 유명하다. 문경 자체가 오미자를 재배하는 데 있어서 최고의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어 전국의 40%에 달하는 생산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맛도 좋고, 그 효과도 좋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은 이 문경의 오미자로 만들어진 술을 한 병 가지고 왔다. '오미자 생막걸리', 아름다운 빛깔을 가진 이 친구가 과연 어떤 맛과 향을 보여줄지. 어서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분홍빛 오미자의 매력적인 유혹, 오미자 생막걸리

누가보아도 예스럽다. 이 병을 보고서 그 아무도 그 말에 대해선 이견을 제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미자주 자체의 느낌이 비교적 젊은 사람이 즐기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병 밖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옛스럽단 말을 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론 최근 음주한 술 중 디자인에 있어선 가장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막걸리이다.


'오미자 생막걸리'는 '문경주조'에서 문경 오미자와 천연 암반수를 사용하여 만든 술로서, 술을 숙성시키는 용기도 원재료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국내 무형문화재 명인의 정신이 깃든 항아리에 숙성시켜 탄생시킨 막걸리이다.


발효 역시 전통식 황토방과 자연조건에 가까운 발효 공간으로 섬세하게 술을 빚었으며, '오미자가 첨가된 건강 증진 기능성 오미자 생막걸리 및 제조방법'에 관한 특허를 받은 최초의 오미자 막걸리라고 한다.


이 매혹적인 색을 가진 술의 용량은 750ML, 도수는 6.5도, 가격은 2800원이다. 지역 막걸리 치고는 약간 비싼 감도 있긴 하지만 최근 나오는 전통주들의 값을 생각해 본다면 절대 비싼 값은 아니다. 5000원, 10000원에 가까운 막걸리들이 수두룩 한 판에 2000원대 막걸리는 오히려 저렴하다고 말할 수 있다.

막걸리를 열심히 흔들었더니 잔에 따른 술은 매혹적인 분홍빛을 선보인다. 얼핏 보기에도 굉장히 부드러워 보이는 질감을 가지고 있으며, 예상했던 것보단 약간 옅은 색감을 보여준다.


잔에 코를 가져다 대니 오미자 막걸리의 상당히 오묘한 향이 흘러나온다. 상큼하면서도 달콤하고, 약초의 씁쓸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쌀의 향을 품고 있다. 전반적으로 은은하게 코를 감싸는 것이 오미자 차와 굉장히 유사한 향을 뽐내고 있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색깔에 비하여 연한 맛이 부드럽게 혀를 감싸준다. 향도 진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맛은 그에 비하여 더욱 담백한 느낌이다. 미세한 단 맛과 조금의 산미, 씁쓸함으로 마무리되며 오미자의 향에 코에서 살짝 감돈다.


술의 질감이 굉장히 부드럽다. 눅진하거나 진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물처럼 목구멍을 넘어가는 기분이다. 목 넘김 후에는 산미와 씁쓸함, 그리고 텁텁함을 남기고 사라지는데, 그리 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약초가 주는 느낌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하기 힘들 법한 여운이라고 생각된다.

기본적으로 약초의 씁쓸함을 가지고 있는 친구이다. 가벼운 무게에 아무 저항 없이 퍼지는 풍미를 가지고 있으며, 맛이 옅어 오미자의 맛을 크게 느끼기는 힘들다. 그 연한 맛 사이에서 다른 맛보다 산미와 씁쓸함이 비교적 부각되어 있으며, 이 면이 개인적으론 약간 아쉬웠다.


여러 번 잔을 반복할수록 드는 생각이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막걸리이다. 오미자가 주는 씁쓸함과 산미, 거기에 너무나도 매끄러운 주감은 눅진한 막걸리와 진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여겨진다. 자신의 취향이 어떤지를 잘 생각하고 구매하길 권한다.


오미자 자체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과실이라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여러 오미자주를 음주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씁쓸함과 산미가 부각된 오미자주는 진입장벽이 다른 오미자주에 비하여 약간 높은 경향이 있다. 약초향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맛이 옅은 편이기에 당연히 강하게 다가오진 않았지만, 그 옅은 와중에 혀에 남아 있는 맛이 그렇다는 것은 나에겐 만족스럽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해물파전이나 제육볶음 등을 추천한다. 매콤하고 자극적인 막걸리 안주와 곁들였을 때 좀 더 잘 어울릴 술이다.


'오미자 생막걸리', 예스러운 디자인에 예스러운 맛을 가진 술이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양부를 가릴 수밖에 없는 술이니 잘 판단하여 살 수 있길 바란다. 자신이 씁쓸한 술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음주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문경에서 태어난 '오미자 생막걸리'의 주간 평가는 2.5 / 5.0이다. 아무리 쓰디쓴 풀도 그 꽃은 아름다운 경우가 많더라.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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