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음주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간일기 Aug 17. 2023

취하고 싶은 오늘, 깔끔한 50도 소주와 함께

-깔끔하게 취하고 싶은 날, '강주'를 음주해보았다.

술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누구나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취하고 싶은 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이 너무 힘들었거나,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빠르게 시간을 보내고 싶거나, 무엇이든지 각자의 이유로 괜히 술이 떠오르는 하루. 나에겐 그 하루가 바로 오늘이었다.


알코올을 그냥 때려 붓는 것도 빠르게 취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겠지만, 그리하면 다음 날 상당히 힘들 때가 많고 배가 굉장히 더부룩해지기에 도수가 높은 술 한 병을 마시기로 하였다. 마침 냉장고엔 이야기를 위해 준비한 소주 한 병이 있었고, 나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들고와 상 위에 올렸다.


'강주', 무려 50도짜리 도수를 가진 소주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순수함에 가까운 술이며, 오늘 같은 날 빠르게 나를 잠재워줄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될 녀석이었다. 과연 이 무식한 알코올함량을 가진 소주는 어떤 맛과 향을 보여줄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깔끔하게 취하고 싶은 날, 강주

강렬하다. 필체가 주는 느낌과 범람하는 듯한 디자인 덕분인지 술을 보자마자 아주 격렬한 맛이 예상된다. 병의 모양에 있어서 다른 전통주들과 그리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50이라는 도수와 강한 기세를 주는 도안이 잘 맞물려 '강주'라는 이름을 완성시키는 듯하다.


'강주'는 '내국양조'에서 순수 쌀 증류 원액을 담아 완성한 프리미엄 소주이다. 깔끔하고도 강렬한 풍미를 자랑하며, 톡 쏘는 알코올의 향미 대신 부드럽고 화사한 향이 코를 맴돈다.


고도주 특유의 매서움이 살아있는 술이고, 도수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칵테일의 베이스로 이용하거나 탄산수, 토닉, 주스 등과 섞어서 음주하기에도 적당하다고 한다. 


일반 소주의 3배 정도 되는 알코올 함량을 가진 이 술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50%, 가격은 9900원이다. 한 병에 9900원짜리 소주라고 생각하면 비싸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나, 이리 높은 도수를 가진 증류식 소주가 9900원 이라니, 이 가격에 이 도수의 소주는 처음 만나 보는 것 같다.

당연한 말이지만 잔에 따른 술은 여타 증류식 소주와 큰 차이가 없다. 맑고 투명하며, 동시에 매끈해 보이는 질감이다. 


기대와 함께 코를 가져다 대니 생각보다 은은한 쌀의 향이 흘러나온다. 물론 여기에 방심해서 너무 가까이서 향을 맡았다간 순식간에 코가 매워지니 주의하도록 하자. 도수에 비해 강렬하지 않은 향은 코 끝을 간지럽히듯이 속삭이고, 그 끝에는 약간의 달콤함을 품고 있다.


가볍게 한 모금 마시자마자 뜨거운 술이 혀와 코를 녹여낸다. 향과 같이 미세한 단 맛이 감돌긴 하나, 그 맛을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목구멍을 통과한 소주는 내 식도의 위치를 가르쳐 준다. 


50도라는 도수를 가지고 있는 술답게 확실히 강하다. 첫 잔을 마시자마자 드는 생각이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잠들 수 있겠구나'라는 것이었다.

쌀의 풍미와 미미한 감미를 간직한 술은 순식간에 목젖을 지나고, 목 넘김 이후에는 상당한 스파이시함을 남기고 사라진다. 몇 잔 마시지 않았는데도 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다.


가볍지만 격렬한 것이 마치 총알 같은 술이라고 생각된다. 50도라는 도수에 비해서는 깔끔하고, 비교적 타격감이 덜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그렇다고 하여 체감 도수가 크게 내려가진 않는다. 한 40에서 45도 정도 될까. 자신이 높은 도수에 약한 사람이라면 니트로 마시는 것은 가급적 지양하길 바란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강주'는 높은 도수가 주는 강렬함과 타격감을 입에 넣자마자 선사한다. 한 차례 폭풍이 몰아친 후에야 간신히 쌀의 풍미와 배가 연상되는 단 맛을 느낄 수 있고, 그렇게 깔끔하게 떨어지던 술은 마지막에 스파이시함으로 한 번 더 종을 울린다. 최근에 음주하였던 술들 중 가장 순수한 소주였다.


칵테일이나 토닉을 섞어마시는 것은 내 취향이 아니기에 얼음 몇 개를 넣어 보았다. 확실히 전체적인 조화가 올라가고 좀 더 부드러워진 것이 마시기엔 이쪽이 편하다. 술의 화끈함을 느끼고 싶다면 니트를, 부드러운 풍미와 술 본연의 맛을 느끼면서 천천히 음주하고 싶다면 온 더락으로 마시는 것이 좋을 듯하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로는 회를 추천한다. 특히나 매운탕이 섞여 있는. 술 한 잔에 회 한 점, 거기에 매운탕 국물로 마무리 짓는다면 50도의 소주라고 하더라도 만족감과 함께 술자리를 끝낼 수 있을 것이다.


'강주', 이름에 대한 유래는 정확히 모르지만 저 '강'자가 강할 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늘처럼 취하고 싶은 날 깔끔하게 나를 재워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친구였다.


참고로 '강주'는 담금주용이 따로 있으니 구매 시 착각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또한 판매처에 따라 크게는 1000원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구매 전에 가격 역시 잘 살폈으면 좋겠다.


강한 술, '강주'의 주간 평가는 3.6 / 5.0 이다. 외강내유라, 강하고도 부드러웠으며 깔끔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과일 맥주 한 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