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운 사과가 화사하게 번진다, '비긴나인틴'을 음주해보았다.
경북 의성에는 오랫동안 사과를 재배해 오던 한 과수원이 있다. 넓은 안계평야와 기름진 땅을 가지고 있는 이 과수원의 사과는 맛이 좋기로 유명하였는데, 사과만 키우던 그들은 1970년대 프랑스의 칼바도스를 보고 '사과로도 술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디어는 떠올리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졌으며, 의성에서 재배된 사과로 유럽 수준의 와인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맛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과수원은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다. 우수한 품질의 사과를 사용하여 수많은 도전 끝에 결국 15년 만에 옹기에서 숙성되는 사과와인을 개발하였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 까지 인정받는 사과 와인을 만드는 중이다.
'비긴나인틴', 오늘 내가 가져온 술의 이름이자 이곳에서 가장 최근에 출시한 증류주이다. 새로운 술을 찾기 위해 여러 곳을 살피던 중 위와 같은 이유로 내 눈에 띄어 이렇게 소개하게 되었다. 과연 그들의 노하우가 듬뿍 담겨 있을 이 술은 어떤 맛과 향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고운 사과가 화사하게 번진다, 비긴나인틴
꽤나 익숙한 병의 모양이다. 전체적으로 디자인에 있어선 검은색 이외의 색깔은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며, 때문에 술의 색깔과 대비되어 은은한 우아함을 선사한다. 영어로 이루어진 이름은 자신의 첫 술을 '비긴나인틴'으로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술의 도수인 '19도'를 동시에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비긴나인틴'은 '(주)한국애플리즈'에서 만들어진 사과 증류주로서, 직접 소유한 과수원에서 와이너리까지 연결되는 과정을 통해 제조되었다.
품질 좋은 '경북 의성 사과'로 만들어졌으며, 15년 연구 끝에 개발된 한국 애플리즈만의 사과와인 제보법으로 옹기 항아리에서 정성껏 숙성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술은 은은한 사과향과 부드러운 목 넘김을 선물한다고.
이 화사한 술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19도, 가격은 6,500원이다. 5000원 이상이 어느덧 당연한 가격이 되어버렸지만, 사과와인이라고 여기면 그리 비싸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부디 이 생각을 내가 맛을 본 후에도 지속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잔에 따른 술은 물 안에서 빛을 밝힌듯한 빛깔을 선보인다. 그윽한 노란빛이 퍼져있는 것이 맛을 기대하게 만드는 듯하다.
코를 가져다 대면 달콤한 사과 향기와 알코올 냄새가 섞여서 올라온다. 19도라는 알코올 함유량은 확실히 와인이라고 생각했을 때 상당히 높은 도수고, 그 도수가 향에 어느 정도 담겨 있는 느낌이다. 싱그러운 사과의 산미와, 달콤함, 거기에 알코올향으로 지어지는 마무리.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사과와인보다는, 사과 소주에 더 근접한 향이었다.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으면 조금의 사과 향미와 함께 알코올이 혀를 감싼다. 외관이나 향을 보고서 사과의 맛이 어느 정도 짙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사과의 맛은 연하고 알코올의 맛이 진하다. 19도라는 도수가 그대로 느껴질 정도는 아니지만, 사과와 증류주가 가진 맛이 따로 노는 것 같다.
미묘한 맛을 가진 술은 부드러운 주감으로 목구멍을 넘어간다. 질감 자체는 고운 편이라 목 넘김은 상당히 가볍다. 이후엔 알코올의 향미와 씁쓸함, 약간의 사과향을 남기고 사라지는데 이때 느껴지는 것이 좋은 여운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살짝 가벼운 바디감에 알코올과 사과의 풍미가 아쉬운 조화로 섞여 들어온다. 향에 있어서는 단 맛이나 산미가 어느 정도 다가왔으나 맛에 있어서는 처음 혀를 약간 건드린 후 사과의 향미는 빠르게 사라지고, 그 자리를 알코올이 차지해 버린다. 어느 하나 특별히 맛이 강한 것은 없지만, 이 맛들의 조화가 제대로 이루어져 있지 않아 있어 결국에 알코올이 가장 돋보이는 듯하다.
'애플리즈'의 제품은 이 것 말고도 여럿 음주해 본 경험이 있는데, 다른 상품에 비하여 '비긴나인틴'은 사람에 따라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구매할 생각이 있다면 이 술을 사과 와인보다는 약간 도수가 높은 '사과 소주'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 것이다.
조금 더 도수를 낮추고 단 맛을 늘렸으면 음주하기 약간 편하지 않았을까 싶다. 원액으로 그냥 마시기보다는 데미소다와 얼음을 추가로 넣어서 칵테일로 만들어 음주하면 훨씬 달콤한 시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목적이 취하기 위해서거나, 알코올의 맛을 온전히 느끼고 싶은 것이라면 그대로 먹어도 나쁘지 않다.
잔을 반복할수록 드는 생각이 사과의 향미, 술을 마실 때 은은하게 퍼져오는 향미는 꽤나 괜찮다. 주감도 부드럽고. 뒤이어 찾아오는 알코올과의 조화가 아쉬울 뿐이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양식계열을 추천한다. 파스타나 해물 그라탕등과 함께 하면 좋은 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비긴 나인틴', 전반적으로 조화가 아쉬운 술이었다. 분명히 사과의 멋매는 나쁘지 않은데, 알콜의 향미가 술의 어우러짐을 아쉽게 만든다.
판매처에 따라 약간의 가격차이가 있으니 잘 보고 구매하길 바란다. 알콜의 맛을 싫어하는 사람은 자신의 취향을 잘 생각한 후에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과로 만든 '비긴 나인틴'의 주간평가는 2.2/5.0 이다. 데미소다와 함께한 '비긴나인틴'은 맛있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