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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음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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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Sep 22. 2023

오미자를 문 여우는 참으로 청량하다

- 붉은색 오미자를 입에 물었다, '여우목'을 음주해 보았다.

어떤 술을 마실까 하고 요즘 나오는 주류 목록을 보고 있는 중, 문득 최근 술들의 이름이 굉장히 어여뻐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무슨무슨 술, 혹은 무슨무슨 막걸리, 이런 식으로 이름 안에 술을 종류를 넣어서 자신의 존재감을 내세웠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미르, 이도, 아삭' 등 짧은 우리말들로 전통주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작품이 많아졌다.


오늘 가져온 술은 그 아름다운 이름 중에서도 유독 내 눈에 띄었던 증류주이다. '여우목', 명칭만 보아선 어떤 맛을 보여줄지 전혀 예상되지 않는다. 왠지 모르게 간드러진 느낌을 주는 이 술은 과연 어떠한 향미를 자랑할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붉은색 오미자를 입에 물었다, 여우목

이름만 들었을 땐 좀 더 아름답게 생긴 여우를 떠올렸는데, 막상 보니 굉장히 귀여운 짐승 한 마리가 미소를 짓고 있다. 어찌나 똘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지, 여우보다는 강아지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인 병 디자인은 요즘 전통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검은 배경에 아기자기하게 그려져 있는 오미자와 여우는 상당히 매력적이며, 대비색을 잘 이용하여서 그런지 눈에 확 들어온다. 상당히 직관적인 도안이다.


'여우목'은 '술샘문경 농업회사법인'에서 오미자로 으뜸인 문경의 농가와 협력해 탄생한 술로서, 오미자청을 만들고 버려지는 아까운 '오미자박'을 이용해 탄생하였다. 


증류주가 아닌 과실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미자의 향과 새콤달콤한 맛이 입 안에 가득 퍼지며, 단조롭지 않은 맛 때문에 마치 마치 오미자를 그대로 물고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고 한다. 참고로 '여우목'이라는 이름은 술샘문경이 위치한 지역의 한 지명에서 따온 것이다.


이 술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21도, 가격은 7,900원. 가격만 봐서는 요즘 나오는 증류주 치고 그렇게 비싸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당장 편의점만 가보아도 같은 용량에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 증류주가 7000원 대이기에, 맛은 어떨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론 꽤 괜찮은 값이라고 여겨진다.

잔에 따른 술은 투명하며 매끄럽다. 색이나 빛깔에 있어선 다른 증류주와 크게 다른 점을 찾기 힘들다.


코를 가져다 대니 시원한 오미자향이 은은하게 흘러나온다. 상큼함과 달콤함이 적절히 섞여서 코를 건드리고, 21도라는 일반적인 소주보다 높은 알코올을 가지고 있음에도 흔히 말하는 역한 향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청량하게 다가오는 것이 참으로 깔끔하고도 마음에 드는 향이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약간의 단 맛과 함께 술이 혀를 안아준다. 향에선 전혀 느껴지지 않던 알코올의 맛이 직접적으로 느껴지며, 오미자의 향이 코 끝을 스치면서 지나간다. 도수를 생각하면 그리 강한 알코올이 아니지만, 향에서 전혀 기색을 느끼지 못해서 그런지 조금 당황스러운 감이 있었다. 


달고 화사하게 퍼지는 알코올을 가진 '여우목'은 부드럽게 목구멍을 넘어간다. 가벼운 바디감에 고운 감미를 선보이고 입 안에서 퍼지는 풍미는 꽃이 피는 듯한 멋매를 가져다주며, 술이 가진 당분은 그리 강하지 않음에도 혀에 침이 고이도록 만든다.

목 넘김 이후에는 단 맛과 산미, 화한 느낌과 오미자 향을 혀와 코에 남겨 놓고 사라진다. 깔끔하게 끝맺음되는 여운은 꽤나 괜찮게 다가왔다.


술을 마시면서 느낀 것이 '여우목'은 토닉을 섞어서 하이볼로 만들어서 먹어도 참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21도라는 도수가 주는 알코올의 맛은 사람에 따라 부담스러울 수 있기에 토닉과 레몬을 섞어 좀 더 달콤하고 옅은 알코올의 향미로 음주한다면 더욱 큰 만족감을 얻게 해줄 것이다.


감미로운 오미자의 향과 달콤한 술이 중심이 되어 전체적인 구성을 이끌어 내는 술이다. 자신만의 여러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그중 개인적으론 시원하면서도 청량한 향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단 맛과 부드러운 질감도 좋았으나, 첫 잔에선 알코올이 탁 치는 느낌이 있어 이 부분은 약간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오미자를 그대로 놔둔 듯한 향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한 번쯤 음주해 보길 바란다.


만약 구매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소고기나 회를 추천하고 싶다. 한 점씩 집어 먹기 좋은 안주에 한 잔씩 마셨을 때 더욱 좋은 시간을 선물해줄 듯한 증류주이다. 물론, 하이볼로 마실 경우엔 제외다. 


'여우목', 이름 그대로 매혹적인 향을 선보이는 증류주였다. 오미자의 향을 청량하게 살리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큰 만족감을 가져다주었다. 


어떤 술이든 그렇겠지만 역시나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약간은 상이하다. 이 술 같은 경우는 약 1000원 차이가 나니, 어디가 저렴한지 잘 살펴보고 구매하길 바란다.


어여쁜 향미를 가진 '여우목'의 주간 평가는 3.7/ 5.0이다. 여우가 가진 향은 참으로 맑고 깨끗하더라.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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