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곡물의 향미는 사람을 취기의 늪으로 빠뜨린다
-다함께 어우러지는 행복한 시간, '다울 안동소주'를 음주해보았다.
'만약 누군가 당신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유명한 소주가 무엇인가요' 라고 묻는다면 어떠한 대답을 하겠는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연하게도 굉장히 다양한 답변이 나올 것이다. 지역이 어디냐에 따라서 진로나 참이슬, 한라산 같은 자주 접하기 쉬운 소주가 나올 수도 있고, 조금 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원소주, 독도소주' 등 편의점에서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이름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럼 만약 자신이 알고 있는 유명한 소주 3가지를 말해보라고 한다면? 아마 높은 확률로 오늘 내가 가져온 술이 그 답변들 중 하나를 차지할 것이다. 술을 잘 모르는 사람도 한 번씩은 들어보았을 것이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접했을지도 모르는 소주이니까.
오늘 여러분들에게 이야기할 술은 바로 '안동소주', 증류식 소주로 굉장히 유명한 친구이다. 여러 명인들이 만드는 술인 만큼 판매처 역시 상당히 다양한데, 오늘은 그중 '다울 안동소주'라는 이름을 가진 주류를 들고 왔다. 다 함께 사는 우리란 뜻을 가진 이 증류주는 어떠한 맛과 향을 보여줄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다함께 어우러지는 행복한 시간, 다울 안동소주
병의 모양 자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증류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 375ML 용량의 술들은 대부분 이 병을 사용하는 듯하다.
술의 디자인 중 다른 것보다 이목을 끄는 것은 띠지의 전면부이다. 이 술이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그리고 이름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으며, '다울'이라는 이름답게 민속낙서 같은 사람 둘이 서로 손을 잡고 있다. 보통의 전통주들을 마주했을 때 볼 수 있는 정갈한 글씨체보다 삐뚤한 것이 역시 마음에 든다.
'다울 안동소주'는 '화곡양조장'에서 100% 안동 지역에서 재배한 쌀을 이용하여 탄생한 술로서, 일반 밥쌀보다 도정과정을 한 번 더 거친 쌀을 사용해 태어났다.
원주 발효과정에서 전용입국을 사용하여 쌀 본연의 풍부한 향과 풍미를 선물하며, 감압식 증류 후 최소 6개월 이상의 숙성과정을 거쳐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선보인다고 한다.
이 술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18도, 가격은 5000원. 딱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값이다. 고도수 안동소주를 제외하면 10도 후반에서 20도 초반의 도수에선 4~6000원 사이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잔에 따른 술은 늘 그랬듯이 맑고 고요하다. 늘 같은 모습임에 왜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은 것인지. 신기할 따름이다.
코를 가져다 대니 산뜻한 곡식의 향이 잔을 타고 올라온다. 일반적인 소주보다 높은 도수를 가지고 있지만 알코올 특유의 역한 향은 잘 느껴지지 않으며, 누룩향과 시원한 바다내음이 자리 잡고 있다.
이전에 40도짜리 안동소주를 마셨을 때에는 배 향이 지금보다 좀 더 직접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은데, '다울 안동소주'에선 비교적 옅게 느껴진다.
한 모금 머금으니 상당히 부드러운 술이 혀를 감싸준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글자가 '깔끔'과 '곱다'라는 단어였다. 향에선 알코올이 잘 나타나지 않았지만 맛에선 별개인 경우가 상당히 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번은 확실히 향과 맛 모두 알코올이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다. 물론 그렇다고 알코올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며, 그 역함이 없다는 뜻이다.
약간의 단 맛과 알코올, 쌉싸름함과 곡물의 풍미를 선보이며 술은 그대로 목구멍을 빠져나간다. 술 자체가 매끄럽기에 혀에서부터 목 넘김까지의 과정은 부담 없이 진행되고, 목 넘김 이후에는 감칠맛과 약간의 알코올, 특유의 향을 코와 혀에 남겨놓고 사라진다. 여운이 그리 긴 술은 아니다.
전반적으로 향이나 맛에 있어서 곡물의 향미가 잘 느껴지는 증류주였다. 적당한 바디감과 단 맛이 잘 어우러져 있으며, 도수대비 약하게 혀에 맴도는 알코올에 무심코 잔을 반복하다 보니 취기가 밀려온다. 특별히 튀어나온 맛이나 타격감이 존재하지 않기에, 부드러운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큰 호불호 없이 음주할 수 있을만한 소주라고 생각된다.
안동소주는 항상 마시면서 드는 생각이 참으로 늪 같은 술이다. 고운 주감과 특유의 향미에 계속해서 술잔 안으로 발을 옮기게 되고,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늪 안에 빠진 채로 허우적 대는 중이다. 같은 안동소주라고 해도 맛이나 향은 다르지만, 몸을 비틀거리게 하는 것은 늘 똑같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회나 매운탕 등을 추천하고 싶다. 웬만한 소주 안주에는 다 잘 어울릴 듯 하지만, 그중에서도 회 한 점과 함께 한다면 정말 좋은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매운탕 국물은 말할 것도 없다.
'다울 안동소주' 곡식의 풍미가 매력적인 증류주이다. 술잔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깔끔하고 곱기에 방심하여 여러 번 맛을 보는 것을 반복했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3분의 2 정도를 비운 상태였다.
참고로 현재 다울 안동소주의 판매처는 하나뿐이다. 가격 때문에 평소처럼 어디서 구매할지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니, 이 점은 좋은 듯하다.
모두와 함께 어우러지는 '다울 안동소주'의 주간 평가는 3.6/5.0이다. 다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술이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