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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Sep 26. 2023

경주가 선물하는 체리의 감미

- 붉은빛 과실이 전해주는 상큼달달함, '경주체리주'를 음주해보았다.

다양한 술을 마시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특산물로 만들어진 술을 마실 때는 자연스럽게 어떤 지역이 어떠한 특산물로 유명한지 배우게 되고, 지역 이름이 들어간 주류를 맛볼 때는 기존에 모르고 있었던 여러 지명들을 지식 속에 추가하게 된다. 여러분들에게 이야기하기 위하여 술에 대한 것들을 이것저것 찾다 보니 내가 잘 몰랐던 것들을 많이 배워 가는 중이다.


오늘 내가 가져온 술 역시 배움의 연속이다. 원래는 이 지역이 이 특산물로 유명한지 전혀 모르고 있었으나, 술을 마시기 위해 구매하고, 파고들기 위해 조금 더 살피다 보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경주가 체리로 유명하다는 것.


경주를 자주 가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관광차 몇 번 들려본 경험은 있는데, 어떻게 그간 체리가 특산물이었다는 것을 몰랐던 걸까. '경주체리주', 경주에서 나고 자란 체리로 빚은 술은 어떠한 맛과 향을 자랑할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붉은빛 과실이 전해주는 상큼달달함, 경주체리주

병의 전면부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경주의 흔히 말하는 관광지와 유명한 물품들은 죄다 들어가 있으며, 재치 있게 유적 중 하나인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를 이용하여 체리를 만들어 놓았다. 


사실 대단한 디자인이 들어가 있기보다는 이것저것 집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라 번잡할 뻔도 한데, 외외로 지저분한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 저러한 유적들이 경주라는 도시를 잘 나타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전체적인 어울림이 나쁘지 않아서 그런지. 여하튼 병 안의 분홍색 빛과 섞여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경주체리주'는 '대한주조'에서 경주에서 태어난 체리로 만든 술로서, 부드럽고 달콤하며 상큼한 체리의 맛을 가져다준다. 


체리라는 흔하지 않고 특색 있는 과일로 빚어 독특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특징이며, 영롱한 핑크빛을 담고 있어 눈과 코, 입이 모두 즐거운 술이라고 한다.


이 술의 용량은 360ML, 도수는 15도, 가격은 19000원. 최근 출시되는 전통주들의 가격을 고려해 보아도 술 한 병 가격이라고 생각했을 때 저렴하다고 말할 수 있는 값은 아니다. 물론 맛을 보고 난 후라면 생각이 달라질 순 있지만, 아직까진 내 지갑이 눈물을 흘리는 중이다.

잔에 따른 술은 병 안에서 보이던 것보다는 좀 더 옅은 색의 체리빛을 보여준다. 마치 분홍색 물감을 한 방울 떨어뜨려놓은 것 같은 영롱한 색이다.


코를 가져다 대니 새콤달콤한 체리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알콜의 향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달짝지근함을 가지고 있고, 은은하게 코를 감싸오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향의 방향은 일반적인 과일소주와 비슷하지만, 거기에 별다른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는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니 과실을 간직한 감미로운 술이 혀를 감싸 안는다. 산미와 단 맛이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혀의 끝에서 약하게 알콜이 다가오며, 부드러운 주감을 가지고 있어 목 넘김이 굉장히 가볍게 다가온다. 체리의 단 맛을 중심으로 하여 맛이 이루어져 있는데, 이 단 맛이 인공적인 느낌이 아니라 자연적인 단 맛처럼 혀에서 맴돈다. 그래서 그런지 달짝지근함에 대한 부담스러움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

술을 마실 때 코로 들어오는 특유의 과실향도 상당히 마음에 든다. 가벼운 무게와 달콤한 풍미로 입 안을 채워주고, 그렇게 고운 질감으로 목구멍을 넘어간 후에는 체리의 향미와 약간의 단 맛을 남기고 사라진다. 혀의 끝에서 미묘하게 알콜이 살짝 나타나긴 하지만, 단 맛에 밀려 금방 사라지니 도수 대비 알코올의 역함은 생각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체리가 가진 과실의 풍미가 매력적인 술이다. 혀나 코에서 알콜의 역함을 느끼기가 어려우며, 지나치지 않은 달콤함으로 퍼지는 향미는 술의 조화로움을 이끈다. 과일소주와 비슷한 방향을 지니고 있으나 조금 더 고급화된 술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탄산을 선호한다면 토닉, 얼음과 함께 하이볼로 만들어도 잘 어울릴 것 같다. 달콤한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을 법한 술이기에, 만약 구매한다면 하이볼로 조금 더 맛있게 즐길 수 있길 바란다.


안주는 육회나 육전 등을 추천하고 싶다. 웬만한 음식에 다 잘 어울릴법한 술이지만 너무 기름진 것은 피했으면 좋겠다. 술의 맛이 연하니 입이 기름 범벅이 되면 제대로 맛을 느끼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경주체리주', 왜 경주의 특산물이 '체리'인지 가르쳐 주는 듯한 향미였다. 부드럽고 달콤했으며, 체리가 가진  풍미는 잔을 가볍게 반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특히나 연인들, 친구들과 함께 했을 때 더욱 빛을 발할 술이다.


참고로 이 주류는 판매처가 온라인에서 한 곳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맛이 궁금한 사람은 네이버에 '경주체리주'라고 검색하면 고민할 필요 없이 쉽게 찾을 수 있다.


분홍색 빛을 가진채 어여쁜 맛으로 태어난 '경주체리주'의 주간 평가는 3.5 / 5.0 이다. 솜사탕 같은 술이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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