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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Oct 03. 2023

동양과 서양의 조화를 한 곳에 담다

- 오크와 곡물의 아름다운 어우러짐, '빛32오크'를 음주해보았다.

오랜만에 편의점을 방문했더니 주류매대에서 상당히 눈에 띄는 친구 하나가 있었다. 분명히 전통주가 맞는데 겉모습만 봐서는 분간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무래도 자신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어 본능적으로 손에 쥐게 되었다.


'빛32 오크', 들어보면 알겠지만 상당히 단순한 명칭이다. 이름만 봐서는 오크와 관련된듯한 맛을 선보일 듯한데, 마셔보기 전까지는 정확히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영롱하게 빛나는 색깔을 보여주는 이 주류는 과연 어떠한 맛과 향을 가져다 줄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오크와 곡물의 아름다운 어우러짐, 빛32오크

이름만큼이나 빛나는 디자인을 가진 친구다. 주류매대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것도 이렇게 보고 있으니 이해가 간다. 병의 마개 부분은 검은색 포장지로 막혀 있고, 그 아래로 주황색으로 불빛을 내뿜는 빛깔이 자리 잡고 있다. 


전면부에는 특별한 설명 없이 술의 이름과 용량, 도수 등 간단한 정보만이 적혀 있는 상태며, '빛32오크'라는 글자 주위로 날개문양이 환하게 자신의 화려함을 뽐내는 중이다. 오렌지색과 섞여서 우아함을 자랑하는 도안은 확실히 자신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빛32오크'는 '우포의아침'이 우포에서 생산한 쌀을 주원료로 하여 만든 술로서, 낮은 압력과 온도에서 술을 제조하는 감압 증류 방식으로 탄생하여 깔끔한 풍미와 부드러운 목 넘김이 특징이다.


증류 후 셰리 오크통에 한 달간 숙성해 고급위스키처럼 진한 오크향을 선보이고, 증류식 소주 특유의 은은한 곡물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고 한다.


술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32도, 가격은 12900원. 도수는 일반적인 증류주에 비하여 높은 편이며, 요즘 출시되는 일반적인 증류주의 가격을 생각하였을 때 약간 비싸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값이다. 분명히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만 원대의 술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처럼 생각되었지만, 최근 출시되는 술들을 보면.. 평범한 가격처럼 다가오는 느낌이 있다.

잔에 따른 술은 흔히 마시는 위스키와 비슷한 색을 보여준다. 짙은 노란 빛깔을 가진채 반짝이는 것이 전통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색이라 그런지 확실히 맛이 기대되게 만든다.


코를 가져다 대면 그을은 오크향이 생각보다 강하게 흘러나온다. 일반적으로 증류했을 때 느낄 수 있는 냄새가 아닌 위스키에 가까운 향이 느껴지고, 꿀과 훈연향이 곁들여져 코를 감싸 준다. 32도라는 도수에 비하여 알콜의 향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이 꽤나 마음에 든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것이 그리 양부가 갈리지 않을 향이다.


이어서 한 모금 음주하니 32도의 알콜이 오크향과 함께 혀를 안아준다. 향에 비해서 꽤나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도수의 맛이다. 약간의 달콤함과 씁쓸함을 머금고 있으며, 그 안으로 곡물의 맛이 살짝 맴돈다. 곡물과 오크가 반반 섞인 느낌이라기보다는, 오크가 6, 곡물이 4정도로 오크가 조금 크게 다가온다. 아무래도 향이 영향을 크게 미치는 듯 하다.

술 자체는 가볍고 부드럽게 목구멍을 넘어가고, 맛의 끝으로 갈수록 곡물이 좀 더 도드라진다. 우리나라 특유의 증류식 소주와 위스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술이라고 생각된다. 스파이시함이 있긴 하나 심한 편이 아니며, 도수 치고는 작열감이 크지 않기에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나쁘지 않은 술이다.


목 넘김 이후에는 오크 향과 함께 약간의 씁쓸함을 남겨놓고 사라진다. 여운 자체가 그렇게 긴 술은 아니나 미묘한 뜨거움이 잠시동안 목구멍에 머물기에 높은 도수가 버거운 사람에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벼운 바디감에 매끄러운 풍미가 입 안을 슬며시 치듯이 퍼진다. 첫 잔에 있어선 향에서 느끼지 못한 높은 도수의 강렬함이 마중이 나오기 때문에 당황할 수 있지만, 몇 잔 지나지 않아 익숙해진 후에는 곡물의 향미와 오크의 향을 오롯이 느낄 수 있게 된다. 


생각보다 강하게 느껴지는 알코올의 향미에 놀라지 말고, 2~3잔 정도 좀 더 마셔보길 바란다. 물론 이 정도 잔을 반복하게 되면 사실상 소주 한 병을 마신 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으니.. 자신의 주량을 잘 파악한 후에 구매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참고로 토닉과 얼음을 섞어서 하이볼로 음주하여도 나쁘지 않다.


보통의 안주에 다 잘 어울릴 것이라고 예상되는 술이지만,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살짝 기름기 있는 것이 괜찮아 보인다. 기름진 생선회나, 피자 한 조각, 차돌박이와 음주하여도 잘 어우러질 듯하다.


'빛32오크' 오크와 곡물의 조화가 잘 어우러지는 술이었다. 음미하기 전 까지는 둘의 어우러짐에 대한 걱정이 약간 있었으나, 향미를 겪은 후에는 그 생각이 깨끗이 사라졌다.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판매처에 따라 조금씩 할인을 하고 있는 듯 하니 잘 살펴보길 바란다. 나는 CU에서 할인된 가격에 구매하였다.


동양과 서양의 미가 섞인 '빛32오크'의 주간평가는 3.7 / 5.0 이다. 새로움과 낯섦이 공존하는 술이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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