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음주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간일기 Oct 06. 2023

1500원짜리 캔 맥주가 나타났다

- 서민들을 위한 착한 가격과 맛, '서민맥주'를 음주해보았다.

늘 술을 소개하면서 말하는 것이지만, 요즘 주류들의 가격이 참으로 심상치 않다. 서민들의 대표 술이었던 막걸리는 만 원을 우습게 넘기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던 소주는 이제 이 천 원을 눈앞에 둔 상태이다. 분명히 예전엔 밖에서만 먹지 않는다면 술이 비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술 값이 오른 것인지, 전체적인 물가가 많이 오른 것인지 지금은 혼술을 하더라도 지갑이 버티는 게 쉽지 않다.


여하튼, 그런 것에 아쉬움을 느끼며 편의점을 방문한 와중 이런 생각이 머리에 있기 때문인지 주류매대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상품이 있었다. '서민 맥주', 이름만으로 이 술의 목적성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예전에 음주하였던 '서민 막걸리'의 자매품 같은 느낌인데, 그때 먹었던 막걸리의 맛이 나쁘지 않았으니 맥주 역시 괜찮지 않을까.


그래, 그렇게 오늘은 이 녀석의 뚜껑을 열어보게 되었다. 

서민들을 위한 착한 가격과 맛, 서민맥주

요즘 맥주 캔의 디자인을 보면 이전에 비하여 참으로 다채로운 것들이 많다만, '서민맥주'는 '서민'이란 이름이 붙어 있어 그런지 아니면 캔 자체의 디자인이 그런 것인지 상당히 예스러운 느낌이 있다. 


짙은 녹색으로 이루어져 있는 캔의 전반적인 색과, '서민맥주'라는 이름 아래로 보이는 '잘 살아보세'라는 슬로건. 눈앞의 술과 굉장히 잘 어울리는 문구라는 것엔 이견이 없으나, 이 문구로 인해 한층 더 옛날의 감성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서민맥주'는 '플래티넘크래프트맥주(주)'와 'CU'가 서민의 지갑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어낸 술로서, 라거의 청량감과 에일맥주 계열의 홉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하고 중간 마진을 낮춰 이러한 가격으로 탄생할 수 있었으며, 깔끔한 목 넘김이 장점이라고 한다. 


이 술의 용량은 500ML, 도수는 5도, 가격은 1500원이다. 발포주도 아니고 맥주 한 캔의 가격이 1500원 이라니, 현재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를 참고하면 '카스 프레쉬 500ML'의 최저가가 2,180원이다. 즉 한국맥주 한 캔의 가장 낮은 값이라고 하여도 서민 맥주와는 2~30%가 차이 나는 셈, '서민맥주'의 정확한 맥아 함유량이 궁금해진다.

잔에 따른 술은 노란 레몬빛 색깔을 자랑한다. 안으로 차오르는 기포와 위에 위치한 거품이 한 폭의 그림처럼 눈을 떼지 못하도록 만든다.


코를 가져다 대니 일반적인 라거 맥주보다 씁쓸한 향이 잔에서 흘러나온다. 시원하게 다가오는 오렌지 껍질과 시트러스, 감귤 등이 떠오르고, 흔히 말하는 열대과일향이 자리 잡고 있다. 약간 향이 연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그래도 가격을 생각했을 땐 상당히 만족스럽다.


한 모금 머금으면 씁쓸하면서도 산뜻한 맥주가 혀를 사로잡는다. 탄산이 목을 탁 칠 정도로 강한 편은 아니며, 목 넘김이 부드러운 축에 속한다. 사실 가격을 생각하면서 술을 들게 되면 일반 적으로 마시는 카스나 테라 등의 맛을 예상할 수밖에 없는데, 개인적으론 느끼기엔 맛은 이전에 음주하였던 '에일의 정석'과 유사한 방향을 지니고 있었다.


맛의 구성은 산미와 쌉싸름함, 감칠맛과 과실향으로 이루어져 있고, 혀에서부터 목구멍까지의 과정이 크게 방해되는 것 없이 가볍게 지나간다. 목 넘김 이후에는 특유의 향과 쓴 맛을 고미를 남기고 사라져 감칠맛이 혀 끝까지 머무는 기분이다.


적당한 바디감과 에일과 라거를 섞은 풍미, 고소하면서도 씁쓸한 산미를 가지고 있는 술로서, 1500원이라는 가격에 비해선 상당히 조화롭고 훌륭한 구성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평소에 카스나 테라 등의 라거맥주를 즐기는 사람에겐 약간 낯설 수 있으나, 에일이 궁금한 사람은 저렴한 가격의 페일라거인 '서민맥주'를 통해 맛의 일부분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시도일 것이다.


전체적으로 나에겐 꽤나 만족스러운 술이었다. 이전에 먹었던 '곰표 밀맥주'의 열대과일향과 '에일의 정석'의 맛, 거기에 라거를 살짝 섞으면 이런 술이 되지 않을까 싶다. 포인트는 그 향미를 1500원에 느낄 수 있다는 것인데, 물론 그 정도를 100%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70% 정도는 근접한 듯하다. 만약 소맥을 먹을 목적으로 술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한 캔 즐기는 용도라면 앞으론 이 '서민맥주'를 애용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기름기 있는 음식을 추천하고 싶다. 치킨은 당연하고, 피자, 튀김 등 묵직하면서도 맛있는 안주가 주는 느끼함을 단 번에 씻겨 내려줄 것이다.


'서민맥주' 예스러워 보이는 디자인과 이름에 비하여 고급스러운 맛을 지닌 친구였다. 가격대비 맛이 꽤 괜찮에 느껴졌기에,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음주해 보길 권한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편의점 행사를 이용하여도, 혹은 대형마트의 묶음 구매를 이용하여도 1500원이라는 가격은 보기 힘들다. 가격이 깡패라는 것을 여실히 느끼는 순간이었다. 거기에 질도 좋으니, 더 할 말이 없다.


착한 가격과 맛을 지닌 '서민맥주'의 주간평가는 3.8/5.0이다. 나에겐 서민막걸리보다 서민맥주가 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양과 서양의 조화를 한 곳에 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