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에 약과를 더하면 어떻게 될까
-달콤한 약과와 흑맥주가 만나다'이웃집 통통이 약과향 흑맥주'를 음주했다
요즘 편의점을 가보면 흔히 말하는 MZ세대를 저격하는 술들을 자주 마주할 수 있다.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던 술들은 비교적 전통을 방법을 많이 따르는 듯하였는데, 최근엔 디자인이 독특하거나, 맛이 특별하거나 등 자신만의 통통 튀는 매력을 가지는 술들이 여기저기서 모습을 드러낸다.
오늘 내가 가져온 술 역시 눈길을 끌 수밖에 없는 이름과 맛을 지닌 친구이다. '이웃집 통통이 약과향 흑맥주', 명칭을 보면 바로 알 수 있겠지만 흑맥주에 무려 약과향을 첨가하였다. 상상해 보면 대충이나마 향미를 알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외외로 잘 예상이 되지 않는다. 약과가 다시 유행을 한다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으나 맥주에게 까지 첨가될 줄이야.
어디, 얼마나 훌륭한 조화를 보여줄지 기대해 보며 캔을 따보도록 하겠다.
달콤한 약과와 흑맥주가 만나다, 이웃집 통통이 약과향 흑맥주
누가보아도 참으로 귀여운 디자인이다. 약과를 본떠 그려놓은 맥주의 아래, 윗부분과 그 밑으로 흐르는 흑맥주, 마지막으로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매력적인 통통이까지. 글자체 역시 낙서 같은 느낌을 주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만든다.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통통하게 생긴 친구를 손에 들지 않을 수가 있을까.
'이웃집 통통이 약과향 흑맥주'는 CU와 압구정 로데오의 인기카페인 '이웃집 통통이'가 콜라보하여 탄생한 제품으로서, MZ세대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며 4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280만 개를 돌파하였다.
부드럽고 달콤한 약과향이 첨가되어 있어 향으로 먼저 즐길 수 있으며, 스페셜 다크 몰트를 사용해 초콜릿, 캐러멜, 쿠키의 풍미와 약과, 시나몬 아로마의 조화와 부드러운 목 넘김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한다.
이 술의 용량은 500ML, 도수는 4.3도, 가격은 4000원. 해외 맥주 한 캔과 비슷한 가격이기에 비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나, 편의점에서 4캔, 혹은 5캔 구매 시 묶음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이벤트를 이용하여 구매하길 바란다.
잔에 따른 맥주는 흑맥주의 색깔을 여실 없이 뽐내고 있다. 검은색 술 위로는 부드러우면서도 입체감 있는 거품이 위치하고 있고, 검은색의 바다 안으로 빼곡히 자리 잡은 기포들은 청량감에 대한 기대감을 한 층 높여준다.
코를 가져다 대면 시나몬과 약과가 섞인 듯한 향이 잔을 타고 올라온다. 약간의 달콤함을 머금은 채로 코 끝을 은은하게 간지럽히며, 약과보다는 시나몬 특유의 향이 좀 더 크게 느껴진다. 끝 부분에서 미세하게 바닐라의 느낌이 나긴 하는데, 전체적인 향의 방향은 시나몬 위주로 이루어져 있다. 딱 흑맥주 위에 시나몬 가루를 올린 듯한 냄새이다. 그런데 뭔가 미묘한.
한 모금 머금으면 달콤 씁쓸한 흑맥주가 그대로 혀를 감싸 안는다. 분명히 설명을 들었을 때는 달콤한 맛이 중심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막상 한 모금 먹어보니 흑맥주의 쓴 맛이 강하게 다가온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단 맛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달콤함은 나름대로 쓴 맛의 주변을 살짝씩 곁들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약과의 맛이나 향을 기대하면서 먹는다면 아무래도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전반적으로 우리가 흔히 아는 흑맥주의 멋매를 가지고 있고, 그 안에 계피의 향미, 바닐라의 향과 조금의 감미가 담겨있다. 만약 자신이 쓴 맛이 나는 술을 싫어한다면 '이웃집 통통이 약과향 흑맥주'는 멀리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적당한 바디감과 탄산으로 목구멍을 부드럽게 넘어가고, 이후 특유의 향과 씁쓸함을 남기고 사라진다. 여운의 마지막에선 단 맛이 혀에 머무는데, 이때 느껴지는 향미는 개인적으로 인공적인 느낌을 담고 있어 아쉽게 여겨졌다. 약과와 아예 유사한 맛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으나, 결과적인 맛을 보면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형태로 완성되었다. 달콤한 술을 예상했던 사람에겐 술이 가진 쓴 맛이 낯설게 느껴져 편하게 마시기 힘들며, 흑맥주를 선호하는 사람은 술이 가진 인공적인 단 맛에 미간을 찌푸리게 될지도 모른다.
정리하자면 '이웃집 통통이 약과향 흑맥주'라는 이름에 현혹되지 말고, 계피와 바닐라의 향미가 첨가된 흑맥주라고 생각하며 구매하길 바란다. 다들 이름 때문에 당연하게도 약과 고유의 향미를 예상하겠지만, 아쉽게도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다. 우리가 흑맥주를 마실 때 늘 느껴지는 한약재의 느낌도 포함되어 있으니, 자신의 취향을 잘 고려하여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귀여운 외모에 이러한 맛이라니, 맛도 좀 귀여우면 좋으련만. 달콤한 약과는 통통이가 다 먹었나 보다.
'이웃집 통통이 약과향 흑맥주' 기대가 큰 만큼 아쉬움을 가져다준 술이었다. 그렇게 맛이 나쁘진 않지만, 아무래도 이름을 보며 예상했던 맛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위에도 써 놓았지만 한 캔의 가격은 4000원으로서 약간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니, 편의점에서 진행하는 캔맥주 행사를 꼭 이용하길 바란다. 반 값 이하 수준으로 떨어진다.
계피를 머금은 흑맥주 '이웃집 통통이 약과향 흑맥주'의 주간평가는 2.8 / 5.0이다. 새롭지 않았으나 낯선 맛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