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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Oct 09. 2023

광양 백운산에서 태어난 고운 약주

- 백운산의 정기를 대나무에 담다, '백운 대나무술'를 음주해 보았다.

오늘은 또 어떤 술을 먹어볼까 고민하며 주류를 살피던 중, 인상적인 병 모양 때문인지 유독 한 친구가 내 눈에 띄었다. 최근 나오는 전통주들을 보면 대부분 병 자체는 비슷한 것들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 술은 나온 지 연식이 꽤 된 것인지 오로지 술만을 위하여 병을 제작한 것처럼 보였다.


'백운 대나무술' 이름부터 심상치가 않다. 명칭만 보아도 어떠한 재료가 들어갔는지 대충은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으로서, 아직까지 대잎술이나 대통술을 먹어본 적이 없기에 상당히 기대가 차오른다. 준비된 자연에서 만들어져 아주 좋은 향미를 보여준다고 하는 '대나무술', 그 향과 맛은 어떨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백운산의 정기를 대나무에 담다, 백운 대나무술

아무리 봐도 눈에 띌 수밖에 없는 병이라고 생각이 든다. 죽통을 그대로 가져다 쓴 듯한 디자인에 '대나무술'이라는 이름이라니, 이걸 보고 어떻게 술의 맛을 궁금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 


대나무를 그대로 담고 있는 듯한 초록빛의 색깔과 누가 보아도 예스러운 느낌을 지닌 글자체는 술의 전통미를 더해주며, 거기에 최근 출시되는 술들에 비하여 저렴한 가격은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어 준다. 


'백운 대나무술'은 '백운주가'에서 백운산 기슭의 맑은 물로 빚어 탄생한 술로서, 저온 장기 휴면 발효 공법과 자체 개발한 항균포를 이용하여 은은한 향과 감칠맛을 선보인다.


'동의보감'에 뇌졸중과 심신 안정에 효능이 있다고 소개된 '대나무 잎'을 백운산의 자연에 더하여 만들어졌으며, 얼음과 함께 온 더락으로 음주하면 대나무 잎의 향을 더욱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이 술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11도, 가격은 3900원이다. 최근 만 원 이상의 전통주가 아주 넘실거리는 판국에 이 정도 값이라면 상당히 저렴하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맛을 보기 전이기에 정확한 판단을 내리긴 어렵지만,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외관을 보면 어느 정도 믿음이 간다.

잔에 따른 술은 병 밖으로 볼 때와는 달리 밝은 노란

색을 보여준다. 참으로 고요하고 깨끗해 보이는 물결이이다.


코를 가져다 대니 외외로 달콤한 향이 잔을 타고 올라온다. 보통 약주의 향을 맡아보면 씁쓸함이 중심이 되어 다가오는데, '백운 대나무술'의 경우 쌀과 대잎향에 달콤함과 산뜻함, 그리고 미세한 산미가 지나가며, 끝에 가서야 약간의 씁쓸함과 쿰쿰함이 느껴진다.


향 자체가 약한 편이기에 대나무 향을 오롯이 느끼긴 어렵지만, 코 사이로 그윽하게 퍼지는 것이 산들바람 같은 향이라고 생각된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부드러운 술이 혀를 안아준다. 향에서 쓴 맛이 느껴지지 않아도 맛에선 다른 술들이 더러 있기에 조금의 긴장을 하고 있었으나, 그런 불안을 씻겨내려 주는 것처럼 깔끔한 쌀의 풍미가 전해져 온다.

씁쓸함 보다는 단 맛 위주로 이루어져 있는 술이며, 약주가 가져다주는 쿰쿰하고도 낯선 맛 역시 잘 느껴지지 않는다. 병만 봐서는 누가 마셔도 예스러운 느낌을 강하게 건넬 것처럼 생긴 친구지만, 막상 마셔보면 달콤하고도 고운 주감으로 혀에서부터 목구멍까지의 과정이 상당히 곱게 진행된다.


목 넘김 이후에는 감칠맛과 함께 약간의 산미를 남겨 놓고 사라지며, 여운 자체는 그리 길지 않다고 여겨진다. 맛이나 향이나 둘 다 은은하게 자리 잡고 있기에 가볍게 흘러왔다 가볍게 떠나가는 듯하다.


대나무 향이나 맛을 대단히 느낄 수 있는 술이라고 말하긴 조금 어렵다. 물론 내가 대나무에 대해서 무지하여 이러한 말을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향이나 맛이 강한 편이 아니다. 약주와 청주에 중간쯤에 위치하여 부드러운 곡물의 풍미와 쓴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감미와 산미가 매력적인 술로서, 그 사이에서 대잎향이 미세하게 맴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진입장벽이 예상보다 낮은 술이었다. 외관만 보고서 얼마나 쓸까 생각했는데, 특별히 씁쓸함을 유발할만한 약재가 들어가지 않아서 그런지 매끄럽고 마시기 편한 술이었다. 도수도 11도에 불과하며, 알코올의 역한 향미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으니 관심이 가는 사람은 한 번쯤 음주해 보길 바란다.


만약 구매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민어전이나 떡갈비 등을 추천하고 싶다. 매력적인 술과 안주의 조합은 양부가 갈리지 않는 좋은 시간을 가져다줄 것이다.


'백운 대나무술', 좋은 물을 써서 그런지 고운 질감을 가진 친구였다. 누구나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는 약주였으며, 나 역시 그러하였다.


술의 판매처가 굉장히 다양하다. 가격대 역시 3000원대 초반부터 4000원까지 위치하고 있으니, 여러 번 살펴보고 잘 판단하여 구매하는 것을 권한다. 얼마 차이 나지 않는 듯 하지만, 비율로 따지면 20% 정도의 차이를 가진 게 된다.


대나무를 간직한 '백운 대나무술'의 주간 평가는 3.4 / 5.0이다. 옅은 대잎향은 아쉬웠으나, 가격과 부드러운 약주의 매력은 만족스러웠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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