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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Oct 11. 2023

40도의 강렬함 보다 돋보이는 싱그러운 사과의 향

- 미인도보다 아름다운 사과의 여운, '춘희40'를 음주해보았다.

충청도와 경상도의 경계선에 위치하여 해발 500m 백두대간 소백산 자락엔 한적한 시골마을이 있다. 이곳엔 귀농인 청년 단체와 마을 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술을 빚는데, 마을의 사과가 그렇게 훌륭하다고 하니 이 훌륭한 과실로 작품을 만들어보고자 했다고 한다.


'춘희', 술의 명칭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이름이다. 아주 예전 조선시대 쯤 미인의 이름이 이러하지 않았을까. 시골마을에서 탄생한 술이어서 그런지 마시기 전임에도 벌써부터 전통의 미를 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직 여러분들에게 소개할 술들이 굉장히 많이 밀려 있는 상태지만, 아름다운 그림과 이름이 유독 마음에 걸려 오늘은 이 전통주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그럼, 특별한 사과로 만들어진 술의 맛과 향은 어떨지, 그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미인도보다 아름다운 사과의 여운, 춘희40

포장되어 있는 상자의 모습부터 상당히 이목을 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중 하나인 '신윤복'의 '미인도'를 중심에 그려 놓았으며, 그 주변으로 보이는 배경은 당시의 한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술의 이름에 굉장히 잘 어울리는 디자인 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전통주들을 보면 괜찮은 그림을 가져다 놓아도 술에 대하여 너무 상세히 설명하느라 본연의 멋을 살리지 못한 경우도 허다한데, 그림 한 장과 술의 명칭 하나 만으로 자신이 가진 미를 잘 나타내고 있다.


'춘희 40'은 '착한농부'에서 국내산 사과로 빚은 사과증류주로서, 좋은 원료로 정성스레 만들어 사과 고유의 향과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으며, 증류주의 깔끔한 맛과 목넘김이 장점인 술이다.

마을이장 부부와 이웃들이 재배한 사과로 탄생하였고, 그 이장 부인의 이름이 '춘희'이니 술 이름을 춘희라고 지었다고 한다. 봄 춘(春)자에 여자 姬가 합쳐져 탄생한 이름이라고. 


이 증류주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40도, 가격은 22,000원이다. 술 한 병에 2만원이 넘어가는 것은 결코 싸다고 말할 수 없는 가격이지만, 왠지 고급스러운 그림을 보면 어느정도 이해가 가기도 한다. 


참고로 병에 따라서 가격이 상이한데 3000원 정도 차이가 나니 선물용이 아니라면 일반 병으로 구입하길 바란다. 선물용으로 구입할 경우 마개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좀 더 고급스럽게 변한다.

잔에 따른 술은 일반적인 증류주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매끄럽고 투명하며, 겉보기에는 우리가 마시는 소주와도 다른 것이 없다.


코를 가져다 대니 알콜과 함께 부드러운 사과향이 올라온다. 40도의 도수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코에 살짝 맵싸한 느낌을 가져다 주고, 뒤이어 따라오는 과실은 약간의 달콤함을 머금고 있어 어느정도 숙성된 사과향처럼 생각된다. 


향이 예상보다 상당히 좋다. 잔에 코를 막 가져다 댔을 때만 매콤함이 느껴지고, 시간이 약간 지난 후에는 사과의 달콤함이 주로 머물러 있다. 이 때 산미는 잘 다가오지 않는 것이 빨갛게 익은 사과에 코를 둔 듯 하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약간의 작열감과 함께 사과향이 코를 스쳐지나간다. 향에서는 처음을 제외하면 40도라는 도수를 확실히 느끼기 어려웠으나, 맛에서는 아니다. 조금의 단 맛이 느껴진 직후 알콜의 맵싸함이 코와 혀를 적시며, 목구멍까지 이어진다.

주감 자체는 상당히 부드러운 술로서, 술을 마실 때 코를 덮는 향 때문인지 입과 코가 동시에 즐거울 수 있는 술이다. 깔끔하면서도 고운 풍미에 혀에서부터 목넘김까지는 상당히 가볍게 이루어지고, 처음에 느껴졌던 뜨거움 역시 잔을 반복할수록 줄어들어간다.


목넘김 이후에는 숙성된 사과의 향과 도수의 잔해가 잠깐 머물렀다가 사라진다. 여운이 간결한 술이며, 도수에 비해서 한 잔을 끝냈을 때 느껴지는 부담이 덜하다. 


맛 자체는 상당히 단순하게 이루어져 있다. 고운 질감과 미세한 감미, 거기에 목을 뜨겁게 만드는 작열감과 코를 즐겁게 만드는 사과향까지. 이 4가지의 요소가 상당히 조화롭게 이루어져 있어 도수의 맵싸함이 전달됨에도 역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매끄럽게 사과 향으로 마무리 짓는다. 보통 높은 도수가 주는 강렬함이 약점으로 다가오는 술들이 많은데, '춘희 40'은 그럼에도 풍미가 흐뜨러지지 않아 장점으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다른 40도에 비하여 비교적 부드럽다는 것이지, 그렇다고 하여 40도의 도수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고도수의 술을 힘들어하거나, 자신이 금방 취하는 편이라면 크게 추천하기 어려우며, 반대로 고도수의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음주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만약 술을 마실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도미찜, 광어회 등을 권한다. 회 한점과 '춘희 40'의 향기로운 술 한잔이라면 아주 행복한 시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춘희40', 신윤복의 미인도와 같이 아름다운 술이었다. 매운 도수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나에게는 과실향과 같이 다가오는 작열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구매 시 판매처가 굉장히 다양함을 알 수 있다. 어디서 사냐에 따라서 2000원 정도의 차이가 나니 잘 보고 판다하길 바란다. 만약 구매처도 잘 못 찾고, 실수로 고급병을 구매한다면 5000원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싱그러운 '춘희 40'의 주간 평가는 3.7 / 5.0 이다. 아름다운 그림에 어울리는 감미로운 술이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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