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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Oct 13. 2023

가장 비싸고, 가장 도수가 높은 전통주

- 가장 비싸고, 가장 강렬한 전통주 '적송자72'를 음주해보았다.

오늘 구매하게 된 술은 단순한 궁금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전통주는 무엇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도수가 높은 술은 무엇일까. 이 두 가지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 의문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가장 비싸거나 높은 도수의 술을 찾는다고 하여 내가 그것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 같은 경우는 최고의 가격의 가진 술이 약 80억 원에 달하니, 과연 우리나라는 어떨까 그저 궁금했을 뿐이다.


위스키나 와인 같은 수입주류와 달리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통주는 인터넷에 판매할 수 있기에 주류를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운이 좋은 것인지 가장 높은 도수의 술과 가장 비싼 술을 동시에 찾을 수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 전통주가 그 두 가지를 다 포함하고 있기 때문.


'적송자 72', 굉장히 한국적인 이름을 가진 증류주이다. 검색에서 나온 가장 비싼 전통주이지만 외외로 흔히 말하는 초고가 위스키 정도의 값은 아니었으며, 바틀로만 파는 것이 아닌 미니어처로 소분해서 팔고 있어서 여러분에게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 과연 가장 도수가 높은 전통주는 어떠한 맛과 향을 보여줄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가장 비싸고 가장 강렬한 전통주, 적송자 72

미니어처답게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를 자랑하는 술이다. 포장지는 특유의 전통미를 담고 있으며,  전면부에 길게 설명을 늘여놓기보다는 '적송자 72'라는 이름을 중심으로 하여 간단하게 설명이 쓰여 있다.


포장지를 열고 병을 보아도 확실히 큰 디자인이 쓰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술의 명칭이 전면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 옆에 영어로 술에 대한 이야기를 약간 늘어놓은 것이 끝이다. 


사실 어느 정도 가격이 있기 때문에 묵으로 그린 듯한 소나무 하나만 있었어도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별다른 도안 없이 이름만 적어 놓았다는 것은 술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적송자 72'는 '인산농장'에서 삼봉산 해발 500여 미터 지점의 지하 암반층에서 솟아나는 광천수를 이용해 만든 술로서, 질 좋은 찹쌀과 직접 만든 누룩으로 빚어진 술이다.


이 증류주는 오양주라고 하여 긴 기간을 보내야 완성된다. 밑술을 담아 5번에 걸쳐서 원재료를 배합하며, 이후 담금통에 담아 45일간 발효를 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발효가 끝나면 또다시 분리작업을 거쳐 영상 5도씨에서 90일간 숙성을 시키고 그러고 나서 2회 증류 과정을 지나야 생산될 준비를 끝마치는 것이다. 


이토록 대단한 노력을 투자한 술의 용량은 50ML, 도수는, 72도, 가격은 30,000원. 미니어쳐에 불과한 용량을 지녔음에도 웬만한 전통주 이상의 값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원 바틀은 500ml이기 때문에 값의 열 배인 300,000원에 해당하며, 혹여나 명칭의 유래에 대해 궁금해할 사람들을 위해 말해주자면 '적송자'는 중국 신농씨 시대의 신화 속 인물인 우신(雨神)의 이름을 가져왔다고 한다.

잔에 따른 술은 다른 증류주들과 크게 다를 것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늘 말했듯이 투명하고 매끄러우며, 밝은 바다를 비추는 것 같다.


코를 가져다 대니 생각보다 부드러운 향이 잔으로부터 올라온다. 72도라는 도수만 봐서는 맵싸함이 곧바로 코를 잡아채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그 정도의 고도수라 고는 믿기지 않을 부드러움을 가져다준다. 물론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며, 약간의 맵싸함과 밀, 찹쌀의 향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 모금 먹어보니 혀에 닿을 때 잠깐 전해지는 쌀의 풍미와 함께 혀, 입, 목구멍까지 몸 전체로 작열감이 퍼져나간다. 폭풍 같은 술이다. 향에서 느끼지 못한 72도의 도수가 맛에는 그대로 담겨 있는 듯하다. 보통 이 작열감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뜨겁다는 말을 하지 따갑다는 단어는 잘 쓰지 않는데, 이 술은 입술에 닿자마자 따갑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 따가움은 목구멍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식도를 따라 내려가고, 위에 도달하고 나서야 나아서는 것을 멈춘 채 잠깐동안 머물러 있는다.

고도수의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증류주이다. 가벼운 무게에 조금의 감미, 찹쌀의 향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으며, 질감 자체는 부드럽게 가지고 있어 목구멍까지 간결히 지나간다. 술이 혀에 닿고 처음 잠깐 동안 향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고, 그 뒤로는 곧바로 72도의 작열감이 찾아오니 소주 마시듯이 한 번에 마시는 것보단 조금씩 따라 술을 즐기며 마시는 것이 좋아 보인다.


굉장히 높은 알코올 도수를 가졌지만 고도수의 알코올이 가지는 역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잘 정제된 순수한 고도수의 알코올이 주는 강렬함이 미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술로서, 이러한 타격감과 작열감의 호불호에 따라 술에 대한 선호도 역시 갈릴 듯하다. 자신이 작열감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음주해 보길 바라며, 만약 이러한 느낌을 싫어하거나 취기가 빨리 찾아오는 편이라면 이 술은 삼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도수만큼이나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주류였다. 최근에 먹어본 술들 중 가장 높은 도수의 술이 55도짜리였는데, 조금 과장해서 그 술이 순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격렬한 맛을 나에게 선사하였다. 포인트는 그러한 격렬함이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다는 것. 쉽게 맛볼 수 없는 태양 같은 술은 확실히 만족스러웠다. 미니어처를 마셨는데도 살짝 알딸딸한 것을 보니 한 병을 다 마셨다면 이미 잠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회나 매운탕, 혹은 기름기 많은 음식을 추천한다. 기름기는 위를 보호해 주고, 강렬한 술은 기름기를 깨끗이 내려주어 좋은 궁합이 될 것이다.


'적송자 72' 예상대로 강한 힘을 보여주는 친구였다. 한 모금 만으로 처음 느껴보는 강한 매력을 선사하였고, 내 장기의 위치를 모두 알게 해 주었다. 궁금하여 적송자 뒤에 소주를 한 잔 들이켜봤는데, 아주 그냥 물이 따로 없더라.


판매처에 따라 약간씩 가격이 상이하니 잘 보고 사길 바란다. 바틀 기준 어디서 사냐에 따라 30000원 정도의 차이가 난다. 절대 무시 못할 가격이다.


그 무엇보다 순수한 '적송자 72'의 주간평가는 4.0/5.0 이다. 태풍의 눈을 술로 만든 다면 이것이 아닐까.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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