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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음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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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Oct 19. 2023

숲 속의 정자에서 비를 맞는 듯하다

-맑은하늘 아래 산소를 들이키다,'편백숲 산소막걸리 순수령'을 음주했다

비가 오고 날씨가 꿉꿉한 날엔 누구나 떠올리는 주류가 하나 있다. '막걸리', 다른 술들과 달리 날씨가 좋지 않으면 더욱 떠오르는 술로서, 문 밖에서 들리는 빗소리와 함께 막걸리를 음주한다면 감성에 젖는 듯한 분위기와 함께 기분 좋은 취기를 느낄 수 있다. 이 특유의 공기는 정말 비 오는 날 막걸리를 먹어야지만 만끽할 수 있는 것이기에 먹구름이 지면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전집에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 오늘은 손님이 온 것인지 누군가 방 창문을 계속 두드린다. 천천히 두드리는 것을 보아하니 그리 바쁜 사람은 아닌 듯 하지만, 어찌 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때를 놓치겠는가. 이 객이 지나가기 전에 빠르게 목을 적셔야지. 


빠르게 손님과 함께 즐기기 위해 냉장고 안에 있는 술을 꺼내 왔다. '편백숲 산소막걸리 순수령', 막걸리를 즐긴 지 시간이 꽤 지난 듯하여 구매한 탁주이다. 이름이 굉장히 길고 특이한데, 그만큼 막걸리 자체의 깨끗함이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한다. 그러니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맑은하늘 아래 산소를 들이키다, 편백숲 산소막걸리 순수령

상당히 감성적인 디자인이다. 다양한 미사여구를 붙이기보단 청록색의 배경을 넣어 편백숲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 가운데 그려진 조그마한 숲은 술이 보여줄 향미를 미리 설명해 주는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빽빽하게 글로서 표현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에 상당히 마음에 드는 도안이다. 


특히나 청록색의 배경에서 막걸리의 색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아 더욱 좋은 것 같다.


'편백숲 산소막걸리 순수령'은 '청산녹수'가 맛과 영양이 풍부한 100%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여 만든 술로서, 첨가물 없이 쌀, 누룩, 물로 빚어 막걸리 본연의 순수한 맛을 간직하고 있다.


02 발효기술과 한국식품연구원이 전통누룩에서 찾은 토종효모를 이용하였으며, 15도 이하의 극저온에서 장기간 발효하여 부드러움과 색감, 바디감을 극대화하였다. 이렇게 태어난 술은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며 편백숲에서 산림욕을 즐기는 한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이 막걸리의 용량은 750ML, 도수는 5.8도, 가격은 5000원. 최근 비싼 전통주들이 하도 많이 보이는 탓에 이 정도 값이라면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가가 오른 것인지, 내 지갑이 궁한 것인진 모르겠지만 여하튼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이다.

잔에 따른 술은 일반적인 우유보다 살짝 진한 색깔을 선보인다. 딱 우유와 요구르트의 중간정도 빛깔이 아닐까, 왠지 벌써부터 부드럽고 달콤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코를 가져다 대니 달짝지근하고 깨끗한 향이 잔을 타고 올라온다. 누룩향과 과실향을 담고 있으며, 약간의 요구르트 냄새도 가지고 있다. 후숙 된 과일이 아닌 신선한 과일에 가까운 느낌이고, 개인적으론 과일 중 멜론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된다.


깔끔하고 은은하게 코를 적시는 것이 상당히 좋다. 순수하며 깨끗해 크게 호불호가 없을 만한 향이다.


이어서 한 모금 먹어보니 부드럽고 달콤한 막걸리가 혀를 감싸준다. 곡식의 단 맛과 산미를 모두 지녔으며, 산미에 비해선 단 맛 중심으로 맛이 이루어져 있는 듯하고, 크게 텁텁한 느낌 없이 혀에서부터 목구멍까지의 과정이 굉장히 곱게 진행된다.  

묵직하고 알코올이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탁주라기 보단 단아하고 순수한 구름 같은 막걸리라고 여겨진다. 술을 넘기는 데 있어서 일체의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기에 부드럽고 달콤한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선호할만한 술이다.


목 넘김 이후에는 약간의 감미와 과실향을 남기고 사라진다. 산미가 그리 심하지 않음에도 혀에 침이 고이는 술이며, 길지 않은 여운의 끝에선 미세하게 고소함이 느껴진다.


적당한 바디감에 고운 구름 같은 풍미가 참으로 매력적이다. 단 맛과 산미, 과실향과 부드러운 질감이 대표적으로 나타나고, 입에 방해되는 맛 하나 없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다.


가장 순수하고 고운 막걸리의 표준 같은 느낌으로서, 너무 음료수 같지도 않으며 너무 술 같지도 않다. 말 그대로 '막걸리'라는 이름하에 깔끔한 단 맛을 구현해 냈다. 보통 인공감미료를 사용하여 단 맛을 내면 인위적인 미감에 불편감을 느낄 때가 있는데, '편백숲 산소막걸리 순수령'은 그런 느낌이 전혀 없다. 지금까지 음주해 본 막걸리들 중 순수하단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 생각된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너무 무거운 안주보다는 살짝 가벼운 것들, '항정살 샐러드'나 '수육'등을 추천하고 싶다. 술이 부드럽고 깔끔하기에 짭조름하며 강렬한 안주보다는 약간이 간이 덜한 것들과 어울렸을 때 좋은 시간이 될 듯하다.


'편백숲산소막걸리 순수령', 이름 그대로의 술이었다. 편백숲 안의 산소는 참 맑고 깨끗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해 준다. 맛의 방향자체는 비슷한 막걸리들이 여럿 있지만, 특유의 순수함이 다른 술과의 차별점이라고 생각이 든다. 


만약 구매할 계획이 있다면 역시나 판매처를 잘 살피고 구매하길 바란다. 10%, 혹은 그 이상의 차이가 나기도 하니, 잘 보고 가성비 있게 구매하도록 하자.


맑은 물, 좋은 자연에서 탄생한 '편백숲산소막걸리 순수령'의 주간평가는 3.8/5.0이다. 숲 안에 들어와 빗소리를 듣는 듯한 술이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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