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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Oct 21. 2023

촛불의 풍미를 가져다주는 입문용 버번위스키

- 강렬함 속 숨어있는 곡물의 부드러움, '에반윌리엄스 바틀 인 본드'

최근 전통주를 주로 먹다 보니 너무 우리나라 술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 같아 오늘은 오랜만에 위스키 한 병을 들고 왔다. 주류도소매점이나 대형마트가 아닌 편의점 어플을 사용해 구매하였고, 그럼에도 일반적인 대형마트 보다 저렴하게 할인을 하는 것을 보니 확실히 요즘엔 위스키의 장벽이 많이 낮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에반윌리엄스 바틀 인 본드',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에반윌리엄스' 시리즈 중 하나이다. 다만 일반적인 위스키와는 달리 '바틀 인 본드'라는 말이 붙어있는데, 이는 1897년에 제정된 법에 따라 미국 재무성이 관리하고 감독하는 표준화된 규격에 맞게 생산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보통 생산되는 술보다는 좀 더 신경을 썼다는 뜻이다. 


간만에 마시는 위스키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50도가 넘어가는 이 뜨거운 위스키는 과연 어떠한 향미를 가져다 줄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강렬함 속 숨어있는 곡물의 부드러움, 에반윌리엄스 바틀 인 본드

일반적인 에반윌리엄스보다 조금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가져다준다. 대부분 검은색으로 이루어져 있는 기본적인 에반윌리엄스의 디자인과는 달리 흰색과 녹색계열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면부의 중앙에는 술의 이름과 같이 'BOTTLED IN BOND'라는 글자를 금박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 아래로는 녹색으로 쓰인 '100 PROOF'가 보인다. 간단히 말하면 미국 기준 50도라는 뜻으로서, 도수를 나타내는 단위라고 생각하면 된다. 흰색, 녹색, 검은색 등 비교적 여러 색이 사용된듯한 도안이 기존 '에반윌리엄스'보다 개인적으로 내 취향에 더 가깝다.


'에반윌리엄스 바틀 인 본드'는 'Heaven Hill Distilleries'에서 탄생한 위스키로서, '바틀 인 본드'라는 단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주원료를 51% 이상 사용하였고, 알코올 볼륨을 100 proof로 병입해 표준화된 규격에 맞춰서 태어난 친구이다.


고소한 곡물의 향과 바닐라, 캐러멜 등 오크 숙성에서 배어나는 다양한 아로마를 느낄 수 있으며, '바틀 인 본드'의 요건을 충족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자랑하여 '2021 San Francisco World Spirits Comepetition'에서 'Double Gold'를 수상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술의 용량은 750ML, 도수는 50도,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 약 4만 원 정도이다. 신기한 것이 예전과 달리 지금은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게 더 싼 위스키들이 꽤나 다수 존재한다. '에반윌리엄스 바틀 인 본드' 역시 그중 하나이며, 대형마트나 주류판매점에서 구매한다면 4만 원, 혹은 그 이상의 금액을 요구하지만 편의점 어플을 사용해 배송을 요청하면 그보다 20% 저렴한 32,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분명히 편의점엔 위스키를 몇 병 찾기도 어려웠던 것 같은데, 언제 세상이 이리 변한 건지.

글랜캐런 잔에 따른 술의 모습이다. 참으로 영롱한 빛깔이다. 호박색을 가득 머금은 채 자신을 뽐내는 것이 정말 보석이 따로 없다.


코를 가져다 대니 꽤나 달콤한 향이 흘러 들어와 코를 적신다. 꿀, 바닐라, 캐러멜, 오크, 나무, 건초 등의 향이 느껴지고, 그 끝으로 약간의 스모키 함이 맴돈다. 향 자체가 상당히 은은한 편이다. 생각보다 맵싸함이 크게 다가오지 않고, 가격을 저렴하게 구매해서 그런 것인지 기대했던 것에 비하여 훨씬 더 부드럽게 느껴졌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고운 술이 들어와 혀를 안아준다. 향과 마찬가지로 약간의 달콤함을 머금고 있으며, 입 안, 목구멍, 몸 순으로 그윽하게 따뜻함이 전달된다. 흔히 고도수가 주는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뜨거움이 아니라, 몸 안에 작은 촛불 하나가 켜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건초, 오크, 꿀, 다크 초콜릿 등 조금의 단 맛과 씁쓸함을 전해주면서 술은 혀를 지나가고, 목 넘김 이후에는 특유의 향과 따뜻함을 남겨 놓고 사라진다. 짧지 않은 여운으로 목구멍에 따스하게 자리 잡고 있는 느낌이 그리 나쁘지 않다.

강렬하지만 동시에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는 위스키이다. 부드러운 질감과 곡식의 풍미가 매력적인 술이며, 은은하게 코와 입에 자리 잡는 향미가 참으로 마음에 든다. 높은 도수를 지녔음에도 어느 하나 맛이 크게 튀어나오는 것 없고 무엇보다 가격대비 가져다주는 맛매가 확실히 괜찮다. 대신 체감도수가 낮은 술이라 멋모르고 마셨다간 금방 알딸딸해지니 조심해야 한다.


입문용 버번위스키를 찾는다면 '에반윌리엄스'보다 '바틀 인 본드'를 좀 더 추천하고 싶다. 보통 '에반 윌리엄스'의 가격이 3만 원쯤이며 현재 '바틀 인 본드'의 구매가가 32000원이기에 2000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가격에 비해서 느낄 수 있는 향미는 가격 이상을 보여주니 부드러운 강렬함을 느끼고 싶다면 한 번쯤 마셔보길 바란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비스킷, 그리고 약과 등을 추천한다. 물론 어떤 안주를 먹는지는 자신의 선택이지만, 나는 약과가 은근히 위스키에 잘 어울리는 듯하다. 오랜만에 위스키를 먹으니 오르는 취기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에반윌리엄스 바틀 인 본드', 그윽한 촛불 같은 술이었다. 높은 도수에서 그윽하게 퍼져오는 따뜻함은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나에게 선사하였다. 


위스키의 특징상 어디서 구매하냐에 따라 가격차이가 상당하다. 판매처에 따라 20~30% 정도의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32,000원에 구매했던 술이 4~5만 원까지 가기도 한다. 당연히 내가 구매한 곳 보다 더 싼 곳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다른 곳을 찾지 못해 구매처가 궁금한 사람은 언제든지 편하게 물어보았으면 좋겠다.


일렁이는 불꽃 '에반윌리엄스 바틀 인 본드'의 주간평가는 3.8/5.0이다. 입문용 버번위스키로 참 마음에 든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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