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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Oct 18. 2023

오크에 담긴 안동소주는 특별하다

- 우리의 우리됨을 찾아주는 술, '안동소주 올소 35'를 음주해보았다.

최근 새로운 술에 대한 고민과 함께 다양한 주류를 찾아보면서 느낀 것이, 우리나라의 전통주로 유명한 '안동소주'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이다. 이전에 술에 대해서 그렇게 큰 관심이 없고, 잘 접하지 않을 때만 하더라도 이 이름난 소주를 판매하는 곳은 한 두 군데나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이 술은 생각보다 다양한 이름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의미로 오늘 여러분에게 이야기할 술 역시 이 '안동소주'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친구이다. '안동소주 올소', 우리 쌀농사 전문가와 우리 술 전문가가 만나 탄생한 작품으로서, 맛있고 값싸며 건강한 우리 소주를 홍부하여 농촌도 살리고, 우리의 우리 됨을 찾기 위해 태어났다고 한다. 누가보기에도 옳은 이름을 가진 이 술의 맛과 향은 어떨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우리의 우리됨을 찾아주는 술, 안동소주 올소 35

요즘 출시되는 전통주들의 병과 약간의 차별점을 둔 모습이다. 조금 더 단단하고, 안이 잘 보이지 않으며 특별한 술 색깔과 맞물려 한국 특유의 단아한 전통미를 자랑한다. 보통 전면부에 보면 술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써놓은 경우가 많은데, '안동소주 올소'는 자신이 누구인지 그저 세로로 한 줄 내려앉았을 뿐이다.


병의 디자인과 안쪽에 비치는 술의 빛깔이 참으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 소주와 같이 투명하고 맑은 색을 자랑하는 '안동소주'사이에선 굉장히 드문 광경이다.


'안동소주 올소'는 '버버리찰떡'과 지역 찹쌀 생산농가 29호가 참여하여 100% 안동 찹쌀로 빚어낸 술로서, 우리 찹쌀 100%를 이용하였고 저온증류를 통해 안동소주 특유의 화근내와 누룩 내 등의 잡내를 제거한 증류주이다.


6개월간의 오크통 숙성을 통해 해로운 성분을 최대한 없앤 채로 탄생하였으며, 안동지역 내종가에서 전해지는 문중소주 제조비법으로 빚어졌다고 한다.


이 술의 용량은 360ML, 도수는 35도, 가격은 11,500원. 하도 최근에 출시되는 전통주들의 가격이 어마무시해서 그런지, 예전과 달리 이제는 만 원 근처에 있는 값들은 왠지 적당하게 여겨진다. 참고로 '안동소주 올소'는 25도와 35도 두 가지 시리즈가 존재하며, 당연히 35도짜리가 좀 더 비싸다.

잔에 따른 술은 약주를 따른 듯한 색깔을 선보인다. 오묘하니 아름다운 옅은 노란빛, 민들레 하나를 톡 떨어뜨린듯한 색은 맛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코를 가져다 대니 꽤나 색다른 향이 잔을 타고 올라온다. 오크와 전통주의 중간 정도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곡식의 향미와 과실이 합쳐지고 끝에 가서야 알코올향이 살짝 코를 적시며, 전반적으로 은은하게 다가오는 것이 꽤나 매력적인 향이다. 


역시나 잘 다듬은 소주답게 도수에 비하여 알코올의 역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우리에게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과일인 살구나 모과와 비슷한 방향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한 모금 머금으니 부드러운 질감을 가진 술이 혀를 감싸 안는다. 35도라는 고도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술이 워낙 고와 혀에서부터 목 넘김까지 불편함이 거의 없다시피 하며, 미세한 단 맛과 씁쓸함을 가지고 있는 상태로 목구멍을 넘어가고 나서야 따뜻함을 드러낸다.

찹쌀의 풍미와 위스키에서 느낄 수 있는 오크의 느낌이 공존하고 있다. 도수 대비 적은 맵싸함을 가졌고, 나무향을 입 안에 흩 뿌리면서 술은 입 안을 채워준다. 목 넘김 이후에는 앞서 말했던 모과와 오크가 반반 섞인 향이 코에 감돌며, 목구멍과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고, 이후 특유의 씁쓸함이 남아 맴돌면서 마무리된다. 여운은 딱 무던하다.


다른 안동소주에 비하여 자신의 매력이 뚜렷한 술이라고 생각된다. 흔히 말하는 배 향이나, 시원한 과실의 향이 나는 것이 아닌 오크, 나무, 모과, 살구, 풀잎 등의 향을 지녔고, 맛에 있어서도 우리나라 전통 증류주에 오크를 더한 상태이다. 물론 전통주 중 오크에 숙성되어 위스키와 비슷한 맛을 내는 것들이 꽤 존재하기에 비슷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보통 그러한 술들을 오크의 풍미가 강한 반면에 '안동소주 올소'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통주의 풍미가 조금 더 강하게 잡혀 있다. 


적당한 바디감에 다른 술에서 느끼기 힘든 향미는 확실히 마음을 이끈다. 전체적인 맛들이 각각 크게 튀는 것 없이 편백나무 위에서 노질을 하고 있는 듯하여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술처럼 느껴진다. '안동소주'를 좋아하거나 색다른 뭇매의 증류주를 맛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음주해 보아도 좋을 듯한 술이다.


만약 구매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한식을 추천한다. 떡갈비나 낙지볶음 등 매콤한 안주에도 잘 어울릴 술이다. 둘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낙지볶음을 좀 더 권하고 싶다.


'안동소주 올소', 자신만의 특별한 매력을 오롯이 가지고 있는 친구였다. 이질적이나 새롭고, 특별한. 도수에 비하여 알코올이 강하지 않기에 매끄러운 고도수를 찾는 사람에게도 잘 어울릴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 술의 경우 어디서 구매하냐에 따라 1000원 이상의 차이가 난다. 비율로 말하자면 약 10% 정도. 늘 말하듯이 잘 보고 조금이라도 싸게 구매하였으면 좋겠다.


우리됨을 찾아주는 '안동소주 올소'의 주간평가는 3.7/5.0이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점수를 고민하였는데, 새로움을 특별함으로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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