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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음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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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Oct 29. 2023

탱자씨, 당신 참 매력적이네요.

- 탱자와 단감의 고운 어우러짐, '탱자-씨 40'을 음주해보았다.

탱자, 다들 한 번씩은 들어본 이름이나 외외로 먹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친구이다. 나 역시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에 비해 쉽게 접했던 것 같은데, 최근엔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혹은 보기 힘들어서 그런 것인지 차든 청이든 크게 접할 일이 없었던 것 같다. 


특유의 식감과 향이 일품인 이 탱자를 맛보는 방법은 굉장히 다양하다. 방금 말했다시피 차나 청이 될 수도 있고, 그 두 개가 맞지 않는다면 술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탱자술은 면역력을 증진시키고 혈압을 조절해 주며, 소화기능까지 개선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기에 탱자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선 집에서 술을 담가 먹는 경우도 여럿 존재한다.


여기까지 말했으니 이미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알아챘겠지만, 오늘 여러분에게 이야기할 술이 바로 이 다채로운 효능을 지닌 탱자주이다. '탱자-C', 탱자와 단감의 만남은 과연 어떠한 향미를 선사할지, 빠르게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탱자와 단감의 고운 어우러짐, 탱자-씨 40
 

그리 화려하지 않음에도 단아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모습이다. 열어서 여는 형태가 아닌 마개로 술병이 닫혀 있으며, 그 위로 곱게 둘러진 띠지가 돋보인다. 전면부에는 탱자그림 하나와 'TANGJA C'라고 적힌 술의 이름이 나타나 있는데, 그리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지 않음에도 술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탱자-씨'는 '가야양조'에서 김해산 햅쌀, 야생탱자, 진영단감 등의 좋은 품질의 원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증류주이다. 혼합방식을 사용하며 원재료 외 어떠한 첨가물 없이 증류하여 특유의 탄 냄새 및 이취가 없어 부드러운 맛을 가져다준다.


재료의 특색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2년간의 연구 끝에 나온 제품으로서 평균 4개월의 숙성과정과 5회의 숙성실 이동이 이루어지고, 순곡주를 두 번 빚어 술 거르기 없이 맑은술 만을 담아 5일 동안 숙성 후 증류를 하여 완성된다고 한다.


이 탱자를 담은 술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40도, 가격은 43,000원. 간단히 계산하자면 750ML에 86,000원이 되는 것이니 어지간한 엔트리급 위스키보다 비싼 값이다. 아무리 최근 전통주의 가격이 올랐다고 하더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마시기는 어려울 일이다.

잔에 따른 술은 증류주답게 투명하고 매끄러운 모습을 선보인다. 늘 그랬듯이 술의 모습에 대해선 별 다른 미사여구를 붙이기가 힘들다. 


코를 가져다 대니 씁쓸하고도 상큼한 향이 느껴진다. 탱자의 과실만의 향이 아닌, 껍질과 과실이 합쳐진 듯한 냄새. 이파리가 생각나는 씁쓸한 향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를 따라 약간의 알코올과 단감향이 감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향이 꽤나 괜찮다. 약재에서 느껴지는 씁쓸함 보다는 순수한 풀과 흙 같은 분위기를 지녔고, 그 사이에 조그마한 단감의 달콤함이 숨어있다. 확실히 매력 있는 냄새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향과 같은 씁쓸함이 부드럽게 혀를 감싸준다.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맛매가 아닌 과실 자체의 고미로서, 한 차례의 쓴 맛이 지난 후엔 목구멍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무작정 쓴 맛만 느껴졌다면 당연히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는 술이었겠으나, 탱자향과 함께 들어오는 맛의 어울림이 굉장히 훌륭하다. 미세한 단 맛과 산미, 고미와 특유의 향까지. 40도라는 고도수에도 불구하고 알코올의 역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으며, 인공적인 맛은 전혀 없는 채로 과실을 담고 있어 혀와 코를 동시에 즐겁게한다.


목 넘김 이후에는 따뜻함과 쌉싸름함, 탱자의 향을 남기고 사라진다. 이 중 향은 마지막까지 남아 코를 간지럽히며, 따뜻함은 목구멍을 통과해 몸의 가운데에 자리 잡는다. 이때 느껴지는 따스함도 마음에 들었지만, 개인적으론 코에 머무르는 탱자의 느낌이 더욱 만족스러웠다.


약간의 바디감에 과실 하나를 술로 옮긴듯한 풍미를 지닌 친구이다. 쓴 맛을 중심으로 하여 맛의 처음부터 끝가지 이루어져 있으나, 이 쓴 맛이 기분 나쁘지가 않다. 신 맛과 쓴 맛으로 이루어져 있는 탱자의 방향을 쓴 맛에 조금 더 신경 쓴듯한 느낌이 든다. 다만 알코올은 잘 다듬었고, 과실이 가진 풍미는 살려 혀에서부터 목구멍까지의 과정이 크게 불편하지 않으며, 너무 쓰다고 느낄 때쯤 단감이 아는 척을 해준다.


보통 어떤 과실을 토대로 술을 만들 때, 술의 명칭 앞에 이름을 붙여 소개하곤 한다. 예를 들면 사과를 이용했다면 '사과증류주', 포도를 이용했다면 '포도증류주' 등, 탱자를 사용해 태어난 '탱자-씨' 역시 탱자증류주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나는 이 '탱자증류주'라는 명칭이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을 음미하면서 일체의 이물감이 들지 않았으며, 순수하게 탱자를 즐긴다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자신이 씁쓸한 과실을 좋아한다면 꼭 한 번쯤 음주해 보길 바란다. 40도라는 도수가 너무 부담스럽다면 얼음과 토닉을 섞어 하이볼로 맛보는 것도 좋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소고기나 장어구이를 추천하고 싶다. 구이 한 점에 탱자-씨 한 잔은 굉장히 만족스러운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탱자-씨', 고풍스러운 고미를 가진 채 과실을 한 층 고급스럽게 바꾸어 놓았다. '탱자'라는 과실을 이름에 달만큼 충분한 모습을 증명하는 술이었다. 탱자 몇 개를 따서 홀짝이다 보니 어느새 세상이 비틀거리더라.


판매처에 따라 가격의 차이가 좀 나는 편이다. 얼핏 둘러봐도 7000원 정도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으니, 잘 살펴보고 저렴한 곳에서 구매하길 바란다. 무려 15% 이상 차이나는 금액이다.


탱자의 집에 단감이 놀러 온 '탱자-씨'의 주간 평가는 4.0/5.0이다. '탱자씨', 당신 참 매력적이네요.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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