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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Oct 26. 2023

오이증류주 '52C'가 아주 '오이시'

- 싱그러운 오이의 시원한 맛매, '52C'를 음주해보았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개성이 뚜렷한 술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름부터 시작해서 들어가는 재료까지, 특징이 강하고 남들과 달라야 살아남는 시대이기에 술 역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절대 감추지 않고 여실히 드러낸다. 


오늘 내가 가져온 술 역시 자신만의 특별함을 확실히 지니고 있는 친구이다. '52C' 이름만 봐서는 어떠한 술일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을 것이다. 도수가 52도라는 것일까, 아니면 일본어로 '맛있다'라는 뜻을 가진 '오이시'를 다르게 표현한 것일까. 여러 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 주지만, 아쉽게도 둘 다 아니다. 


작은 힌트를 주자면 이 술은 상상도 못 할 재료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어떻게 술의 명칭에서 떠오르는 뭔가가 있지 않는가? 없다면 '52C'를 반복해서 읽어보아라. 이렇게. 52C.. 52C.. 오이C.. 오이씨.. 오이... 그렇다, 이 술은 바로 오이를 이용한 증류주이다.


싱그러운 오이의 시원한 맛매, 52C

보기만 해도 시원해 보이는 병의 모습이다. 증류주 특유의 투명한 색이 발랄한 디자인과 잘 맞물려 싱그러운 느낌을 극대화시킨다. 전면부에 자리 잡은 라벨엔 귀엽게 그려진 오이가 이리저리 흘러 다니는데, 가운데 쓰인 '오이처럼 COOL하게'라는 문구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52C'는 '청산녹수'에서 오이를 침출해 만든 세계 최초의 오이 증류주이다. 아주 예전엔 소주에 오이를 넣어 마시는 소주가 유행했던 적이 있는데,  '52C'는 거기서 영감을 받아 출발한 술이다. 이렇게 오이를 섞어서 마시면 채소의 색과 향이 알코올 성분과 섞여 소주 특유의 역함이 부드러워진다.


술을 만드는 데 있어 높은 품질의 국내산 오이만을 사용하였으며, 쌀을 발효시킨 후 증류해 깊고 진한 풍미를 선보인다. 채소 자체의 신선한 향미와 은은한 멜론 향, 쌀의 단 맛까지 모두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참고로 '52C'는 '오이'와 오이를 뜻하는 영단어 'cucumber'를 합쳐서 만들어졌다.


이 술의 용량은 500ML, 도수는 17.5도, 가격은 10,000원이다. 적지 않은 용량에 소주와 비슷한 도수이다. 비록 10,000원이란 가격은 절대 싸다고 말하기 힘들지만, 오이의 새로운 특별함이 만족감을 가져다준다면 충분히 소비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여겨진다.

잔에 따른 술은 일반적인 증류주와 큰 차이가 없는 빛깔을 보여준다. 연두색을 띠는 것 같기도 하나 그 차이가 굉장히 미미하여 식별하기는 쉽지 않다. 


코를 가져다 대면 시원한 오이향이 잔으로부터 가득 올라온다. 생각보다 더욱 싱그러운 향이다. 어릴 적 

먹던 오이냉국이 떠오르며, 소주와 비슷한 도수를 지녔지만 알코올의 역함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딱 깔끔하면서 청량한 오이의 향, 너무 코를 대고 있다 보니 오이팩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니 채소의 풍미가 혀를 타고 들어온다. 특유의 성질 때문인지 다른 술보다 확실히 차갑게 마셨을 때 빛을 발하는 느낌이다. 신선한 청량감, 거기에 과채의 향미를 지녔고, 맛의 끝에서 약하게 알코올이 다가온다. 이때 느껴지는 도수는 10도, 혹은 그 아래 정도. 독한 알코올을 싫어하는 사람도 아무 상관없이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술이다.

질감 자체도 부드러워 목 넘김이 굉장히 가볍다. 전체적으로 가벼운 무게를 지닌 채 채소의 청량한 향미를 흩뿌리는 술로서, 마셔본 적 없는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낯설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오이를 곁들인 시원한 샘물을 마시는 느낌이랄까. 이 야채를 싫어한다고 하더라도 술을 마시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다.


목 넘김 후에는 오이 향과 함께 조금의 알코올을 남기고 사라진다. 여운이 그렇게 긴 술은 아니며, 깨끗하게 마무리된다. 굉장히 깔끔한 물에 씻은 오이를 잘라먹는 듯한 맛매를 가졌다. 어색할 만도 한 조합이 것만 어쩜 이렇게 잘 어울리는 것인지. 옛 말이 틀릴 게 없다더니, '온고지신'이라는 사자성어가 참 잘 맞아떨어진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마셔보길 권해 보고 싶은 증류주이다. 새롭지만 특별한 술로서, 만약 오이라는 야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술의 마니아가 될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깔끔하고 전혀 지나지치 않은 신선한 향과 맛이 코와 입을 가득 채워주는 것이 생소한 야채를 썼음에도 큰 호불호를 느끼기가 어려웠다. 취향에 따라 온 더락이나 하이볼로 음주하여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듯하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육회나 생선회를 권하고 싶다. 특히나 바닷가 앞에서 해물 음식에 '52C'를 곁들인다면 참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52C', 자신만의 매력이 뚜렷한 친구였다. 낯섦이 아닌 특별함을 지녔고, 어우러지지 않을 것 같은 각각의 향미를 조화롭게 이끌어냈다. 

                  

판매처에 따라 10% 정도 가격이 상이하다. 인터넷에서 쉽게 판매하는 곳을 찾을 수 있으니, 잘 보고 자신에 조금이라도 싸게 구매할 수 있길 바란다.


자신만의 멋을 가진 '52C'의 주간 평가는 3.9/5.0이다. '52C'가 아주 '오이시'.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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