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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Oct 31. 2023

이게 탱크보이야 막걸리야

- 어른이들을 위해 준비한 달콤함, '꿀배주'를 음주해보았다.

요즘 보면 '어른이'라는 표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명칭만 보아도 유추가 가능하겠지만, '어른'과 '어린이'를 합친 단어로서, 어학사전을 찾아보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영화나 만화, 장난감 따위에 열광하거나, 이를 광적으로 수집하는 취미를 가진 어른'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다소 과격하게 표현되어 있는 문장이고, 간단히 정의하자면 어릴 때의 취향을 그대로 간직한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런 '어른이' 중 하나이다. 이전에 말한 적이 있듯이 단 것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며, 아직까지도 입이 심심하면 아이스크림이나 과자 등을 종종 찾곤 한다. 이게 참 이제는 건강을 위해서라도 입맛을 바꿔야 하는 것이 맞는데, 마음 따로 입 따로니 생각처럼 쉽지가 않더라. 스스로 안된다고 하면서도 어느새 보면 손에 들려 있는 단 것을 볼 수 있다. 


오늘도 마찬가지이다. 분명히 커피를 사기 위해 CU 편의점을 방문했것만, 문을 열고 나온 내 손엔 어느샌가 술 한 병이 들려져 있는 상태였다. 평소처럼 소개하기 위해, 다양한 술을 접하기 위해 구매했다기보다는 술의 전면면부에 적힌 '어른이들을 위한 술'이라는 문구를 목격하고 그냥 지나치지 못한 것이 그 이유였다. 뭐 어떡하겠는가, 이미 가지고 나온 것, 맛있게 마셔야지. '꿀배주', 이름부터 달콤해 보이는 술이 과연 어른이들을 위해 어떠한 맛과 향을 선보일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어른이들을 위해 준비한 달콤함, 꿀배주

상당히 귀엽게 장식된 모습이다. 병 자체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양이지만 뭉툭한 글씨체와 '어른이들을 위한 술!'이라고 자그맣게 적힌 문구, 그 아래에 자리 잡은 꿀통을 벤 꿀벌까지, 노란 배경에 맞물린 요소들은 하나하나 디자인에 귀여운 매력을 더해준다.


사실 '꿀배주'라는 명칭이 달콤한 느낌을 전해주긴 하나 자칫하면 촌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는데, 이런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그렇게 느껴지지 않게 하는것에 제대로 한몫을 하는 것 같다.


'꿀배주', 제품명상 '꿀배'는 '강남주조'에서 배농축액과 벌꿀을 이용해 탄생한 막걸리이다. 맛있는 단 맛과 함께 청량한 느낌을 가져다주며, 알코올의 도수가 4도밖에 되지 않아 누구나 큰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얼음과 함께 마실시 슬러시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다른 곳이 아닌 오직 CU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이 술의 용량은 750ML, 도수는 4도, 가격은 3900원이다. 확실히 편의점과 콜라보하여 출시되는 술들이 대부분 저렴한 값을 보이는 듯하다. 뭐, 당연히 재료면에서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10,000원이 넘어가는 막걸리들도 수두룩한 마당에 3900원 이라니, 못해도 이 정도 가격은 돼야 서민들을 위한 술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잔에 따른 술은 막걸리와 요구르트의 중간 정도 되는 색깔을 선보인다. 뽀얗게 물들여져 있는 것이 우유 같기도 하고, 마치 구름을 흩뿌려 놓은 것 같기도 하다.


코를 가져다 대보니 굉장히 익숙한 냄새가 흘러나온다. '탱크보이', 우리가 여름이 되면 늘 맡아왔던 아이스크림의 향이다. 낯설지 않은 냄새가 한 차례 코를 감싸고, 이어서 사과주스 향이 은은하게 맴돈다. 도수가 낮아서 그런지 알코올은 일절 느껴지지 않으며, 혀에 침을 고이게 만드는 새콤달콤한 향이 지배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잔을 흔들어 한 모금 머금으면 상당히 달콤한 막걸리가 혀를 감싸 안아준다. 향과 마찬가지로 알코올은 전혀 없는 듯하고, 사과, 배, 꿀 등이 합쳐진 단 맛이 부드럽게 입 안을 채워간다. 탄산이 존재하지 않아 혀에서부터 목구멍까지의 과정이 가볍게 지나가며, 마지막에 꿀이 남아 혀의 끝을 간지럽힌다. 전체적인 술의 느낌이 탱크보이에 꿀을 한 스푼 추가 한 것 같다.

고운 질감으로 목구멍을 넘어간 후에는 특유의 감미를 혀에 남기고 사라진다. 맛 자체가 가벼운 편이라 그런지 여운은 길지 않고 빠르게 날아가며,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매력에 금방 다음 잔을 채우게 된다.


분명히 술을 마셨지만 술이라는 생각은 일절 들지 않는다. '어른이들을 위한 술'이라는 문구가 있을 때부터 음료수 같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전체적인 향미에 있어서 알코올은 모습조차 드러내지 못하고, 오로지 탱크보이에 막걸리를 30% 정도 섞은 듯한 친구가 술인 척 흉내를 내고 있다.


달콤한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치기 힘들 술이다. 약간 가벼운 바디감에 시원한 달콤함으로 입 안을 채우는 풍미를 지녔고, 배 아이스크림의 청량감은 계속해서 입맛을 돋운다. 다만 정말 이것이 술인지 아닌지 구분하기가 힘들기에, 만약 어느 정도 탁주의 묵직한 느낌을 느끼고 싶다면 충분히 고민하고 구매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달콤하고 즐겁게 라는 목적성을 거의 완벽하게 부합하고 있는 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 연인과 가볍게 마시기 좋은 막걸리이며,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약간 매콤한 음식인 '제육볶음', '순대볶음'등과 함께 마셔보길 바란다. 감미롭고 부드러운 술이기에 안주의 알싸함을 잘 잡아주어 좋은 궁합이 될 것이다.


'꿀배주', 음료수인지 막걸리인지 전혀 분간할 수 없는 술이었다. 가볍게 한 잔 하고 싶은 날 어떤 술을 마셔야 할지 모르겠다면 CU에 가서 '꿀배주'를 한 번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여겨진다.


평소라면 판매처를 잘 살피라고 하겠지만, 오늘의 술은 구매할 수 있는 곳이 CU 하나뿐이다. 가격에 대한 걱정 없이 구매하면 되겠다.


꿀벌도 깜짝 놀랄 '꿀배주'의 주간 평가는 3.6 / 5.0이다. 이게 탱크보이야 꿀배주야.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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