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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Nov 03. 2023

모든 그리움엔 이유가 있다

-소중했던 그 사람을 떠올리며, '님그리다 막걸리'를 음주해보았다.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가끔씩 생각나는 사람, 혹은 그리운 사람이 한 명씩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한 번씩 머리에 떠오르는 추억의 인영이 있지 않는가. 그 이유가 나에게 소중하기 때문이든, 우정이라는 단어 때문이든,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이든.


오늘 내가 가져온 술은 그런 사람들을 떠올리며 마시기 위해 만들어진 막걸리이다. '님그리다 막걸리', 어떻게 이런 서정적인 이름이 있을 수 있는 것인지. 나름 책을 좋아하고, 시를 좋아하는 나로선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는 명칭이었다. 소중했던 사람, 추억을 가져다준 사람, 사랑을 가르쳐준 사람 등 그리운 사람이 생각날 때의 감성을 담고 있다는 이 술. 과연 그 맛과 향은 어떨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소중했던 그 사람을 떠올리며, 님그리다 막걸리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병의 모습이다.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막걸리답게 윗부분을 종이와 끈으로 감아 놓았으며, 그 아래로 레몬보다 살짝 탁한 빛을 내뿜는 술이 자리 잡고 있다. 전면부에 보이는 고즈넉한 매화 그림은 술에게 서정적인 멋을 더해주고, 별다른 설명 없이 눈 위에 적힌 '님 그리다'라는 술의 이름은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작품을 완성시킨다.


근래 보았던 술들 중 고전미가 굉장히 인상적인 막걸리이다. 그림부터 글씨체, 포장방법까지. 전체적으로 고풍스러운 느낌을 지니고 있다.


'님그리다'는 '가야양조장'이 100% 김해쌀과 국내산 누룩(진주곡자누룩), 생효모를 이용하여 빚은 술로서, 66일 이상 숙성 후 저온에서 2차숙성을 거친 막걸리이다. 


66일의 숙성을 거쳐 자연스러운 신 맛과 찹쌀에서 나오는 단 맛이 일품이며, 향 또한 재료의 발효로 인해 상큼한 신맛을 낸다고 한다. 참고로 '님그리다 프리미엄 막걸리'는 2022년 SEOUL FOOD 2022에서 맛을 인정받아 기호식품 우수 상품으로 선정된 이력이 있다.


이 술의 용량은 750ML, 도수는 6도, 가격은 10,000원이다. 용량과 도수 같은 경우는 평소 접하던 막걸리와 크게 다르지 않으나 가격은 확실히 차이가 있다. 아무리 요즘 나오는 전통주 값에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병 당 10,000원부터는 살짝 부담스러운 느낌이다.

잔에 따른 술은 우유가 떠오르는 빛깔을 선보인다. 고요하고, 한눈에 보아도 부드러워 보이는 느낌. 술을 따를 때 보니 약간의 점성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코를 가져다 대면 약간의 달콤함과 상큼함을 머금은 과실향이 올라온다. 과일 중 참외나 사과, 포도가 생각나는 듯한 냄새이다. 알코올의 향은 전혀 느껴지지 않으며, 달콤한 보단 상큼함 위주로 향의 방향이 나아가고 있다. 요거트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인 향이다.


잔을 흔들어 한 모금 마셔보니 정말 조그마한 탄산과 함께 산미를 가진 막걸리가 입 안에 스며든다. 맛 역시 향과 비슷한 구성으로 되어있으며, 단 맛이 있긴 하나 산미 위주로 이루어져 있다. 술을 입에 담을 땐 과실의 향과 맛이 같이 흘러들어와 코와 혀를 동시에 즐겁게 만들어 주는 듯하다.

요거트 같은 질감과 적당한 바디감을 가진 술은 과실의 상큼함을 흩뿌리면서 목구멍을 넘어가고, 목 넘김 이후에는 특유의 향과 산미를 남겨놓고 사라진다. 이때 남겨진 산미는 생각보다 간결하게 사라지며 깔끔한 여운을 선보인다. 묘하게 혀에 텁텁한 느낌이 조금 머물긴 하는데, 맛에 있어서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위에서도 몇 번이나 말을 했다시피 산미와 향이 매력적인 막걸리이다. 물보다 살짝 늘어지는 주감, 감칠맛과 함께 입맛을 돋우는 산미, 전체적인 맛을 한 단계 올려주는 과실향까지. 이러한 요소들이 지나치지 않고 각기 잘 어우러져 막걸리를 아름답게 표현해 내고 있다. 특히나 신 맛 같은 경우 조금만 정도가 넘어가도 사람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나, '님그리다 막걸리'가 가진 상큼함은 '신 맛'이 아닌 '산미'로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


만약 자신이 상큼한 막걸리를 좋아한다거나, 산미가 중심인 막걸리를 먹고 싶은데 어떠한 작품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면 '님그리다 막걸리'를 한 번 마셔보길 바란다. 과실이 꽃과 함께 입 안에서 차례로 피어나는 듯하여 맛으로 그림을 완성시킨다. 이제 보니 술병의 전면부에 그려져 있던 동양화가 이 맛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꽃전을 추천한다. 꽃전의 향과 바삭함, 거기에 '님그리다 막걸리'의 향과 산미가 만난다면 좋은 시간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여겨진다. 비 오는 날 먹기보단, 봄에 꽃나무 아래에서 마시고 싶은 술이다. 


'님그리다 막걸리', 개인적으론 술의 명칭처럼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 마시기보단, 그 누군가와 함께 마시고 싶은 술이었다. 꽃나무 아래에서 한 잔씩 주고받으며 같은 풍경을 보고, 서로를 마주 보고 싶은 그런 술.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약간씩 상이하다. 한 10% 정도. 금액으로만 따지면 그렇게 큰 차이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지만, 늘 이야기하듯이 이런 돈 들이 모여 새로운 술 한 병을 만든다.


꽃처럼 퍼져나가는 '님그리다 막걸리'의 주간 평가는 4.0/5.0이다. 모든 그리움엔 이유가 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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