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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Nov 06. 2023

독일에서 건너온 달콤한 초콜릿의 아쉬운 결말

초콜릿과 너트의 달콤한 만남'베렌첸 화이트 초콜릿 마카다미아'를 음주했다

오늘은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에서 태어난 달콤한 리큐어 하나를 들고 왔다. 개인적으로는 꽤나 생소한 술이기에 골라야 할지 말아야 할지 짧은 고민의 시간을 가졌지만, 최근 이러한 크림 리큐어를 너무나도 맛있게 음주했던 기억이 있어 결국 장바구니에 넣게 되었다. 


'베렌첸 화이트 초콜릿 마카다미아',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화이트 초콜릿과 마카다미아가 합쳐진 술이다.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는 조합으로서, 아직 먹어보기 전임에도 상당히 기대가 된다. 머나먼 독일에서 새롭게 건너온 친구는 과연 어떠한 맛과 향을 선보일지, 짧은 사족과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겠다.

초콜릿과 너트의 달콤한 만남, 베렌첸 화이트 초콜릿 마카다미아

병만 보아도 포근하고 달콤해 보이는 모습이다. 화이트 초콜릿을 나타내듯 전체적인 색이 크림에 가까운 빛깔을 띄고 있으며, 그 배경 안에는 뭉툭한 영어로 적힌 술의 이름이 나타나 있다. 특유의 글씨체 때문인지, 아니면 여기저기 그려져 있는 그림 때문인지 살짝 번잡해 보이는 느낌이 있기는 한데, 그래도 그 덕에 최소한 이 술이 어떠한 향미를 지녔는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것 같다.


'베렌첸 화이트 초콜릿 마카다미아'는 'Berentzen-gruppe AG'에서 만든 밀 곡물 기반 크림 리큐어로서, 마카다미아 견과류의 고소함과 화이트 초콜릿의 달콤함이 부드럽게 어우러진 술이다.


1758년 탄생한 베렌첸이 1976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독일 리큐어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았으며, 술 자체가 어떤 제품들과 만나도 좋은 조화를 보이는 덕에 다양한 칵테일로 만들어 음주하기도 좋다고 한다.


이 리큐르의 용량은 700ML, 도수는 17도, 가격은 29,900원이다. 술 한 병 구입하기엔 살짝 부담되는 값이긴 하나, 보통 판매되는 해외 리큐르의 값을 생각해 보면 그리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 정도 금액은 술이 맛있다면 충분히 지출할 수 있는 가격이다.

잔에 따른 술은 약간 점성 있는 질감과 함께 진한 크림색을 선보인다. 이전에 음주하였던 같은 크림 리큐르인 '베일리스 벌스데이 케이크'보다는 살짝 어두운 색으로서, 커피를 한 방울 톡 떨어뜨린듯한 느낌이다.


잔에 코를 가져다 대니 달콤한 초콜릿 향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일반적으로 맡을 수 있는 초콜릿 냄새보다는 고급스러운 느낌이 강하며, 마카다미아, 우유, 버터와 함께 섞여 한층 더 부드러운 멋을 자랑한다. 향의 끝 부분에서 미세하게 알코올이 느껴지긴 하나, 이 정도의 강도라면 코로 느낄 수 있는 알코올 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이어서 몇 번 흔든 뒤 한 모금 머금으면 탄산 없이 크리미한 질감을 가진 술이 부드럽게 혀를 휘감는다. 화이트초콜릿의 맛과 함께 느껴지는 버터리함과 고소함, 그렇게 한 차례의 달콤함이 지나고 나면 그제야 알코올이 찾아와 입 안을 두드린다. 전반적으론 '베일리스 벌스데이 케이크'와 굉장히 흡사한 맛이라고 생각된다. 

바닐라, 화이트 초콜릿, 크림, 버터, 마카다미아 등의 맛과 함께 술은 혀에서부터 퍼져나가고, 크게 튀는 맛없이 크리미 하게 목구멍을 넘어간다. 솜이불처럼 진행되는 이때까지의 맛은 달콤한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거릴 듯 하다.


목 넘김 이후에는 알코올과 단 맛, 그리고 특유의 향을 남긴 뒤 사라지는데, 개인적으론 이전에 음주하였던 크림리큐르와 가장 큰 차이를 이 여운에서 보여준다고 느껴졌다. 


보통 단 맛이 앞 쪽을 뒤덮을 경우 뒤이어 찾아오는 맛은 이 달콤함이 지나치지 않게 제어할 수 있도록 알코올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이 알코올이 어떻게 맛 마무리를 지어주느냐에 따라 술의 대한 만족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여러 번 비교하는 것이 좀 그렇긴 하지만, '베일리스 벌스데이 케이크'의 경우 알코올의 역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채 위스키가 따뜻하게 혀와 목구멍을 안아주며 맛이 끝난다. 하지만 '베렌첸 화이트 초콜릿 마카다미아'는 부드럽고 달콤하게만 들어오던 술의 끝에서 갑자기 알코올의 싸한 맛이 느껴지며 인상을 살짝 찌푸리게 만든다. 그전까지의 과정이 너무 좋았기 때문인지 알코올이 엄청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님에도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향과 맛 모두 달콤하게 만족스러운, 그러나 마무리가 조금 부족한 술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실제로 '베일리스 벌스데이 케이크'보다 살짝 가격이 저렴하기에 새로운 크림 리큐르를 음주하고 싶거나, 크림 리큐르의 기본을 음주해 보고 싶은 사람은 한 번쯤 마셔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또한 화이트 초콜릿 마티니, 밀크 칵테일 등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바뀔 수 있는 친구라는 것을 기억해 두면 좋겠다. 원액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함께 음주하여도 좋고, 얼음을 좀 넣어 온 더락으로 마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곁들일 음식은 케이크, 비스킷 등 달콤한 디저트류를 추천한다. 술 자체가 달기에 잘못된 안주를 선택한다면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베렌첸 화이트 초콜릿 마카다미아', 크림 리큐르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법한 맛이다. 그러한 느낌으로 기본은 갖추었으며, 확실한 아쉬운 부분이 존재한다.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29,900원이라는 금액에 판매 중이다. 그리고, 이건 여러분의 선택지를 늘리기 위해 말하는 것이지만 현재 GS에서 '베일리스 벌스데이케이크'를 약 50% 할인하여 20,000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무엇을 먼저 선택할지는 스스로의 몫이다.


부드러운 달콤함 '베렌첸 화이트 초콜릿 마카다미아'의 주간평가는 3.3/5.0이다. 알콜을 조금만 더 다듬었으면 어땠을까.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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