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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Nov 10. 2023

예산 맥주 축제를 뜨겁게 만든 영동의 특산물

-그윽하게 다가오는 영동포도의 풍미, '영동 포도버블'를 음주해보았다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9월 초에 백종원 씨의 주도로 예산에 맥주 축제가 열린 적이 있다. 저렴한 물가와 특산물을 이용한 맥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실제로 축제 당일 날 굉장히 많은 사람이 방문하여 발 디딤틀도 없었다고 한다. 새로운 술을 선보인다는 소식에 나 역시 일찌감치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아쉽게도 당일 날 개인적인 일정이 잡혀 안타까움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웬걸, 주전부리를 사기 위해 방문한 집 앞 편의점에 그때 판매했다던 맥주 중 한 캔이 떡하니 있는 것이 아닌가. '영동 포도버블', 내가 기억하기론 꽤 여러 종류가 있었던 듯한데, 발이 느린 것인지 그곳엔 이 맥주 하나만이 진열되어 있었다. 


살짝 궁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지, 아쉬움은 잠깐이었으며, 그토록 기대했었던 예산의 맥주를 접한다는 생각에 그저 신날 뿐이었다. 색깔만 봐도 탐스러운 것이 참 달콤하게만 느껴진다. 과연 이 매력적인 친구는 어떤 맛을 가져다줄까, 지체 없이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겠다.

그윽하게 다가오는 영동포도의 풍미, 영동 포도버블

여기로 봐도 포도, 저기로 봐도 포도이다. 보라색과 짙은 청록색 배경에 싱싱해 보이는 포도들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이 술의 이름이 전면부에 적혀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어떤 맛과 향을 가지고 있을지는 곧바로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세련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디자인은 아니지만, 그렇게 크게 번잡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이 술이 어떠한 술이고,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그 출신지에 집중한 듯한 도안이다.


'영동 포도버블'은 '더 본 코리아'에서 영동에서 생산된 포도즙을 첨가해 만든 포도 맥주로서, 낮은 도수를 가지고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술이다.


과일의 풍미가 진하게 느껴져 달콤하게 음미할 수 있으며, 타고난 청량감과 그윽하게 퍼지는 과실의 향이 특징이라고 한다.


이 술의 용량은 500ML, 도수는 4도, 가격은 4500원이다. 편의점 할인을 하면 참 좋을 텐데, 아쉽게도 내가 방문할 때에는 정가 그대로 결제해야 했다. 크게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지만, 편의점 내에서 묶음 할인을 하는 맥주가 대부분이기에 약간의 아쉬움은 남았다.

잔에 따른 술은 상당히 짙은색의 포돗빛을 자랑한다. 위쪽을 가득 채운 몽글거리는 기포와, 그 아래로 보이는 먹음직스러운 보라색의 맥주. 원래도 과일맥주를 좋아하는 나이지만 참으로 매혹적인 색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를 가져다 대니 상큼한 포도향이 흘러나온다. 포도 과실 자체의 냄새보다는 확실히 포도즙에 더 가까운 향을 지녔으며, 묘하게 추잉껌이 살짝 떠오르기도 한다. 은은하게 코 끝을 간지럽히는 것이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OO맥주' 상호명을 가진 맥주 전문집의 과일맥주와 흡사한 향이라고 여겨졌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새콤달콤한 포도맛 츄잉껌향 이다. 거기에 웰치스라는 포도음료를 조금 섞은.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으면 일반 탄산음료 정도의 탄산과 함께 새콤달콤한 포도가 혀를 안아준다. 낮은 도수답게 알코올의 맛은 단 1도 찾아볼 수 없었고, 그저 음료수인지 술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싱그러운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워간다.

맛 역시 향과 같이 포도즙의 느낌을 더 강하게 가지고 있다. 탄산이 있긴 하나 크게 방해되는 느낌 없이 목구멍을 넘어가고, 이후엔 입을 쩝쩝거리게 만드는 산미와 혀 끝을 잡아채는 묘한 당분감을 남긴 채 사라진다. 상큼한 여운이 나름 매력적이다.


적당한 바디감에 조화로운 포도의 감미와 산미를 자랑하는 맥주이다. 한 캔을 다 비우는 상황에서도 취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으며,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술이라는 생각 자체가 잘 들지 않는다. 맛이나 향에 있어서 특별히 지나친 것 없이 말 그대로 사람의 입맛 돋우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포도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가 마셔도 큰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싶다.


과일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이 달콤한 술을 좋아한다면 꼭 한 번쯤 음주해 보길 바란다. 우리가 평소에 접하는 포도즙과 웰치스에 알코올 약간을 넣어 음료수답게 잘 섞으면 이런 맛이 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과실로서의 매력도 지니고 있고, 과일맥주로서의 사람을 즐겁게 만들기 위한 준비도 충분하다.


안주는 감자튀김, 새우튀김 등 간단한 튀김류나 닭발, 떡볶이 등 매운 음식을 추천하고 싶다. 술 자체가 달다 보니 매운 음식과 만났을 때 좀 더 잘 어울릴 것이라고 예상된다. 안주 없이 밖을 거닐면서 먹기에도 괜찮은 술이다.


'영동 포도버블', 디자인보다 더 맛있는 향미를 지닌 친구였다. 만약 주변에 과일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 마셔보라고 추천할만한 맛매를 가졌다.


편의점에서 가격이 동결이 된 상태기에 어디서 구매할지는 특별히 고민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4500원, 한 캔 마시고 나니 그렇게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싱그러운 포도를 담은 '영동 포도버블'의 주간평가는 3.8/5.0이다. 영동의 사과가 유명한 데에는 이유가 있더라.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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