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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Nov 16. 2023

가루쌀을 넣어 탄생한 우리나라 맥주

- 가루쌀을 넣어 더욱 특별한 전통주, '한알한알'을 음주해보았다.

대부분 획일화돼있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굉장히 다양한 맥주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한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카스, 하이트, 오비 이런 이름 있는 술들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맥주의 끝이었는데, 지금은 어느새부턴가 다양한 브루어리에서 각자의 매력을 담은 맥주를 만드는 중이다.  


에일이든 라거든 맥주 종류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나이기에 이러한 변화는 당연히 긍정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애주가의 입장에서 다양한 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보다 좋은 일은 없으니까. 외국에서 생산한 맥주는 그 나라대로의,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맥주는 우리나라대로의 매력이 담겨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한 의미로 오늘은 전통을 담은 우리나라의 술 한 캔을 가지고 왔다. '한알한알', 신기하게도 가루쌀과 맥아를 섞어서 만들어낸 전통주이다. 이 새로운 방식의 술은 과연 어떠한 맛과 향을 가져다 줄지. 캔을 따보도록 하자.

가루쌀을 넣어 더욱 특별한 전통주, 한알한알

겉보기엔 확실히 맥주 쪽에 가까운 디자인이다. 전면부에 보면 '우리 쌀로 만들어 더욱 고소한 우리 술'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이 때문에 캔만 보고는 이것이 맥주인지 아니면 전통주인지 주종을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간혹 나오는 캔 막걸리의 큰 버전인가 라는 생각도 머릿속에 맴돌았다.


전체적인 도안이 우리나라 술이라는 것을 명백히 나타내고 있다. 기와집 뒤로 보이는 산들, 그 위로 보이는 구름과 태양. 특유의 부드러운 그림체 때문인지 어우러짐이 참 괜찮아 보인다.


'한알한알'은 '파머스 맥주'에서 서울대 출신의 농부가 만든 술로서, 가루쌀을 활용하여 만든 자체 R&D 제품이다. 


다년간 연구로 선별한 품질 좋은 국내산 맥주보리와 부드러운 목 넘김, 담백한 고소함을 선사하는 가루쌀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하였고, 청량하고 크리미 한 거품은 그대로 두어 갈증 해소가 필요한 날에 마시면 참으로 큰 만족감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이 술의 용량은 500ML, 도수는 4.5도, 가격은 3800원이다. 양이나 알코올 함량이나 값이나 모두 요즘 출시되는 일반 맥주와 비슷한 정도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오프라인에서 판매처가 많지 않다는 것. 비교적 온라인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친구이기에 한 번에 이것저것 주문하지 않는다면 배송비가 붙어버린다.

잔에 따른 술의 색은 약간 진한 감귤빛을 띤다. 마시기 전임에도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색깔, 술의 위로 자리 잡은 거품은 오밀조밀하게 붙어 있는 것이 한없이 부드러워 보인다.


코에 가져다 대니 상당히 연한 향이 잔을 타고 올라온다. 향 자체는 일반적인 맥주와 큰 차이가 없으며 오렌지와 감귤이 미세하게 떠오르는 냄새이다. 강렬하게 들어오기보단 은은하게 코 끝을 간지럽히는 깨끗한 향이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탄삼음료 정도의 탄산과 함께 약간 씁쓸한 맛이 혀를 감돈다. 맛의 진행방향이 굉장히 깔끔한 술이다. 입맛을 돋구워주는 고미와 고소함이 혀에서 맴돌며, 청량하다는 단어가 머릿속에 확 떠오른다.


혀를 지난 술은 탄산에 비해 부드러운 목 넘김으로 목구멍을 넘어간다. 이후 약간의 오렌지 향미와 산뜻함, 구수함과 미세한 쌉싸름함을 남기고 사라지는데, 이때 느껴지는 여운은 별 불편함 없이 굉장히 간결하게 떨어진다. 

갈증을 해소하기 좋은 술이라는 게 이해가 되는 느낌이다. 보통의 라거 맥주에 비하여 조금 더 씁쓸한 편이며, 이 씁쓸함을 중심으로 맛이 이루어져 있지만 절대 지나치지 않다. 굳이 따지자면 라거와 에일의 중간쯤에 있으나, 라거에 좀 더 가까운 술로서 에일에 비하여 연하고 깨끗한 맛이 특징이다.


가벼운 바디감에 열대 과일을 연상시키는 풍미가 썩 나쁘지 않다. 개인적으론 맛이 조금 더 진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라거와 에일의 가운데에서 양쪽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동시에 단점이 되어 애매한 느낌을 선사하기도 한다. 또한 내가 입맛이 그렇게 예민하지 않은 건지 가루쌀의 유무 차이는 크게 느끼기 어려웠다.


만약 자신이 깔끔한 맥주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마셔보길 바란다. 전통주, 우리나라의 가루쌀로 이런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에서 새로움을 발견한 술이었다.


안주는 기존의 맥주 안주라면 다 잘 어울릴 것 같다. 감자튀김, 치킨, 피자도 좋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서 안주를 선택한 뒤에 맛있게 음주하면 된다. 나 같은 경우 김치전과 함께 했는데, 바삭한 전과의 조합도 상당히 괜찮았다.


'한알한알', 청량함이 돋보이는 맥주였다. 혀에서부터 목 넘김까지 깨끗함을 유지하며 시원하게 왔다가 산뜻하게 떠난다. 색다른 재료로 익숙한 맛을 가져다준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판매처가 오프라인은 한정적이다. 대신 온라인에선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니, 잘 살펴보고 가장 저렴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하자.


전통을 담은 '한알한알'의 주간평가는 3.5/5.0이다. 갈증을 깔끔하게 없애주는 음주였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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