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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Nov 26. 2023

정의와 수호를 상징하는 해치의 무게

- 신화를 더한 순수한 전통의 미, '해치소주 22'를 음주해보았다.

'해치'라는 동물이 있다. 예로부터 선악을 구별하고, 정의를 지키는 신수로 잘 알려져 있으며, 화재와 재앙을 막는 상서로운 능력을 인정받아 주로 궁궐의 대문 앞에서 볼 수 있다. 몸 전체를 덮고 있는 비늘과 머리에 달려 있는 뿔, 목에 걸린 방울과 겨드랑이에는 날개를 닮은 깃털까지. 해치의 의미도 그렇고, 그 외관도 굉장히 멋져 광화문 앞에 있는 '해치상'은 서울에서 알아주는 포토존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전설 속의 동물 이야기를 갑자기 내가 왜 꺼냈느냐 하면, 간단하다. 오늘 여러분에게 소개할 술이 바로 이 해치의 이름을 가진 '해치소주'이기 때문이다. 이번엔 어떤 술을 마실까 하며 리스트를 살펴보던 중 이름 때문인지 곧바로 내 눈에 들어왔고, 큰 고민 없이 구매하게 되었다. 그럼 우리나라의 전통주에 신화 속의 신수를 더한 이 소주가 과연 어떠한 맛과 향을 보여줄지, 빠르게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신화를 더한 순수한 전통의 미, 해치소주 22

일단 디자인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병 자체도 그렇고, 뚜껑의 마감을 요즘 유행하는 마개를 사용하여 한층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가져다준다. 전면부에 보이는 그림은 말할 것도 없다. '해치소주'라는 명칭답게 한국의 전통미를 그대로 살린 듯한 도안이 눈에 띈다. 중앙에 자리 잡은 해치와 그 뒤로 보이는 자연을 나타내는 배경까지, 굉장히 하나하나 섬세하게 살아있어 얼핏 봐도 많은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치소주 22'는 '농업회사법인 해치소주'가 오직 한국의 전통 누룩과 충주산 찹쌀만으로 빚어낸 술로서, 전통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으면서도 대중적인 22도의 소주이다.


곡물 고유의 푸릇한 자연향과 야생의 흙향이 은은하면서도 산뜻하게 다가오며, 맛과 향이 자연스럽게 입과 코에 스며들에 동시에 양쪽이 즐거워질 수 있는 증류주라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22도, 가격은 12,000원이다. 일반적인 소주와 비슷한 용량에 약간 높은 도수를 가졌고, 가격은 최근 출시되는 증류식 소주들과 비슷하다. 물론 싸다는 말은 절대 아니지만, 최근 보이는 술들의 값을 생각하면 그리 비싸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잔에 따른 술은 여타 증류주와 크게 차이가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투명하고 고요하며, 동시에 잔잔한 물결처럼 맑고 깨끗하다.


코를 가져다 대니 깨끗한 알콜과 함께 곡물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소주보다 높은 도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역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으며, 미세한 흙내음이 향의 끝에서 코를 간지럽힌다.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누룩향을 필두로 한 향이 매력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부드러운 술이 입 안을 채워간다. 향과 마찬가지로 순수함을 간직한 맛이다. 알코올의 맛이 혀를 한 차례 건드리고 나면 동굴에서 막 나온 듯한 바닷물 같은 맛매가 찾아오며, 알코올의 강도는 22도 까진 아니나 일반적인 소주에서 느낄 수 있을 법한 따뜻함을 선사한다.


상당히 부드러운 주감을 가지고 있어 혀에서부터 목 넘김까지의 과정이 가볍고 곱다. 미끄러지듯이 목구멍을 빠져나간 후에는 약간의 알콜을 혀에 남기고 사라지는데, 예상보단 이 알콜이 혀에 오래 남아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여운에 크게 방해되는 것은 아니고, 술의 느낌을 좀 더 길게 즐길 수 있다.

가벼운 바디감에 누룩향과 함께 퍼지는 풍미가 참으로 괜찮은 술이다. 질감이나 맛에 있어서 곱고 산뜻함을 느낄 수 있으며, 풍부한 향 덕에 소주잔으로 술을 머금어도 입과 코가 동시에 즐거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다만,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다시피 도수가 가진 알코올이 비교적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증류주로서, 만약 자신이 이러한 알콜의 맛매를 싫어한다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개인적으론 맛도 좋았으나 향이 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되었다. 때문에 냉장고 안에서 차갑게 마시기보다는 실온에 놔두었다가 향이 무르익었을 때 마시는 것을 추천하며, 잔 역시 일반적인 소주잔보다는 볼이 넓고 끝이 비교적 좁은 '글랜캐런'이나 이것과 유사한 잔을 권하고 싶다. 향과 맛을 같이 음주해야 확실히 더 만족스러운 술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적당한 취기와 함께 좋은 향을 느끼고 싶을 때 선택하기 알맞은 술이라고 여겨진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회나 매운탕을 곁들여 보길 바란다. 삼겹살도 좋다. 회나 삼겹살 한 점과 '해치소주' 한 잔은 행복한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해치소주', 향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술이었다. 알콜의 직접적인 맛매는 취향에 따라 갈릴 듯 하나, 나는 술의 맛을 좀 더 온전히 느낄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판매처마다 가격은 동일하나 할인율에서 차이를 보인다. 할인을 진행 중인 곳에선 10% 정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니 잘 살펴보길 바란다.


전통에 신화를 더한 '해치소주'의 주간평가는 3.7/5.0이다. 순수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지닌 술이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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