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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Dec 06. 2023

입 안에서 오디의 바람이 분다

- 부안을 담은 오디로 표현한 와인, '동진부안참뽕와인'을 음주해보았다

오늘은 겉모습이 굉장히 귀여운 와인 미니어처 하나 들고 왔다. '동진부안참뽕와인', 명칭만 들어도 이 와인이 어디서 출시되었는지 곧바로 알 수 있을 듯하다. 사실 예전엔 와인이라고 하면 무조건적으로 외국에서 태어났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요즘 보면 우리나라도 시장 활성화가 많이 되어 나름 와인 생산에 있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진부안참뽕와인'은 부안의 특산물인 오디로 만들어진 와인이다. 다른 곳도 오디가 유명한 곳이 꽤 있긴 하나, 그중에서도 '부안참뽕오디'는 무려 150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특별한 과실이다. 이 훌륭한 원재료로 태어난 와인은 과연 어떠한 향과 맛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부안을 담은 오디로 표현한 와인, 동진부안참뽕와인

확실히 미니어처라 그런지 한눈에 보기에도 상당히 아담한 사이즈다. 분홍색 뚜껑이 마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밑으로 귀여운 토끼 한 마리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베이지색의 띠지엔 'MULBERRY WINE', 'BUAN CHAMPONG'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데, 이 중 'MULBERRY'는 '뽕나무'를 의미한다. 


확실히 일반적인 와인병에 비하여 귀엽게 만들어진 모습이다. 원래부터 이러한 디자인이었던 것은 아니고, 잠깐 찾아보니 기존 와인병의 디자인에서 새롭게 리뉴얼된 것처럼 보인다.


'동진부안참뽕와인'은 '내변산양조장'에서 부안의 자랑스러운 특산물인 '오디'를 이용하여 만든 와인으로서, 이곳의 오디는 서해안의 해풍을 맞고 자라 과육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오디가 가장 맛있는 5~6월에 바로 수확해 생으로 발효하고 저온에서 3년 이상 숙성한 뒤 사용하며, 이러한 과정으로 인해 떫은맛은 줄어들고, 한 층 더 부드러워진 특유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90ML, 도수는 13도, 가격은 3500원. 미니어처답게 한두 잔 정도 마시면 사라질 양과 일반 와인에 비하여 약간 높은 알코올 함유량, 부담되지 않는 가격을 지니고 있다. 참고로 미니어처가 아닌 일반 사이즈, 750ML 기준의 가격은 17,000원이다. 얼핏 계산해 봐도 ML당 가격차이가 꽤 나는 편이니, 온전히 맛을 보고 싶은 사람은 일반 크기로 구매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잔에 따른 술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진한 레드와인 색을 보여준다. 국내산 오디가 30.44%가 함유되어 있다고 전면부에도 표기되어 있는데, 매혹적인 빛깔을 보니 그 말이 절대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눈으로 보고만 있어도 참으로 탐스럽다.


코를 대보니 달콤한 과실의 향이 흘러나온다. 그리 낮지 않은 도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알코올의 냄새는 전혀 느낄 수 없고, 오디, 설탕, 풀 등의 향이 차례로 코를 스쳐간다. 생각보다 쓴 느낌은 거의 없는 것이 이전에 맡아보았던 오디청이 떠오른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달짝지근한 술이 혀를 안아준다. 향과 다르게 마냥 달기만 한 와인은 아니다. 적당한 당도, 미세한 씁쓸함과 혀 끝에서 머무는 약한 타닌감, 거기에 더하여 조금은 텁텁함 끝맺음을 가지고 있는 술로서, 기대한 것보다 오디의 풍미가 더욱 직접적으로 다가왔다.

전반적으로 달콤한 오디의 맛을 중심으로 맛이 이루어져 있기에 큰 호불호가 갈릴 와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으며, 바디감 또한 묵직하기보단 가벼운 쪽에 좀 더 가까워 마시기 편한 술처럼 느껴진다. 오디의 나무와 줄기까지 함께 담아 숙성시킨 듯한 맛이다.


탄산 없이 부드럽게 목구멍을 넘어간 이후에는 약간의 잔당감에 더하여 미세한 산미와 텁텁함을 남겨 놓고 사라지는데, 마지막까지 과실의 감미가 약간의 타닌감과 같이 머무르다가 여운이 마무리된다. 와인 중에서도 스위트레드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상당히 괜찮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론 너무 달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지나치게 달콤함이 맛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경우 한 잔 비워도 질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경우가 있는데, '동진부안참뽕와인'은 단 맛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닌 전체적인 조화로움에 신경을 쓰고 있어 부담되지 않게 잔을 반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오디가 담긴 과실주가 궁금한 사람은 한 번쯤 마셔 보길 바란다. 향이나 맛에 있어서 거슬리는 느낌이 전혀 없고, '오디'라는 과실 자체를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어 낯설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와인보다는 '과실주'에 좀 더 가까운 술이라고 할까. 설탕에 절인 듯한 오디가 혀에 녹아들고, '달다'라는 단어가 떠오를 때쯤 타닌감이 돛대를 잡는다. 낯선 '과일'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절대 낯선 맛은 아니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약간 매콤한 음식을 곁들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치즈야 워낙 무난하게 잘 어울릴 테니, 한국에서 만든 와인인 만큼 낙지볶음, 오징어볶음 등의 한식과 함께 해보는 것을 권한다. 


'동진부안참뽕와인', 오디의 향미를 잘 살린 술이었다. 적당히 달달했고, 익숙한 맛이었으며, 거부감이 잘 들지 않았다. 다만 아직까지는 와인보다는 '과실주'에 좀 더 가까운 맛매를 지녔다.


당연하게도 판매처에 따라 약간씩 가격이 상이하니 잘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5000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부지기수니 여러 번 살펴보길 바란다.


오디 바람이 부는 '동진부안참뽕와인'의 주간 평가는 3.6 / 5.0이다. 자연스러운 오디의 향미가 매력적이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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