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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Dec 08. 2023

산들바람에 흩날리는 복숭아 꽃

- 우리 쌀로 만든 우리의 맛, '우리청주'를 음주해보았다.

우리는 보통 순창을 발효의 고장이라 부른다. 순창 고추장, 순창 된장 등 발효가 되어 출시되는 다양한 제품들이 '순창'이라는 이름을 하나 달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품질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얼마나 발효로 유명하면 우리가 '고추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순창'이겠는가.


그리고, 순창에서 발효는 비단 고추장이나 된장 등의 장류만을 뜻 하고 있지 않다. 주류 역시 발효의 과정을 걸치는 것들이 굉장히 많기에, 바꿔 말하자면 순창에서 난 주류 역시 품질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가지고 온 오늘의 술, '우리청주'. 2016년 설립되어 그리 오랜 역사를 가지진 않았지만, 늘 좋은 작품을 가져다주는 '참주가'의 맑은 작품이다. 과연 우리 쌀로 만들어진 '청주'는 어떤 맛과 향을 보여줄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우리 쌀로 만든 우리의 맛, 우리청주

딱 보아선 일본의 사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이다. 전반적으로 검은색의 색감이 뚜껑부터 시작해 병을 뒤덮고 있으며, 전면부엔 '우리청주' 라는 술의 이름과 '청주(淸酒)'를 의미하는 술의 종류가 힘 있는 한자로 쓰여 있다. 청주와 사케의 느낌을 동시에 담고 있는 술로서,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깔끔하게 만들어진 디자인이다. 


'우리청주'는 전라북도 순창의 '참주가'가 본인들만의 정교한 기술력을 통해 탄생시킨 청주로서, 기성제품과 대비되는 깔끔함과 담백한 쌀의 맛을 보여준다.


튀지 않는 신 맛과 은은하게 혀를 감싸주는 감칠맛은 청주의 매력을 더욱 끌어올려주며, 부담 없는 알코올과 깨끗한 피니시를 다음 잔을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11도, 가격은 3,500원. 혼자서 마시기 적당한 용량에 적당한 도수, 알맞은 가격이다. 사실 최근에 3,500원 선의 청주를 본 적이 언제인가 싶은데,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마음 착한 값이었다.

잔에 따른 술은 옅은 레몬 빛을 띈다. 언뜻 보기에도 굉장히 맑다는 느낌을 가져다주는 것이 꼭 다 베고 남은 벼밭을 바라보는 듯하다. 고요하고 투명한 모습은 마시기 전임에도 부드러운 질감을 미리 예상하게 만든다.


코를 가져다 대니 산뜻한 과실향이 잔을 타고 올라온다. 복숭아, 매실 등의 싱그러운 과일이 자리 잡고 있으며, 끝 부분에서 깔끔한 누룩향이 다가온다. 전반적으로 은은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향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눈앞에 산들바람을 맞이하는 복숭아 나무가 떠오른다.


잔을 몇 번 흔들어 한 모금 머금으면 기대했던 것처럼 부드러운 술이 혀를 안아준다. 짙은 풍미를 입 안에 퍼뜨리기보다는 가볍고 고운 비단같이 흘러오는 술로서, 전체적인 맛 역시 향과 같이 그윽하게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약한 단 맛이 중심이 되어 맛의 방향을 이끌어준다. 13도라는 낮지 않은 도수를 가지고 있지만 알콜의 역함은 전혀 나타나지 않으며, 과실의 향과 함께 들어오는 부드러운 쌀의 풍미는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주감을 선사한다.


목넘김 이후에는 미세한 씁쓸함과 과실의 향을 슬며시 놓고 사라진다. 여운 자체는 그리 길지 않게 마무리되고, 맛이나 향에서 부담을 전혀 느낄 수 없기에 다음잔을 마시는데 거리낌이 없다.


싱그러운 향이 담긴 샘물을 마시는 듯 한 술이다. 가벼운 무게감을 가진 채 혀에 닿는 순간부터 사라질 때까지 고운 풍미로 이어지며, 알코올의 강한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크게 호불호가 갈릴일은 없다고 생각된다. 


사실 청주나 약주를 마신다고 하더라도 '맑다'라는 생각이 항상 드는 것은 아니다. 아쉬울 때도 있으며, 가격에 비해서 청주가 가져다주는 향이나 풍미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그런 점에서 생각하였을 때 '우리청주'는 가격 이상의 향미를 보여준 친구이다. 


향에서부터 기대한 것보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으며, 맛에선 단 한 번의 방해감 없이 과정을 이어가 조화로움을 선사하였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으나, 꼭 복숭아 담근 물을 마시는 기분이다. 절대 맹맹하다, 싱겁다, 이런 뜻이 아니고 그만큼 깨끗하고 역함이 느껴지지 않으며, 고운 향이 맴돈다.


부담되지 않는 가격 선에서 청주를 마시고 싶다면 '우리 청주'를 권하고 싶다. 물론 전통 누룩이 아닌 입국을 사용하였기에 전통을 간직한 '청주'라는 말이 잘 어울리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쩌겠는가. 청주라면 청주인 것이지. 가격보다 한 층, 아니 두 층 더 훌륭한 맛을 보이는 사케 같은 청주이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회를 추천하고 싶다. 강한 맛을 가진 안주는 술의 맛을 죽일 우려가 있기에 비교적 담백하며 슴슴한 안주와 함께 즐기는 것을 권한다.


'우리청주', 우리 쌀로 만든 비단 같은 작품이었다. 가볍게 청주를 접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는, 정말 양부 갈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술이라고 생각된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최대한 10% 정도. 굉장히 큰 차이 같지만 계산해 보면 350원 정도이다. 여유가 많은 사람이라면 아무 곳에서나 구입하여도 될 듯하다.


복숭아나무에 바람이 부는 '우리청주'의 주간 평가는 3.9/5.0이다. 부드러운 도화가 그리 이쁘더라.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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