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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Dec 10. 2023

달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다

- 달이 건네는 아름다운 작품, '토끼소주 골드'를 음주해 보았다.

오늘은 소주, 그중에서도 흔히 프리미엄 소주라고 불리는 술을 한 병 가지고 왔다. 워낙 유명한 소주인 탓에 증류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한 번쯤은 들어본 기억이 있을 법한 술로서, 신기하게도 우리나라 전통주지만 한국사람이 아닌 외국인의 손에서 탄생한 증류주이다.


작품의 이름은 '토끼소주 골드', 토끼 소주 시리즈 중 가장 윗단계에 자리 잡고 있는 친구이며, 시리즈 중 가장 위라는 위치답게 엔트리급 위스키 정도의 가격을 뽐내고 있다. 덕분에 예전부터 상당히 궁금증을 자아냈음에도 행사를 하는 것을 보고 이제야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과연 서양의 증류기술과 한국의 멋이 만나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지, 기다려온 만큼 기대를 하며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달이 건네는 아름다운 작품, 토끼소주 골드

한눈에 보기에도 굉장히 고급스러운 친구이다. 전체적으로 금색의 영롱한 빛깔을 띄고 있으며, 병 안으로 비치는 황금빛 물결은 확실히 소주보다는 위스키에 좀 더 가깝다고 느껴진다. 


전면부에는 '토끼소주'를 상징하는 커다란 토끼가 돋보인다. 달 아래에서 뛰어노는 이 짐승은 깔끔하게 정리된 금색선으로 묘사되어 있고, 전면부에는 이름과 특유의 앰블럼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것도 새겨져 있지 않다. 병 자체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750ML 용량보다 큰 편인데, 이 때문인지 잘 꾸며진 디자인이 가져다주는 고풍스러움이 정말 상당하다.


'토끼소주 골드'는 미국의 'Corning & Company '가 찹쌀, 누룩, 물 만을 사용하여 출시한 증류주이다. 40L 버진 아메리칸 화이트 오크통에서 숙성되어 태어났으며, 대체재나 첨가물 같은 일체의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찹쌀이 가진 고유의 향미를 선보인다.


증류식 소주와 위스키의 맛을 둘 다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서, 오크 숙성으로 탄생한 매끄러운 질감과 복합적 풍미는 소주 애호가와 위스키 애호가들의 양쪽 마음을 모두 사로잡았다고 한다. 


참고로 '토끼소주 골드' 한 병에는 무려 3.5 KG 찹쌀의 함유되어 진한 맛을 느낄 수 있고, 이러한 훌륭한 향미를 인정받아 'Sanfrancisco World Spirits Competition'에서 더블 골드를 수상하였다.


작품의 용량은 750ML, 도수는 46도, 가격은 79,000원. 양으로 보든, 알코올 함유량으로 보든, 가격으로 보든 소주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오히려 위스키였으면 위스키였지 않을까. 맛을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는 가격과 도수, 그리고 자태이다.

잔에 따른 술은 호박색 보석 같은 빛을 선보인다. 실제로는 잔으로 보이는 것보다 좀 더 짙은 주황색을 띠고 있으며, 영롱하단 말이 참으로 잘 어울리는 빛깔을 보여준다. 소주라 하여 소주잔에 따랐지만, 어째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힌 듯한 기분이다.


코를 가져다 대니 강렬한 알코올과 함께 오크향이 코를 쏘아댄다. 오크와 꿀, 훈연향, 후추, 바닐라 등이 자리 잡은 듯하고 미세하게 헤이즐넛도 다가온다. 뜨거운 촛불에 코를 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생각보다 기대 이상으로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 소주라는 생각을 멀리 사라지게 만든다. 향만 맡아도 취한 다는 말은 어쩌면 이 술을 위해 있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


기대감 반, 걱정 반으로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으면 예상보다는 연약한 알코올의 향미가 흘러 들어온다. 향이 가진 강렬함에 비해서 부드럽고, 혀를 잡아채듯이 입 안을 채워주며, 곧바로 목구멍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증류식 소주와 위스키의 풍미가 3:7 정도로 입 안에서 퍼지는 듯하다. 첫맛에선 소주가 주는 특유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으나 곧바로 약간의 스모키 함이 찾아오며, 위스키의 향과 곁들여져 뜨겁게 마무리 짓는다.


조금의 단 맛과 다크 초콜릿, 알코올과 씁쓸한 순으로 맛이 이어진다. 향만 맡았을 때는 확실히 강렬하단 느낌이 들었지만 정작 술이 입 안을 채울 때는 지나치지 않게 잘 어울려 입과 코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준다. 


목 넘김 이후에는 특유의 향과 알코올, 그리고 따뜻함을 남긴 채로 사라진다. 일반적인 증류식 소주에선 절대로 느낄 수 없는 마무리이다. 마지막까지 몸 전체를 따뜻하게 덥혀주는 듯한 느낌이 참 매력적이다.  만약 자신이 위스키도 좋아하고, 고도수 증류식 소주도 좋아한다면 한 번쯤 마셔 보아도 좋을 듯하다.


살짝 가벼운 바디감에 따뜻한 촛불이 부드럽게 혀에서부터 목구멍까지 타고 넘어가는 듯한 풍미가 마음에 든다. 46도의 알코올이 그대로 느껴지는 정도는 아닌 듯하나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소주보단 위스키에 가까운 맛매를 보여주고, 금방 취기가 오르는 것을 보니 체감도수가 40도는 되지 않나 싶다. 자신이 고도수의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면 술을 제대로 즐기기 힘들 수가 있으니, 그럴 땐 얼음을 하나 넣어 마셔보길 바란다. 더 부드럽고, 비교적 약하게 다가오는 알코올의 향미를 느낄 수 있다. 


안주는 가벼운 핑거푸드가 좋을 것이고, 개인적으론 약과도 나쁘지 않다. 조그마한 약과를 위스키 한 잔 후에 털어놓다 보면 맛이 지나치게 방해되지도 않고, 적당한 단 맛이 다음 잔을 들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토끼소주 골드', 정말 위스키와 소주의 양 면을 둘 다 볼 수 있던 친구였다. 둘의 매력을 잘 녹여서 빚었고, 마시다 보면 빨개진 얼굴이 정말 달님과 대화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꽤나 상이하다. 어디서 구매하냐에 따라 20%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혹여나 저렴한 판매처를 찾지 못했다면 언제든지 문의하길 바란다. 바로바로 대답해 줄 준비가 되어있으니.


달과 인사를 하게 만들어주는 '토끼소주 골드'의 주간 평가는 3.7/5.0이다. 소주와 위스키의 매력을 모두 간직한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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