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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Dec 12. 2023

바다의 물결을 입으로 맞이하다

- 술 한잔으로 느끼는 바다의 풍미, '가무치 소주43'을 음주해보았다.

한국의 토종 물고기 중 '가물치'라는 것이 있다. 이 생물은 강한 생명력과 적응력,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는 강인함을 지닌 친구로서, 이러한 고유의 성질 때문에 도저히 살 수 없을만한 물속에서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누구나 힘들어할 만한 곳에서 꿋꿋이 버틴다는 것이, 확실히 참 대단한 녀석이다.


그리고 오늘 내가 준비한 술은 바로, '가무치'라는 소주이다. 모든 것이 바쁘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든 이들의 삶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탄생한 술이며, 어디서든 적응하는 특별한 내재가치를 지닌 가물치를 본받고자 '가무치'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가무치 소주'같은 경우는 아주 예전에 한 번 음주해 본 기억이 있다. 그럼 왜 똑같은 소주를 오늘 이야기하는 것이냐고 물을 수 있는데, 오늘 가져온 술은 그때 마신 23도짜리와 달리 43도라는 고도수를 보유하였고, 다른 것과 달리 항아리에 숙성되어 탄생한 친구이다. 43도에 항아리 숙성이라니, 이 매력적인 조건을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그럼 사족은 여기까지만 붙이도록 하고, 43도의 매력이 이전과 어떻게 다른 향미를 보여줄지, 빠르게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겠다.


술 한잔으로 느끼는 바다의 풍미, 가무치 소주 43

일단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은 상당히 세련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가물치'에서 따온 가무치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체적인 색깔이 물을 연상시키는 짙은 남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병의 모양 자체도 일반적인 소주병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가무치소주'를 위해 제작된 형태이다.


전면부에는 '가무치'라고 적힌 술의 이름과 영어로 적힌 소주에 대한 설명, 그리고 은색으로 '가물치'를 나타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흰색 배경에 여러 색을 사용하지 않아 분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도안이다. '가무치'의 이름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센스 있게 표현한 것도 꽤나 마음에 든다.


'가무치소주43'은 '다농바이오'가 충주에서 재배된 쌀로만 사용하여 빚은 술로서, 증류주의 향기성분 증진에 특화된 구조인 '코테사의 최상급 증류기'를 사용해 원료의 풍미를 극대화시켰다.


술의 탄생까지 옹기에서 6개월 이상의 긴 숙성 기간을 거치며, 상압식 소주의 단점을 보완해 깔끔하고 부드러운 향과 섬세하면서도 역동적인 맛을 구현했다고 한다.


이 작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43도, 가격은 38,000원이다. 혼술 하기 딱 좋은 용량에 그렇지 못한 도수, 그리고 가볍게 마시기엔 어쩔 수 없이 부담되는 가격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마시기 전의 생각일 뿐, 음주 후에는 오히려 너무 착한 값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잔에 따른 술은 여타 증류주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투명하고 고요하며, 매끄러운 질감을 지니고 있다. 


코를 가져다 대니 바다를 연상케 하는 향이 흘러나온다. 곡식의 고소함과 약간의 알코올향이 맺혀있고, 쌀의 단 향도 약하게 다가온다. 43도라는 도수에 비해서 굉장히 얌전한 향을 지닌 친구이다. 개인적으로 느낄 때 향에서 바다가 생각이 날 때면 상압식 소주인 경우가 많았는데, 혹시나 하여 확인해 보니 어김없이 상압식 증류가 맞았다. 왜 술에서 바다가 떠오르는 것인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부드러운 술이 혀를 포근하게 안아준다. 확실히 향처럼 맛 자체도 깔끔하고 순한 편이다. 입 안에서는 43도라는 것을 곧바로 느끼기 힘들고, 목구멍을 넘어간 후에야 속을 따뜻하게 덥히며 술의 도수를 눈치채도록 만든다.

조금의 감미와 맵싸함, 철분 맛과 고소함, 거기에 고미로 이루어져 있는 술이다. 맛이 순한 편이기에 안 그래도 부드러운 질감은 고운 목 넘김을 가져다주며, 이후 특유의 향과 알코올의 맛매, 따뜻함을 남긴 채 마무리된다. 이 향과 함께 속을 포근하게 만들어주는 여운이 상당히 괜찮았다.


혀에서부터 목 넘김까지 이어지는 향미의 과정에서 고도수임에도 큰 불편함을 전해주지 않고, 살짝 가벼운 바디감에 깔끔한 술의 풍미가 입 안을 물결이 스며들듯이 채워간다. 향 때문인지, 아니면 고소하면서도 미세하게 느껴지는 짭조름함 때문인지, 술을 마시는 동안 왠지 모르게 파도치는 바다가 생각났다. 굉장히 한적한 바닷가에서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밀려오는 파도를 입으로 맞는 기분이랄까. 확실히 자신만이 가진 감성이 있는 친구였다고 생각된다.


흔히 말하는 사람을 곱게 취하도록 만들어주는 소주였다. 내가 취하는 것을 취하는지도 모르게, 몇 잔 반복하지 않았는데도 기분 좋게 알딸딸해져 가는 것이 느껴진다. 어쩐지 술이 갈수록 맛있더라니, 다 이유가 있었다.


고도수가 부담스러워서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사실 고도수의 소주가 크게 걱정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알코올의 역함인데, '가무치소주'의 경우 알코올의 순수한 맛매만이 자리 잡고 있지, 그런 역함이 정말 거의 없다시피 하다. 


혹시나 이 속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바다의 물결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안주는 나물무침을 곁들이는 것을 추천한다. 담백하고 살짝 간이 되어있는 나물무침에 '가무치 소주'한 잔은 참으로 만족스러운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가무치소주43', 나에겐 고도수가 맞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23도 보다 이 술이 더 맛있었던 것인지, 그 전과 비교하여 확연히 마음에 드는 술이었다. 마시고 나니 가격이 이해 간다.


구매처에 따라 10% 정도 할인율의 차이가 있다. 얼마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약 4000원 정도의 차이. 그러니, 반드시 잘 살피고 확인한 후 구매하길 바란다.


바다를 선물하는 '가무치소주43'의 주간 평가는 4.2/5.0이다. 바다가 우릴 부르고 있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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