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년의 세월을 거울에 비추다, '경월소주'를 음주해보았다.
매 번 술을 마시면서 느끼는 것이, 세상엔 내가 모르는 술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이 말은 당연하게도 단순히 새로 출시되는 작품들을 이야기하는 게 아닌, 아주 예전부터 존재하고 이름을 날려왔음에도 내가 무지하여 몰랐던 것들이 다양하다는 뜻이다.
오늘 내가 가져온 술 역시 그러한 것들 중 하나이다. 늘 그렇듯이 방문한 편의점에 생소한 주류가 자리 잡고 있기에 당연히 새롭게 출시된 제품이라고 생각하였으나, 놀랍게도 십 년, 이십 년도 아닌 백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술이었다. 이리 오래된 시간을 보냈음에도 아직까지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다니, 아직까지 나의 술에 대한 애착이 부족한 것일까.
'경월 20',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최정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 술은 과연 어떠한 향과 맛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백년의 세월을 거울에 비추다, 경월소주
겉모습만 봐선 상당히 이국적인 느낌을 가져다준다. 기다란 병은 녹음을 떠오르게 만드는 초록빛을 띠고 있으며, 전면부에 적힌 술의 명칭과 설명은 한글보다 한자나 영어등의 외국어가 더 많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처음 마주하는 사람은 이 것이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는지 헷갈릴 법도 한데, 알고 보니 무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의 소주였다.
'경월 소주'는 '롯데칠성음료'에서 풍부한 자연에 둘러싸인 설악산의 아름다운 물로 완성한 맑은 소주로서, 우리나라보다는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술이다.
1926년 강원도의 '경월 소주'로 시작하여 일본으로 넘어갔으며, 원래 일본에서는 25도와 20도를 모두 판매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으나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우리나라의 트렌드에 맞춘 것인지 25도는 따로 보이지 않는다. 아마 비교적 저도수로 부드러운 술을 좋아하는 사람을 공략하려는 것처럼 생각된다. 니트로 마셔도 좋고, 맑고 깨끗한 주감을 가지고 있어 탄산수나 여러 음료와 함께 하여도 좋은 어우러짐을 보인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700ML, 도수는 20도, 가격은 7000원이다. 일반적인 소주의 두 배정도 되는 용량과 가격, 거기에 약간 높은 도수를 지니고 있다. 참고로 이 값은 어디까지나 내가 구매한 편의점 기준이며, 이마트에선 그보다 저렴한 6000원 정도에 구매 가능하다.
잔에 따른 술은 여타 소주와 다를 것이 투명한 색깔을 선보인다. 찰랑 거리는 것이 물 같기도 하고, 참으로 고요하니 맑다는 생각이 든다.
코를 가져다 대면 익숙한 소주향이 연하게 흘러나온다. 분명히 향의 방향 자체는 희석식 소주에서 느낄 수 있는 알코올의 분위기가 그대로 올라오는데, 그 정도가 약한 느낌이다. 미세한 단 내가 정말 찔끔 느껴지고, 향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은은히 알코올이 은은히 피어 나온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니 향과 같이 순한 소주가 혀를 안아준다. 역시나 알코올을 중심으로 맛이 이루어져 있으며, 술이 연해서 그런지 우리가 흔히 먹는 희석식 소주에 비해 단 맛이 미세하게 더 부각되는 듯하다.
대단히 특별한 맛을 지녔다기보다는 희석식 소주의 고급화된 버전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도수는 더 높으나 굉장히 깔끔하고 부드럽게 입 안을 채워주고, 그 고운 주감이 목 넘김까지 이어진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그 사이에 느껴지는 것은 미미한 감미와 알코올이 전부지만, 그 역함의 정도가 일반 소주와 차이가 상당히 크기에 음주함에 있어서 불편함이 거의 없다.
목 넘김 이후에는 별다른 여운 없이 깔끔하게 떨어진다. 이 역시도 다른 희석식 소주에 비해서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뒷 면을 보면 증류식 소주가 들어간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원재료 명의 경우 비율에 따라서 쓰여지는 순서가 결정되기 때문에 증류식소주를 조금 섞었다, 이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진한 알코올의 향미가 가져다주는 희석식 소주가 부담스러울 때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는 친구이다. 사실 이마트에서 구매한다면 가격차이도 그렇게 크지 않고, 더 높은 도수를 부드럽게 마실 수 있기에 오히려 일반적인 소주 보단 훨씬 낫지 않나 싶다. 만약 이러한 맛매를 비율로 비교한다면 일반적인 소주가 물과 알코올이 5:5라고 여겼을 때, 이 제품은 8:2 정도나 되지 않을까.
잔을 몇 번 반복해도 똑같은 감각이다. 가볍게 들어와서, 정말 가볍게 넘어간다. 개인적으로 마셔 본 희석식 소주 중에선 '맑다'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술이라고 여겨진다. 회나, 매운탕 등의 소주 안주에 취기 대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경월 20'을 한 번 마셔보길 바란다. 거울에 비친 호수 같이 깨끗한 공기를 가져다주는 술이었다.
'경월 20', 기대보다 만족스러운 음주였다. 겉모습만 봐서는 어떤 맛일지 도통 짐작이 가지 않았는데, 보통의 소주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부드러움이 가득 담겨 있어서 참 좋게 다가왔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약간 상이하며, 현재 이마트와 GS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마트에선 약 6000원, GS에선 7000원이니 가급적 이마트를 방문하는 것을 권한다. 나는 이마트에서 파는 걸 몰랐기에 GS에서 집게 되었다..
맑고 깨끗한 희석식 소주, '경월 20'의 주간 평가는 3.7 / 5.0이다. 원래부터 한국에서 팔았어도 인기가 참 많을 듯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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