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술이 만들어주는 좋은 인연, '오연25'를 음주해보았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큰 호불호 없이 즐기는 과일 중 하나가 바로 '감'이다. 크기도 적당하고, 껍질만 깎으면 부드럽든 딱딱하든 각각의 매력을 즐길 수 있기에 감은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현재까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이 과일은 얼마나 숙성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맛으로 즐길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부드러운 음식을 좋아하는 나로선 그중 '홍시'를 가장 선호한다. 말캉말캉하여 한 입 넣으면 얼마나 부드럽게 입에서 녹아내리는지, 글을 지금 쓰는 지금도 그 맛을 떠올리니 참기가 힘들 지경이다.
그런데, 오늘 어떤 술을 마실까 하며 살피다 보니 홍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술이 한 병 눈에 띄었다. '오연25', 단순한 술이 아닌 무려 홍시를 가미한 증류주로서, 그 향과 맛에서 홍시와 함께 전통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말만 들어도 이 매력적이 술은 과연 어떠한 향미를 선사할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좋은 술이 만들어주는 좋은 인연, 오연25
일단 병 자체는 다른 술들과 비교하였을 때 그렇게 특별하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딱 용량에 맞는 크기를 하고 있으며, 전면부에는 '오연25'라는 글자와 함께 홍시 증류주라는 것을 나타내는 홍시 그림정도가 그려져 있다. 일단 도안만 봐서는 살짝 심심한 느낌이다.
그 홍시의 아래쪽에는 '술'이라고 적혀 있는 오연가의 로고가 나타나 있는데, 저 로고의 술 밑을 자세히 보면 건곤감리 중 '감'이 쓰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술의 특별함과 '오연가'의 마음을 한 번 더 이야기하는 것이다.
'오연25'는 '오연가'에서 100% 완주산 홍시를 재료로 하여 술을 빚고 증류해 홍시의 향을 그대로 담은 증류주로서, 투명하고 맑게 차오르는 술과 자연 그대로의 홍시를 느낄 수 있다.
또렷한 감의 향미는 홍시를 온전히 담아냈음을 가르쳐주고, 화사한 알코올향과 함께 은은한 홍시향이 맴돌며 기분 좋은 산뜻함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360ML, 도수는 25도, 가격은 12,000원. 적당한 양에 약간 높은 도수, 최근 출시되는 증류주에 어울리는 가격이다. 분명히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평균가가 5000원 어간쯤 아니었나 생각했는데, 어느새 대부분의 술이 10000원은 기본으로 넘는 것처럼 보인다.
잔에 따른 술은 여타 증류주와 같이 투명하고 깨끗한 빛깔을 뽐낸다. 역시나 외관만 봐서는 그저 고요한 것이 달리 할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코를 가져다 대면 싱그러운 단감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잔에 코를 대자마자 달콤한 과실이 코를 사로잡는 것이, 향만 맡아도 이 술에 어떠한 재료가 들어갔는지 맞출 수 있을 듯하다. 감의 농도는 완전한 홍시가 되기 직전의 정도로서, 산뜻하면서도 감미로운 느낌을 지니고 있다.
25도라는 꽤나 높은 도수에도 알코올 향은 거의 느껴지지 않은 채 과일이 다가오는 게 상당한 장점이다. 알코올의 냄새는 딱 코의 끝에서나 간신히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보이며, 본연의 매력적인 향에 감나무밭 아래에서 술잔을 드는 듯한 분위기이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감을 순한 알코올에 그대로 녹여낸 듯한 술이 혀를 감싸준다. 약간의 단 맛과 씁쓸함, 미미한 알코올의 맛매와 과실의 향이 차례로 다가오며 '홍시증류주'라는 단어답게 술 안에 과실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다.
술에 쓴 맛이 있다고 하나 알코올의 역함에 비견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단감 자체를 마시는 듯한 기분이다. 그 단감이라는 과일 안에서 과육은 약간의 단 맛을 표현해내고 있으며, 껍질은 떫고 씁쓸한 맛을, 잎사귀는 싱그러움을 가져다준다. 알코올이 다가오는 정도가 굉장히 덜한 상태에서 이러한 맛들이 각자 따로 놀지 않고 깔끔하게 입 안을 채워가니 만족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부드럽게 목구멍을 넘어간 후에는 과실의 향과 싱그러운 맛매를 코와 혀에 남겨 놓고 사라진다. 여운 자체는 그렇게 길지 않으나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단감의 향은 사람을 참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감이 들어간 술을 마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감이 주재료나 부재료로 들어간 술들을 먹어본 기억이 있는데, 개인적으론 그 중 감이라는 과일을 가장 잘 살린 술이 아닌가 싶다. 누구나 취할 수 있는 도수에 알콜 대신 과실의 맛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으니 시작부터 잔향까지 조화로운 과정을 이루어낸다.
감이라는 과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색다른 향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음주해 보길 바란다. 향에 있어서 만족감이 상당히 높았기에 혹여나 맛이 별로 일까 걱정했었는데, 향에서는 감의 달콤한 부분을, 맛에서는 감이라는 과일 하나를 그대로 담고 있는 친구이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그리 무겁지 않은 음식을 권하고 싶다. 어떤 안주와 곁들인다고 하더라도 나쁘지 않을 것 같으나, 술이 주인이 되었으면 좋겠기에 담백한 두부 전, 생선구이 등 한식과 함께 해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오연 25', 홍시증류주라는 명칭이 없었어도 과실을 맞출 수 있는 술이었다. 이질감 없이 담아낸 완주산 홍시는 술을 넘어서 완주의 홍시 자체를 궁금하게 만들어 준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10% 정도 차이가 난다. 적은 금액이라면 적은 금액이나 이런 걸 아껴야 더 많은 술을 마실 수 있는 법이다. 잘 살펴보고 구매하도록 하자.
감나무 아래에서 술을 마시는 듯한 '오연 25'의 주간 평가는 4.0/5.0 이다. 이게 술인지 단감인지.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