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한 잔을 한 수저에 담다, 백주도가 이화주 참'을 음주해보았다
우리는 보통 막걸리를 음주할 때 '마신다'라고 표현한다. 이는 술이 담긴 병의 마개를 열면 당연하게도 안에 액체가 담겨있기 때문인데, 잔을 들면 자연스럽게 목구멍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을 설명하기엔 술을 마신다,라는 말만큼 정확한 것이 없다. 다만, 이것은 우리의 통상적인 관념일 뿐, 모든 막걸리가 마신다는 표현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일례로 이전에 보여주었던 짜 먹는 막걸리, '카이막걸리'가 그렇고, 오늘 내가 가져온 떠먹는 막걸리 '이화주'가 그러하다.
'이화주', 눈에는 자주 띄었지만 그 특이한 모습 때문에 항상 음주할지 말지 고민했던 술이다. 하지만 이번 '카이막걸리'를 음주하면서 그 뿌리가 궁금해졌고, 여러분들에게도 한 번 이야기하고 싶어 이렇게 가져오게 되었다. 이 특별한 막걸리는 어떠한 향과 맛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재껴 보도록 하자.
막걸리 한 잔을 한 수저에 담다, 백주도가 이화주 참
겉으로 보이는 모습부터 일반적인 막걸리와는 굉장히 다르다. 우리가 지금껏 마셔온 막걸리라고 하면 대부분 병에 담겨 있는 게 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이화주'는 일단 잼을 먹을 때나 볼 수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멀리서 봤다면 이게 막걸리라는 것을 맞추는 건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전형적인 잼병의 전면부에는 '떠먹는막걸리 이화주 참'이라는 술의 이름과 특징이 적혀 있으며, 거기에 더해 '이화주'를 상징하는 배꽃 그림이 그려져 있는 상태이다.
'백주도가 이화주 참'은 '백주도가'가 빚어낸 막걸리로서, 요플레와 비슷한 특이한 질감을 지닌 막걸리이다. 마시는 막걸리와는 달리 숟가락으로 떠서 음미하는 술이고, 입에 머금으면 단단하게 모여있는 달콤함과 산뜻한 곡물 향을 느낄 수 있다.
이 '이화주'는 고려 말기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수록된 시에도 기록되어 있는데, 이로보아 고려시대 때도 마셨던 술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고급 탁주로 자리를 잡았으며, '이화'는 배꽃을, '이화주'라는 술의 이름은 '배꽃이 필 때 빚는 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또한 기본적으로 많은 물이 들어가는 타 막걸리와는 달리 '이화주'의 경우 물을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한 만을 사용하여 만들어낸다.
제품의 용량은 150ML, 도수는 9도, 가격은 9,000원. 농축된 용량에 보통의 막걸리 보다 높은 도수, 전통을 이어오는 술 다운 가격이다. 분명히 9,000원이라는 값이 술 한 병을 사기에 저렴하다고 말하긴 어려우나, '이화주'의 경우 역사도 있고, 많은 정성이 들어가기에 충분히 합리적인 값이라고 여겨진다.
작은 종지에 떠 놓은 이화주는 양식집의 크림 수프를 보는 듯한 질감을 보여준다. 우리가 생각하는 막걸리의 찰랑거림은 전혀 보이지 않으며, 약간 어두운 황갈색을 띠고 있다. 이전에 음주하였던 카이막걸리보다는 덜 굳어져 있는 형태로 생각되고, 우리가 흔히 먹는 요플레와 굉장히 유사하다.
코를 가져다 대면 꽤나 달콤한 냄새가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달콤함과 고소한 곡물, 갓 구운 빵, 밀, 참외 등의 향이 스쳐 지나가며, 도수가 높다고 하여 별다른 알코올의 냄새는 느껴지지 않는다. 향 자체가 농축된 달콤함 위주로 이루어져 있고, 뚜껑을 열 때를 제외하면 그리 강하게 올라오는 편은 아니다.
이어서 숟가락으로 한 입 떠먹으니 달콤한 막걸리가 혀를 진득하게 감싸 안는다. 과실의 감미와 곡물의 고소함, 고미가 차례로 나타나는 술로서, 산미가 중간에 살짝 모습을 드러 내긴 하나 다른 맛들에 비하면 뚜렷하지 않다.
일반적인 막걸리보다 도수가 높아서 그런지 확실히 전반적으로 씁쓸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요거트가 생각나는 끈끈한 질감에 중간중간 씹히는 지게미들이 존재하며, 과실의 단 맛이 노크를 하여 막상 문을 열어보면 술의 고미가 나타나 반겨준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한약이나 약재에서 느낄법한 쓴 맛은 절대 아니고, 말 그대로 약간의 씁쓸함이다. 물이 거의 없는 채로 만들어졌기에 텁텁한 느낌도 지니고 있다.
아무래도 막걸리가 농축되어 있다 보니 묵직한 바디감과 함께 한 수저를 입 안에 담았을 때 꽉 채우는 풍미를 가져다준다. 목 넘김 이후에는 미약한 산미와 달큰함, 쌉싸름한 맛을 혀에, 특유의 향을 코에 남겨놓고 사라지며, 여운 자체는 그윽하니 그리 긴 시간을 보내지 않은 채 날아간다.
말 그대로 한 숟가락에 막걸리 한 잔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술이다. 식감이 독특하기에 약간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맛이나 향적으로는 다른 막걸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감미와 산미, 고미를 모두 가지고 있으며 충분한 바디감에 도수까지 높기에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음미해 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다만 '이화'주라고 하여 배 꽃 향이 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향은 참외나 멜론 쪽에 더 가까웠다.
이 술의 경우 이렇게 숟가락으로 떠먹어도 되고, 물을 섞어 우리가 아는 그 모습의 막걸리로 마셔도 되며, 사이다를 넣어 조금 더 맛있게 즐겨도 된다. 이 익숙하지 않은 식감이 거리껴진다면 한 번 살짝 먹어본 후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 먹길 바란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빵이나 크래커 등 찍어먹거나 얹어 먹을 수 있는 안주를 권하고 싶다. 술의 질감이 질감이다 보니 기존의 음식과 먹기엔 오묘한 느낌이 있다.
'백주도가 이화주 참', 막걸리가 농축되어 모습을 드러낸 술이었다. 몽글한 향도 좋고, 특별한 질감도 충분히 느껴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판매처에 따라 약간씩 가격이 상이하다. 10% 정도 가격차이가 나니 잘 살펴본 후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자.
배 꽃과 함께 피어나는 '백주도가 이화주 참'의 주간 평가는 3.8/5.0 이다. 참으로 응축된 향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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