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머루가 가져다주는 감미로움, '무주구천동 산머루주'를 음주해보았다.
덕유산 자락엔 1995년부터 설립된 역사가 깊은 '덕유'라는 이름을 가진 와이너리가 존재한다. 머루가 잘 재배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지닌 이곳에서 오래전부터 한국의 전통주로 이름을 날리고 있으며, 지금은 한국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세계로 뻗어나가는 중이다. 오늘은 이 '덕유'에서 탄생한 술을 한 병들고 왔다. '무주구천동 산머루주', 이름부터 그 태어난 곳과 원료를 알 수 있을 듯한 이 작품이 과연 어떠한 향과 맛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산머루가 가져다주는 감미로움, 무주구천동 산머루주
겉으로 드러나는 병 모양부터 일반적인 전통주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리 길지 않은 높이에 아래쪽이 살짝 펑퍼짐하게 튀어나와 있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병뚜껑 밑 부분은 육각으로 위를 향해 올라간다. 병 안으로 비치는 술의 빛깔 역시 상당히 매력적인 것이 우리가 보통 레드와인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검붉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전면부에 보이는 라벨엔 술을 생산한 '무주 구천동'의 사진이 보이고, 'WILD GRAPES JU SANMEROU'라는 제품의 이름이 그 위로 쓰여 있다. 전체적으로 이국적인 느낌이 있어 병에 적힌 한글만 영어로 바꾼다면, 가끔 볼 수 있는 와인 디자인과 큰 차이가 없을 듯하다.
'산머루주'는 '유한회사 덕유'가 무공해 청정지역에서 자란 머루 원액을 발효시켜 탄생한 술이다. 해발 800M의 높은 산에서 순환농법을 통해 농약사용을 줄이고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재배되어 품질이 매우 우수하며, 머루와 포도만을 사용해 당도가 높고 과즙이 풍부하게 담긴 깊은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360ML, 도수는 16도, 가격은 6,200원. 혼술 하기 딱 좋은 양에 일반적인 소주와 비슷한 도수, 최근 출시되는 전통주를 생각하면 상당히 착한 값이다. 머루 함유량도 무려 39.645%나 되기에 맛만 괜찮다면 상당한 가성비를 자랑하지 않을까 싶다.
잔에 따른 술은 조금 연한 검붉은 빛깔을 띤다. 병 안에 있을 때 보단 비교적 밝아 보이나 확연한 레드와인 색깔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보면 볼수록 매혹적이란 단어가 떠오르는 것이 머루가 아닌 흑장미를 따다 담아 놓은 것 같다.
코를 가져다 대면 달짝지근한 과실향이 잔을 타고 흘러나온다. 머루, 포도, 흙, 풀, 설탕 등이 자리 잡고 있으며, 과육의 달콤한 향이 나타나다가 끝 부분에서 미미한 씁쓸함이 튀어나온다. 향을 맡는 데 있어서 크게 방해될 정도는 아니고, 소주와 비슷한 도수를 가졌으나 이 도수가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과육을 껍질과 줄기채로 설탕과 함께 숙성시킨듯한 향으로서, 스위트 레드 와인에서 종종 맡을 수 있는 냄새라고 여겨진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니 달콤한 술이 혀를 가볍게 감싼다. 맛이 크게 복잡하지 않다. 과실의 감미를 중심으로 하여 약한 씁쓸함으로 이어지며, 길게 이어지기보단 깔끔하게 끝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설탕에 절인 머루가 한 차례 혀를 치고 간 뒤에 알콜이 찾아오는데, 직접적으로 타격감을 주기보단 '나도 있어'라고 말하는 듯이 존재감을 드러내는데에서 그친다.
가벼운 바디감에 맛 역시 연하고 산뜻한 축에 속한다. 겉모습만 봐서는 농밀한 맛이 혀에 맴돌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부드러운 질감으로 단 맛을 혀에 남기며 목구멍을 넘어간다. 타닌감이 강한 것도 아니고, 알코올의 향미가 짙은 것도 아니다. 목 넘김 이후에는 씁쓸한 감미가 잠시 머물렀다가 긴 여운 없이 사라진다. 딱 달콤한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크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것 같은 맛이다.
감미를 중심으로 하여 퍼져가는 과실의 풍미가 매력적인 술이다. 전체적인 맛들이 크게 튀어나와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무난히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에 머루가 주는 단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한 번쯤 음주해 보길 바란다. 달콤함이 약하지 않은 편이라 맛의 처음부터 끝까지 달기만 했으면 살짝 아쉬운 감도 있었겠지만, 마무리를 씁쓸함이 잡아 주어서 그런지 적당히 달다고 생각되는 듯하다.
산머루주의 경우 원액으로 마시는 것도 좋으나, 만약 다채롭게 마시고 싶다면 얼음이나 토닉을 섞어서 하이볼로 마시는 것도 좋다. 누군가는 이 술을 지나치게 달다고 느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이 술의 알코올이 강하다고 느낄 수도 있기에 위의 두 가지 방법을 적절히 사용한다면 자신의 취향에 맞춰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술이 달다 보니 쉽게 쉽게 마시는데 확실히 알딸딸함이 금방 찾아온다. 그렇게 느껴지지 않지만 도수가 16도는 맞는 것 같다. 곁들일 안주로는 매콤한 음식이나 과일 안주를 추천한다. 든든하게 먹길 원한다면 매콤한 음식을, 가볍게 즐기고 싶다면 과일 안주나 크래커와 함께하자.
'무주구천동 산머루주', 달달하게 양부가 갈리지 않을 것 같은 맛이 인상적이었다. 가격도 저렴하니 관심이 가는 사람은 한 번쯤 음주해 보아도 좋을 듯하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상이하다. 10%, 혹은 그 이상 나는 곳도 보이니까 잘 살펴본 다음에 구매하길 바란다.
머루를 그대로 담아낸 '산머루주'의 주간평가는 3.8/5.0이다. 머루의 향미에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