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즈베리와 블랙베리의 달콤함, '봄베이 브램블'를 음주해보았다.
오늘은 최근 너무 소주와 막걸리만 마신 것 같아 오랜만에 전통주가 아닌 술을 한 병 들고 왔다. '봄베이 브램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봄베이' 시리즈 중 하나로서, 집 근처 편의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봄베이 사파이어'와는 달리 대형마트를 방문해야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친구이다. 특유의 매력적인 색깔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술이기도 하고, 나 역시 어쩌다 보니 아직까지 마셔본 기억이 없어 이렇게 가져오게 되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검붉은 빛을 자랑하는 이 친구는 과연 어떠한 맛과 향을 보여줄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라즈베리와 블랙베리의 달콤함, 봄베이 브램블
꽤 커다란 용량을 구매해서 그런지 겉모습부터 상당히 웅장하다. 들고 있는 것 만으로 손목이 아플 지경. 병 자체의 모양은 그렇게까지 특별하다고 말하기 어려우나, 그 안으로 비치는 술의 빛깔과 뚜껑의 색이 잘 맞물러져 사람의 시선을 끌게 만든다. 전면부에는 'BOMBAY BRAMBLE'이라는 술의 이름과 함께 'GIN'이라는 술의 종류, 'BLACKBERRY', 'RASPBERRY'등의 포함된 재료를 확인할 수 있고, 거기에 더하여 '빅토리아 여왕'의 초상화 역시 항상 있던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이 병 안에서 벌써부터 자태를 뽐내는 술의 색이 단연코 매혹적으로 느껴진다.
'봄베이 브램블'은 영국의 'JOHN DEWAR AND SONS LTD'에서 태어난 술로서, 런던의 전설적인 바텐더 딕 브레셀이 1980년에 개발한 'The Bramble'이라는 칵테일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작품이다. 전면부에 쓰여있던 재료 '블랙베리'와 '라즈베리'를 봄베이 사파이어 진과 함께 오랜 시간 인퓨징하여 만들어지며, 인공감미료나 색소가 들어가지 않고 천연 과실만을 이용해 생동감 넘치는 향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1L, 도수는 37.5도, 가격은 행사가로 33,790원. 보통 원액으로 즐기지 않는 술이기에 1L면 정말 차고 넘치는 양이다. 간단한 칵테일을 만들어 즐긴다고 하여도 3:1 정도의 비율이니 이 술을 다 마시기 위해선 거의 4L에 가까운 액체를 마셔야 되는 셈이다. 할인이 들어가서 그런지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들끓는다.
잔에 따른 술은 약간 옅은 레드와인을 따라 놓은 듯하다. 루비를 담아놓은 듯 한 붉은색이 일렁이며, 보석처럼 빛나는 액체는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든다. '봄베이 사파이어'에서 출발한 술이니 '봄베이 루비', 혹은 '봄베이 가넷'으로 이름을 지었어도 꽤나 괜찮지 않았을까.
코를 가져다 대니 달콤한 라즈베리 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35도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알코올의 향이 연하게 잡혀 있다. 라즈베리, 체리, 풀 등 베리류와 플로럴한 향이 스치며 지나가고, 이후 코 끝에서 미약하게 알콜 냄새가 다가온다. 향 자체가 크게 복잡하지 않기에 술이 살짝 섞인 베리 향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아무것도 섞지 않은 순수한 원액을 한 모금 머금으면 향과 다르게 굉장히 오묘한 맛을 지닌 술이 혀를 감싼다. 물론 향과 아예 똑같은 방향을 지니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나의 생각 보다 향과 맛의 차이가 조금 더 벌어져 있다.
일단 혀에 닿는 순간 풀과 베리, 허브와 알콜이 섞인 듯한 맛이 찾아와 입 안을 헤집어 놓는다. 나도 모르게 표정을 구기게 되며, 저 이해할 수 없는 풀 맛 사이로 알콜을 그대로 느껴지기에 맛을 음미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탄산이 없어 목넘김 자체는 부드러우나 산미와 단 맛, 알콜의 씁쓸함이 전혀 어우러져 있지 못해 약초 무더기에 알콜과 시럽을 섞은 느낌이다.
목넘김 이후에는 특유의 불편한 고미와 함께 속을 따뜻하게 뎁혀준다. 어찌보면 다행히 여운 자체는 그렇게 길지 않고, 코에 베리와 허브향을 살짝 남긴채 빠르게 사라진다. 후기를 몇 개 읽어보았을 때 샷은 다들 많이 만류하는 분위기였는데, 역시 사람은 직접 겪어봐야 그 이유를 아는 법이다.
그럼 이번엔 원액이 아닌 하이볼로 음주해보도록 하자. 토닉과 '봄베이 브램블'을 3:1의 비율로 섞어주었으며, 안타깝게도 현재 사정상 얼음이나 레몬이 존재하지 않아 다른 것을 추가해주지 못한 상태이다.
토닉을 섞었다고 하여 향이 크게 뭉개지거나 하진 않는다. 알콜의 향은 더 옅어졌고, 달콤함은 조금 더 강해진 베리가 느껴질 뿐이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향에선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맛에 있어서는 굉장히 큰 차이를 보였다. 일단 토닉으로 인해 추가된 감미를 중심으로 하여 이전에 잘 어우러지지 못했던 맛들이 나름의 조화를 이루어낸다. 허브나, 풀, 알콜이 가져다 주는 거리낌과 씁쓸함은 토닉에 묻혔으며, 적절한 산미와 감미가 특유의 베리 향과 함께 코와 입을 동시에 감싼다. 여기에 얼음과 레몬조각 하나만 추가하면 우리가 주점에서 먹던 하이볼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 같다.
무조건 하이볼이다. 괜히 나처럼 원액의 맛을 궁금해 하지 말고, 맛있는 하이볼을 음주하길 바란다. 그렇게 많은 재료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토닉, 얼음 정도만 있으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맛을 구현해 낼 수 있다.
안주는 하이볼로 마신다는 가정 하에 튀김류, 탕류 술집에서 먹을 수 있을만한 것이면 뭐든 좋을 듯 하다. 말 그대로 알콜이 조금 섞인 라즈베리 탄산음료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기에 곁들일 음식에 있어선 큰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 보인다.
'봄베이 브램블', 색깔처럼 맛있는 하이볼이었다. 다만, 앞에서도 여러 번 말했다시피 원액은 굳이 마시는 일이 없도록 하자.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약간씩 상이하다. 개인적으론 코스트코가 가장 저렴하다고 느껴지지만, 근처에 창고형 대형마트가 없다면 일반 대형마트도 크게 나쁘지 않다.
하이볼 기준의 '봄베이 브램블'의 주간 평가는 3.7/5.0이다. 무난히 즐거운 하이볼이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