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배혜정도가'의 우곡생주'를 음주해 보았다.
'배혜정도가',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한 번쯤은 들어본 이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1998년에 창사하여 현재까지 호랑이 막걸리, 부자 막걸리, 메로니아, 호땅 등 다양한 주류를 생산함으로서 우리에게 막걸리로 인한 즐거움을 한 단계 올려준 기업이다.
갑작스럽게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면, 내가 오늘 음주한 막걸리가 바로 이 배혜정도가의 '우곡생주'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음주할 계획이 없던 막걸리였으나, 입이 심심하여 커피라도 한 잔 마실까 하고 우연히 편의점을 방문하였고, 옛식으로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는 것이 곧바로 매대를 지나던 나의 시선을 끌어 결국 참지 못하고 들고 오게 되었다.
참 이렇게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것은 고쳐야하는데, 어째 술만 관련되면 이렇게 되는 것인지. 여하튼 그러한 이유로 내가 오늘 들고온 술은 '우곡생주', 故배상면 회장의 생에 마지막 역작인 '우곡주'를 바탕으로 배혜정 대표가 세월을 담아 만들어낸 탁주이다.
자연을 그대로 담은 막걸리, 우곡생주
일반적으로 뚜껑을 닫아놓은 다른 막걸리와는 달리 종이로 위를 감싸 놓은 것이 참으로 마음에 든다. 막걸리는 모름지기 한국의 전통주이고, 그렇다면 아무리 세대와 상관없이 즐긴다고 하더라도 옛스러운 맛은 어느정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곱게 포장된 '우곡 생주'의 가격은 6500원, Cu편의점에서 구매한 기준이며 온라인에서도 6000원에서 7000원 사이정도에 구매 가능하다.
감미료를 일절 넣지 않고 오직 국내산 햅쌀과 누룩으로만 빚은 막걸리로서, 개량누룩을 사용하여 누룩취가 적고, 안정적이고 균일한 발효과정을 거져 풍부한 맛을 지닌 순미주라고 한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도수. 흔히 막걸리들이 5~6도 쯤에서 머무르는 것을 생각하면 '우곡생주'는 그에 비하여 상당히 높은 도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수가 높을 수록 주정의 맛을 잘 정제하는 것이 또 하나의 숙제가 되는데, 과연 배혜정도가의 우곡생주는 얼마나 잘 어우러져 있을까.
잔에 따른 술은 꽤나 눅진한 모습을 자랑한다. 진한 우유와 요거트 사이의 농도를 지닌채로 슬그머니 잔에 내려 앉는 것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코를 가져다 대니 참외가 생각나는 달콤한 향이 흘러나온다. 향 자체는 부드럽고 은은하게 코를 감싸 안으며, 끝 부분에서 약하게 주정의 향이 느껴지는듯하다. 전반적으로 달콤한 향이 상당히 만족스럽다.
이어서 한 모금 입에 머금으면 굉장히 묵직한 질감을 가진 막걸리가 혀를 감싸안는다. 눅진하니 부드러운 막걸리가 입 안을 가득 채우고, 약간의 달콤함과 함께 미세한 입자감이 혀에 맴돈다.
확실히 바디감이 매력적인 막걸리이다. 입자감도 있고 무게도 지녔으나 술 자체가 고운 편이라 혀에서부터 목넘김까지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목넘김 후에는 참외향과 달콤함이 혀에 머무며, 이 짧은 여운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간결히 사라진다.
묵직한 무게감, 과실이 떠오르는 단 맛이 눈에 띄는 술이다. 무거운 바디감과 혀에 남는 미세한 입자감들은 자칫하면 텁텁하다고 느껴져 단점이 될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각 구성원들이 서로의 맛을 방해하지 않고 끌어 올려주기 때문에 한층 더 술을 빛내는 장점으로 작용하는듯 하다.
또한 위에서 말했다시피 '우곡생주'의 도수는 10도로 일반적인 막걸리에 비해서 높은 도수를 가지고 있다. 보통의 술은 도수가 높을수록 알콜의 맛이 강하게 느껴져 인상을 찌뿌리게 만드는 반면에, 이 막걸리에선 그런 부분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부드러운 단 맛과 깔끔하게 사라지는 입자감, 맛의 끝에서 느껴지는 고소함은 오히려 기분좋게 사람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상당히 조화스럽게 잘 만들어진 막걸리이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호불호 없이 음주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오랜만에 맛있는 막걸리를 음주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묵직한 단 맛을 지니고 있기에 안주로는 매운 음식, 혹은 짠 음식을 추천한다. 쭈꾸미 볶음, 해물파전, 닭발 등과 함께 곁들이면 참 즐거운 음주를 가질 수 있을듯 하다.
'우곡 생주'. 개인적으로는 최근 음주하였던 막걸리들 중 단연 근사하다고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고, 취기를 느끼기에도 좋은 도수에 뚜렷한 단점을 찾기가 어려운 술이었다. 가격 역시 이정도면 상당히 괜찮은 편이니.
배혜정도가에서 '우곡주'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탁주라고 하였는데, 故배상면 회장의 시간부터 현재까지의 세월이 쌓여 만들어낼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오늘의 술, '우곡 생주'의 주간 평가는 '5/4.0'이다. 특유의 묵직하고도 달콤한 맛은 막걸리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한 가지 이유를 더 만들어 주는듯 하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