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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Jun 15. 2024

아임파인소주, 앤 유?

- 이국적인 외모에서 나오는 정겨움, '아임파인소주'를 음주해보았다.

오늘은 꼭 보드카처럼 생긴 친구를 한 병 가지고 왔다. '아임파인소주', 이름이나 영어로 가득한 생김새만 봐선 꼭 파인애플 향미를 잘아할 것 같은 친구인데, 과연 실제론 어떠한 맛과 향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이국적인 외모에서 나오는 정겨움, 아임파인소주

왠지 모르게 보드카를 연상시키는듯한 외관을 가진 친구이다. 비교적 흔하게 생긴 병의 형태에 파란색 뚜껑으로 마무리되어있으며, 전면부엔 영어만으로 이루어진 술의 소개가 애주가를 기다리고 있다. 파란색과 흰색 두 가지 만을 사용하여 상당히 깔끔한 느낌을 선사하고 있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일반적인 전통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작품이기에 본인만의 매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여겨진다. 아무리 봐도 소주보단 보드카가 먼저 떠오른다.

'아임파인 소주'는 '울진군산림협회'에서 금강송 솔잎과 송이버섯을 이용해 빚어낸 독특한 증류식 소주로서, 달달 상쾌한 풍미와 길게 남는 버섯의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솔잎의 향미는 은은하고 잔잔하게 입 안에 퍼지며 약간의 단 맛과 함께 부드러운 목넘김을 가져다주고, 쌀쌀한 맛과 알싸한 알코올이 이어지면서 향긋하고도 신선한 흙내음과 합쳐져 기분 좋은 마무리를 선물한다고 한다.


작품의 용량은 360ML, 도수는 18.8%, 가격은 15,000원. 일반적인 소주와 같은 용량과 거의 흡사한 도수, 그에 반해 전혀 가깝지 않은 금액을 지녔다. 술을 대단히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래도 가볍게 구매하기엔 어느 정도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다.

잔에 따른 술은 병 안에서 보던 것과 같이 깨끗한 면모를 자랑한다. 여타 증류주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맑고 투명한 빛깔로 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향미를 담고 있을지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물질은 전혀 보이지 않으며, 술방울 역시 가볍게 떨어진다.


이어서 코를 가져다 대니 은은한 송이향이 흘러나온다. 송이와 흙, 이끼, 모과, 배의 감향과 알콜 등이 자리 잡고 있는 상태이고, 희석식 소주와 용량이나 알콜함유량이 비슷하다고 하나 특유의 에탄올적인 역함은 전혀 다가오지 않는 형태이다. 흙이 살짝 묻어있는 듯한 송이줄기내음 뒤로 산뜻한 감향이 겉돌고 있으며, 전체적인 조화가 좋아 상당히 싱그러운 느낌을 가져다준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니 자연을 담은 소주가 혀를 안아준다. 향에서 느꼈던 것보다 확실히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송이의 풍미를 경험할 수 있으며, 알싸한 술과 같이 코에 들어오는 흙내가 꽤나 마음에 든다. 송이와 감미, 미약한 메밀, 약하고 순수한 알코올로 이루어졌고, 전반적으로 송이와 감미가 맛들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질감이 부드러워 목구멍까지의 과정에 있어 불편함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술로서, 끝으로 가서야 약한 씁쓸함이 나타나 반겨준다.

적당한 바디감과 함께 풍부한 송이의 풍미가 코와 혀 양쪽으로 퍼져간다. 목넘김 후에는 자연스러운 감미와 송이, 미미한 모과의 향미, 흙이 주는듯한 씁쓸함이 머무르다가 사라지며, 마무리 역시 향긋하고도 신선하게 끝이 난다. 이때 후미의 길이는 약 5초 정도로서 기분 좋게 맴도는 자연의 향기를 감상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된다. 이 송이와 속을 약간 덥혀주는 따뜻함의 어우러짐이 참 좋다.


겉모습과는 굉장히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었다. 영어를 모르면 어떤 이름인지도 알기 힘들 것 같은 술에서 이렇듯 정겨운 향미가 흘러나오다니. 자신이 은은하게 다가오는 자연의 향미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음주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각각의 향미 중 크게 튀어나온 것도 없고, 익숙한 감미와 섞인 버섯은 누구나 마시기 편하게 만들어져 있기에 양부가 갈릴일도 없다고 여겨진다.


곁들일 안주로는 도미찜, 떡갈비 등을 추천한다. 떡갈비 한 점과 '아임파인소주'는 참으로 뭉글한 시간을 선사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아임파인소주', 부드러운 송이를 느낄 수 있는 술이었다. 알콜이 그리 강하게 느껴지지 않으니 편한 마음으로 잔을 따르면 되겠다.


판매처에 따라 10% 이상의 가격차이가 존재한다. 잘 보고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자.


외모와 반대되는 향미, '아임파인소주'의 주간평가는 3.9/5.0이다. 송이가 전하는 달달함을 느껴보자.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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