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윽하게 가라앉는 약주의 씁쓸함, '으뜸원'을 음주해보았다.
오늘은 생김새가 독특해 들고온 술을 한 병 소개하려 한다. 꼭 어디 한약방에 있을 것 처럼 생긴 디자인이 다른 술들 가운데 있으니 도드라져 나도 모르게 가져오게 되었다. '으뜸원', 옛날의 추억을 떠올리는 이 술은 과연 어떠한 풍미를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음주해 보도록 하자.
그윽하게 가라앉는 약주의 씁쓸함, 으뜸원
일단 겉으로 보이는 외관부터 다른 술들과 상당한 차이점을 보인다. 옛날 할머니집의 부엌 구석에 보면 참기를 담아놓은 병처럼 생기기도 하였고, 어디 약방에 있는 약병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단순히 병의 생김새 뿐만 아니라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인데, 박카스에서 볼법한 재질로 이루어진 전면부의 라벨엔 '깔끔한 맛과 향', '으뜸 원' 같은 이름과 문구를 옛스런 느낌이 나도록 표현해 놓았다. 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수많은 비슷비슷한 도안 속에서 눈에 띄는 면이 있더라. 레트로적인 디자인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으뜸원'은 충북 청주시 '고려원'에서 국내산 쌀을 이용해 빚어낸 약주로서, 저온 발효와 저온 숙성으로 만들어 맛과 향이 굉장히 풍부하다.
목넘김 후에 느껴지는 고소함과 과실 향이 일품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부드럽고 깔끔한 질감으로 전, 김치, 전골, 떡갈비 등 한식은 물론 일식, 양식, 중식 등 어떤 음식과도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고 한다.
작품의 용량은 500ML, 도수는 11도, 가격은 5040원. 혼자 마셔도 좋고, 둘이 마셔도 나쁘지 않을 양에 술을 잘 즐기지 못하는 사람도 마실 수 있을듯한 알콜 함유량, 일반 희석식 소주의 약 두 배정도의 금액을 지녔다. 보통은 가격이 딱 떨어지는 반면, 신기하게도 5040원이 판매가인 제품이다.
병 밖으로 보이지 않던 녀석을 따라보니 밝은 볏짚빛이 잔 안에서 일렁인다. 이물감 없는 깔끔한 표면 속으로 맑은 물결을 지니고 있으며, 얼핏 봐서는 노란 가로등이 수면을 비추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딱히 흠 잡을 곳 없는 어여쁜 빛깔이다.
이어서 코를 가져다 대면 고소하면서도 씁쓸한 향이 잔을타고 흘러나온다. 약재, 누룩, 밀, 메밀, 칡 등의 향이 코에 맴돌며, 과실보다는 한약재에 가까운 내음이 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 높지 않은 도수 답게 알콜향이 뚜렷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나, 향 자체가 시큼털털한 느낌을 지니고 있고, 시큼보다는 털털한 비중이 더욱 크기에 어느정도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싶다. 과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긴 한데, 미미하게 밑부분에 깔려 있어 전반적으로 씁쓸한 내가 은은하게 코를 간지럽힌다.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으니 부드러운 질감으로 단 맛과 함께 고소한 술이 혀를 감싸 안는다. 옅은 매실느낌과 함께 과당의 감미가 가장 먼저 혀를 툭 치고, 곧바로 약재의 씁쓸함이 찾아와 혀에서 퍼지기 시작한다. 이 씁쓸함이 고소함으로 바뀌면서 혀에서 과정이 마무리되는데, 확실히 코를 대고 술을 느끼는 것보단 과실의 향미가 조금 더 뚜렷하게 다가오는 듯 하다. 다만 이 역시 약재의 쌉싸름한 풍미가 주는 비중이 더 크게 자리잡고 있기에 과실은 어디까지나 그 향미 주변을 돋우워주는 조연의 역할이라고 봐야 맞지 않을까.
적당한 바디감으로 매끄럽게 목구멍을 넘어간 후에는 약재, 밀 등의 씁쓸한 향미가 입부터 목구멍 아래로 내려가 그윽하게 퍼진다. 미약한 산미와 상큼한 과실향이 정말 잠깐 등장했다가 다시금 약재에게 사로잡히며, 혀뿌리에서 느껴지는 고미가 여운으로 4~5초 정도 머물렀다가 마무리 된다.
예상했던 것 보단 조금 더 양부가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이전 술에 대한 설명에서 과실향을 언급했기에 그 부분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약간의 감미와 쭉 이어지는 고미로 전체적인 방향이 진행되기에 직접적으로 그런 부분을 느끼긴 어려웠다. 장점으로 느껴지는 것은 이 씁쓸한 향미를 지나치지 않은 정도에서 잘 조절해놓았다는 것인데, 확실히 그 덕분에 은은하게 속으로 잠기는 듯한 끝 맛을 감상할 수 있었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백숙, 떡갈비, 더덕구이 등을 추천한다. 떡갈비 한 점과 '으뜸원' 한 잔은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으뜸원', 한 번쯤 음주해보아도 좋을 듯한 술이었다. 한약방에 있는 약병 같더니, 지금 생각해보면 잘 만든 것 같기도.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상이하다. 40% 정도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어 잘 살펴보고 구매하길 바란다.
씁쓸하게 퍼지는 약주, '으뜸원'의 주간평가는 3.6/5.0 이다. 그윽하게 가라앉는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