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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물이 이렇게 맑구나

- 태안에서 태어난 맑은 탁주, '소원 생막걸리'를 음주해보았다.

by 주간일기

오늘은 태안을 방문하면서 구매하게된 술을 한 병 들고 왔다.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지역막걸리들 중 그나마 눈에 띄어 들고 오게된 친구인데, 무려 85년의 전통을 잇고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소원 생막걸리', 충남 태안군을 대표하는 이 탁주의 맛은 어떨지, 기대와 함께 음주해보도록 하자.

태안에서 태어난 맑은 탁주, 소원 생막걸리

일단 겉으로 보이는 병의 형태는 이 용량대의 일반적인 막걸리들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긴 몸통에서 비교적 짧은 병목으로 올라가는 모습은 비슷하나, 그 갈림길이 딱 각져있기 때문. 보통은 곡선이 이렇게 턱 멈췄다가 다시 출발하는 것이 아닌 쭈욱 밀고 마개까지 향하는 모습이다. 이어서 전면부에는 '소원 생막걸리'라는 술이 이름과 함께 '충남도지사 인증48호'라는 문구가 돋보인다. 확실히 긴 전통 답게 여러 타이틀을 달고 있나 보다. 병 안으로 비추는 술의 색과 '소원 생막걸리'를 나타내는 노란색 역시 정겨운 지역느낌을 주며 잘 맞아 떨어진다.


'소원 생막걸리'는 85년동안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소원양조'에서 제조하는 태안의 지역막걸리이다. 국가가 지정한 '술 품질인증'과 충청남도에서 지정한 '충남도지사 인증'을 모두 받은 상태이며, 효모가 살아있어 그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쌀과 밀이 모두 함유되어 있어 쌀 막걸리의 감칠맛과 밀 막걸리의 걸쭉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고, 은은한 단 맛에 쓴맛은 적은데다가 부드럽기까지 하여 누구나 선호할 수 있는 향미라고 한다.


작품의 용량은 750ML, 도수는 6%, 가격은 마트 기준 1,500원. 혼자 마셔도 좋고, 둘이 마셔도 괜찮은 양에 평균적인 탁주와 비슷한 알콜 함유량, 역시나 정겨운 지역 막걸리 다운 아주 착한 금액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맛까지 괜찮다면 참 얼마나 좋을까.

잔에 따른 술은 예상보다는 매끄러운 표면을 선보인다. 조그마한 기포들이 송송 맺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모습을 감추며, 그 뒤로는 상아색의 뽀얀 빛깔이 미미하게 머물러 있는 입자감들과 함께 흔들린다. 탁도 역시 딱 적당한 정도인게 예상보다 예쁜 얼굴을 지닌 친구였다.


코를 가져다 대니 은은한 단내가 잔을 타고 올라온다. 밀과 누룩, 산향과 약간의 잣 비린내가 섞여 있으며, 확실히 향이 강하게 다가오는 편은 아니다. 낮은 도수 답게 알콜의 냄새는 전혀 느껴지지 않지만, 비교적 자연스럽게 풀어낸 감향 사이로 한 번씩 치고 나오는 이 곡식의 비릿한 향이 조금 아쉽다고 생각된다. 그것을 제외한다면 전반적으로 무난한 편이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부드러운 막걸리가 혀를 감싸 안아준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향보다는 맛에 있어서 더 큰 장점을 지니지 않았나 싶다. 탄산감 거의 없는 질감이 매끄럽게 입 안을 채워가고, 가벼운 감미를 퍼뜨리며 나아가기 시작한다. 이 감미가 끝날 때 쯤에 미미한 산미에 더해지는 고소함이 코부터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곡식 중 밀과 잣이 떠오르는듯한 풍미였다. 맛의 대부분을 무난한 감미가 차지하고 있어 확실히 큰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는 술이라는 생각이 들며, 목넘김 역시 아무 저항 없이 진행되어 곱게 이어진다.

목구멍을 넘어간 이후에는 설탕의 감미와 산미, 그리고 목구멍 아래로 살짝 퍼지는 구수한 풍미를 남겨놓고 사라진다. 생각보다 마지막에 머무는 여운의 비율은 코에서 다가오는 풍미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끝맛의 길이는 4~5초 정도로 코와 혀 뿌리에서 퍼지는 마지막을 감상하길 바란다.


가격에 비해서 상당히 괜찮은 맛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향은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적기도 하고, 산향과 미미한 곡식 비린내가 툭툭 치는 듯해 아쉬움이 남았으나, 맛에 있어선 오히려 만족감이 더 크게 자리잡는 술이었다. 특히나 1,500원 밖에 되지 않는 가격은, 요즘 전통주를 생각하면 굉장히 저렴한 값에 그 보다 더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탁주라고 생각된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음식은 매콤한 막걸리 안주를 추천한다. 쭈꾸미볶음, 두부김치, 제육볶음 등 어떤 음식도 좋은 궁합을 가져다 줄 것이다.


'소원 생막걸리', 오랫동안 태안을 대표하는 막걸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민의 가격에 그 이상의 행복이라면 더할나위 없을 일이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약간씩 상이하다. 다만 현재 온라인 몰에선 찾아보기 힘들며, 태안이나 그 근방을 방문해야 볼 수 있다.


태안에서 태어난 '소원 생막걸리'의 주간평가는 3.8/5.0 이다. 소원면의 물이 이렇게 맑구나.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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