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미의 바다에서 헤엄치다, '팔딱산 생막걸리'를 음주해보았다.
오늘은 감명적인 디자인을 가진 술을 한 병 가지고 왔다. 이게 참 여러가지 의미로 눈에 박혔는데, 최근 복잡한 디자인의 전통주들이 많이 출시되는데 반해, 이 작품은 굉장히 간단하면서도 강하게 뇌리에 박히는 도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도저히 들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어, 곧바로 여러분에게 소개하게 되었다. '팔딱산 막걸리', 과연 이 제품은 어떠한 풍미를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음주해보도록 하자.
산미의 바다에서 헤엄치다, 팔딱산 생막걸리
겉으로 보이는 외관부터 심상치가 않다. 사실 병 자체는 간혹가다 볼 수 있는 형태를 띄고 있는데, 이 전면부에 다른 디자인 전혀 없이 새빨간 배경에 쓰여진 이름이 굉장히 강렬하다. 아주 굵고 선명한 글씨체로 나타나 있는 '팔딱산 생막걸리'. 이 단순하지만 사람의 이목을 끄는 도안은 아마 보는 사람이 누구든지 궁금증을 유발하지 않을까. 나 역시 이 강렬함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이 술을 마시게 되었듯이 말이다.
'팔딱산 생막걸리'는 수원의 '신도시 양조회'에서 인공 감미료 없이 경기쌀 100%를 이용해 만든 막걸리로서, 최상의 맛을 위한 정성스러운 쌀 씻기, 세심한 발효 온도 체크 등의 과정을 거쳐서 저온숙성으로 탄생하였다.
텁텁하지 않은 가벼운 질감을 지니고 있어 누구나 마시기 편하며, 은은한 청포도 향에 더해지는 자두의 산미와 쌉싸름한 곡물의 풍미까지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작품의 용량은 750ML, 도수는 8도, 가격은 8,200원. 혼자 마셔도 좋고, 둘이 마셔도 적지 않은 양에 일반적인 막걸리보다 조금 더 높은 알콜 함유량, 최근 출시되는 막걸리들의 평균가격 정도를 지니고 있다.
잔에 따른 술은 새하얀 우윳빛깔을 선보인다. 다만 일반적으로 보이는 우유의 질감보다는 좀 더 밀도가 가벼워 보여 꼭 눈을 녹여 놓은 것 같기도 하다. 술의 표면에는 미미한 입자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으며, 오밀조밀한 탄산들은 술 아래서 옹기종기 모여 존재감을 드러낸다.
코를 가져다 대니 산을 머금은 누룩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약간의 꿀과 누룩, 청포도과육 살짝에 포도껍질 등의 산 향이 느껴지며, 향 자체가 강하게 다가오기보단 은은히 퍼지는 방향을 지니고 있다. 일반 막걸리치고 도수가 높다고 하지만 알콜의 향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이 달콤새콤한 향이 코를 간지럽히듯이 맴도는 상태이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강한 산미가 혀를 껴안듯이 달려든다. 약한 탄산과 함께 씨앗에 가까운 자두 부분, 레몬 등의 신 맛과 단 맛 약간이 섞여서 퍼져가는데, 이 산미가 정말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반기기 힘들정도로 강하게 잡혀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레몬즙을 그대로 먹는 듯한 기분. 개인적으로 신 맛을 어느정도 즐기는 성질이라고 생각하는데도 혀에 순식간에 침이 고이며 입을 쩝쩝대고 있더라. 분명히 질감 자체는 부드러운데, 이 강렬한 과실의 산미 덕분에 맛을 제대로 감상하기 어려운듯한 느낌이 슬 있었다.
살짝 가벼운 바디감으로 이루어진 목넘김 후에는 다른 맛 보다 이 산미가 혀전체를 안고 있다가 사라진다. 마찬가지로 레몬, 자두 등의 신 맛이 부각되어져 3~4초 정도 머물고 있으며, 떪은 끝맛 이후 가볍게 날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게 참, 맛을 느끼기 위해서 최대한 집중하려고 하는데도 표정을 찡그리지 않을 수가 없다.
산미가 정말 인상적이다. 하다 못해 신 젤리보다도 인상적이다. 지금껏 마셔 본 탁주 중 가장 산미가 뛰쳐나와있지 않나 싶다. 자신이 레몬처럼 침을 나오게 하는 과일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먹어보길 권할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어렵지 않을까 싶다. 한 두잔 반복하다보면 익숙해져서 조금 낫긴 한데, 그래도 산미를 즐기지 않는다면 부담스러울 가능성이 높은 탁주였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크래커, 핑거푸드 등 거의 맛을 지니고 있지 않은 간단한 음식을 추천한다. 막걸리의 산미가 너무 강해 안주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어렵지 않을까. 산미를 느끼고, 크래커로 잠깐 진정시키고, 다시 산미를 느끼고. 이런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팔딱산 막걸리', 사실 개인적으론 어느정도 어우러진 형태를 좋아하는데, 너무 한쪽이 강하게 튀어나와있는 작품이었다.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상이하다. 큰 차이는 없으니 보이는데서 구매하면 될 것이다.
강렬한 레드, '팔딱산 막걸리'의 주간평가는 3.0/5.0 이다. 산미의 바다에 몸을 담궜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