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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도가 주는 강렬한 인상

- 타는듯한 소금바위의 강렬함, '밀 72'를 음주해보았다.

by 주간일기

오늘은 고도수 중에 고도수 증류주를 한 병 가지고 왔다. 또 이 강렬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기도 하고, 나 역시 이런 고도수를 발견한다면 놓치지 않고 즉각 마시는 사람이라 보자마자 들게 되었다. '밀 72', 보기만해도 등골이 오싸한 이 강력한 작품은 과연 어떠한 풍미를 가져다 줄지, 기대와 함께 음주해보도록 하자.

타는듯한 소금바위의 강렬함, 밀 72

일단 보이는 외관은 작고, 단순하며, 동시에 복잡하다. 술을 감싸고 있는 병 자체는 미니어쳐로 마주했을 때 종종 볼 수 있는 형태를 띄고 있으나, 전면부에 자리잡은 라벨은 상당한 어지러움을 가져다 준다. '빽빽할 밀'이라는 한자와 함께 그려진 배경은 정말 이름 그대로 너무나도 얽히고 섥혀있어 계속 쳐다보고 있으니 괜히 눈이 침침해 지는 기분이다. 이 '밀'자가 과연 술의 향미를 나타내는 것인지, 혹은 그 이외의 것을 나타내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강한 도수에 더해지는 빽빽함은 확실히 기대가 된다.


'밀 72'는 '주식회사 삼오식품'에서 열정을 다하여 만든 72도 짜리 쌀 막걸리 증류주로서, 최상의 풍미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소량만 증류하여 제조하고 있다.


특별히 주문제작한 증류기의 상압증류를 통해 곡물의 짙은 풍미를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먹지도 못하는 막걸리를 증류하는 것이 아닌 훌륭한 원주를 이용해 최고의 전통주를 탄생시켰다고 한다.


작품의 용량은 100ML, 도수는 72도, 가격은 25,000원. 용량만 생각하면 혼자서 먹기에도 부족한 양에 듣기만해도 몸서리쳐지는 알콜 함유량, 위스키 중에서도 어느정도 이름을 날리는 친구와 비슷한 금액을 지녔다. 72도, 정말 얼마나 강한 캐릭터를 보여줄지 감이 잡히지가 않는다.

잔에 따른 술은 병 안에서 보던 것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맑은 모습을 하고 있다. 물, 일반적인 희석식 소주와 큰 차이가 없으며, 전혀 이물감이 없이 투명하다. 딱 아름다운 소주의 얼굴이다.


코를 가져다 대니 약간의 단내와 함께 알콜이 섞여서 올라온다. 감향, 누룩, 밀 등의 고소한 곡물의 내음이 은은하게 다가오고, 그 옆에 젖은나무와 함께 생각보다 순한 알콜이 맴돌며 코를 건드린다. 사실 72도라는 막대한 도수를 가지고 있기에 당연히 알콜면에서 굉장히 독한 향이 느껴지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향 자체는 생각보다 순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냥 맡아서는 알콜 함유량이 믿기지 않을 정도. 기대만큼 캐릭터가 강하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쉽긴 하나, 전혀 반전적으로 25도, 30도 정도의 소주에서 느낄법한 그윽한 내음 역시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소금기와 함께 따갑고도 뜨거운 술이 혀를 감싸준다. 약간의 단 맛과 짠 맛, 고소함을 지니고 있으며, 이런 맛을 제대로 느끼기 힘들 정도로 타는 장작을 가져다 덴 것 같은 특유의 작열감이 순식간에 혀에서 목구멍으로 이어진다. 향과 달리 맛에서는 확실한 자신만의 특성을 보여주는 친구이다. 혀에 닿는 순간 정말 잠깐 감미가 인사를 하다가 소금바위를 핥는듯한 함미로 넘어가고, 그 뒤를 구수한 풍미가 코와 입에서 연기처럼 퍼져나간다. 앞서 말했다시피 알콜은 격정적으로 코와 혀에 맴도나 역함이 아닌 순수한 소주가 가져다주는 향미이기에 고도수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목넘김 이후엔 코에는 살짝 구운 곡식의 고소한 내음이, 그리고 혀에는 짠맛과 얼얼함이, 목구멍 아래로는 자신의 위장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을듯한 뜨거움이 꽤 오랫동안 일렁인다. 이 때문에 여운의 길이가 상당히 긴 작품이기에 가능하다면 눈을 감고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만약 니트로 마시기 힘들다면 얼음을 같이 해서 온더락으로 마시면 좋다.


빽빽하다. 향에서는 비교적 여유로우나, 맛에 있어선 그 풍미를 제대로 느끼기 힘들만큼 연속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특히나 촛불로 부족한 작열감은 강하게 입술을 때리고, 혀를 강타하며, 목구멍 아래를 태운다. 불로 익힌 소금바위를 입에 넣으면 이런 향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 빽빽한 소주의 타격감을 느끼고 싶다면 한 번쯤 음주해보길 바란다. 물론, 높은 도수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곁들일 음식으로는 매운탕, 술국, 알탕 등을 추천한다. 집어먹는 안주로는 이 뜨거운 감성을 잠재우기가 힘들 것이다.


'밀 72', 술 한 잔에 한 병이 담겨있는 작품이었다. 이 순수한 증류주의 참 맛은 충분히 경험해볼만 하다. 이전에 마셨던 같은 도수인 '적송자'와는 또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10% 정도 차이가 난다. 잘 살펴보고, 구매하도록 하자.


빽빽한 전통주, '밀 72'의 주간평가는 4.1/5.0 이다. 타는 소금바위.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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