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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Jul 21. 2023

신세계의 대표 주자, 칠레의 와인

칠레의 와인, '몰리나 그란 레세르바 레이트 하비스트'를 음주해 보았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겠지만 포도주를 분류하는 방법은 굉장히 다양하다. 간단히 몇 가지만 나열해 보아도 색에 따라서 화이트와인, 레드와인, 로제 와인 등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식사 순서에 따라 식전주, 디저트와인, 테이블와인 등으로도 분류할 수 있고, 생산지역에 따라서 구세계 와인, 신세계 와인 등으로 나눌 수도 있다.


색의 차이나 식사 순서에 따른 분류는 다들 알고 있을 테니 혹시 모를 사람들을 위해 구세계, 신세계 와인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해 보자면, 구세계는 아주 예전부터 와인을 만들어오던 나라들, 이를테면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 등. 신세계는 비교적 최근에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칠레, 아르헨티나, 미국 등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구세계 신세계로 나누면 구세계의 와인이 먼저 만들어졌고,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기에 신세계의 와인보다 품질이 뛰어날 것 같지만 꼭 그렇진 않다. 신세계의 다양한 국가들도 본격적으로 와인사업에 뛰어듬에 따라 구세계 못지않게 뛰어난 와인을 보여주고 있으며, 실제로 '파리의 심판'이라는 미국과 프랑스의 와인대결에서 미국의 프랑스의 뛰어난 와인들을 제치고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던 역사가 있었다. 즉 신세계든 구세계든 이제는 와인 개개인의 품질이 중요하다는 말.


여기에 대해 더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그럼 말이 너무 길어질 테니 이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 하도록 하자. 어차피 내가 이러한 주제를 꺼낸 것은 내가 가져온 술을 소개하기 위함이니까. 방금 말했던 신세계의 대표주자, 칠레의 달콤한 와인이다.


칠레에서 탄생한 아름다운 와인, 몰리나 그란 레세르바 레이트 하비스트

와인의 색과 병의 디자인이 참 잘 어울린다. 노을이 지고 있는 넓은 포도밭과, 그 뒤로 보이는 성과 산. 그리고 그것을 감싸고 있는 술의 색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해 낸다. 


술의 이름은 '몰리나 그란 레세르바 레이트 하비스트'이며, '그란 레세르바'는 칠레의 6년 이상 숙성되었다는 와인의 등급을. '레이트 하비스트'는 말 그대로 포도가 완전히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달콤할 때 수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전면부를 보면 산페드로라는 와이너리에서 탄생된 칠레의 '그란 레세르바'등급의 달콤한 와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몰리나 그란 레세르바 레이트 하비스트'는 위에서 말했다시피 칠레의 산 페드로 와이너리에서 탄생한 와인으로서, 소비뇽 블랑 46%, 리슬링 31%, 게뷔르츠트라미너 11%, 소비뇽 그리 10%, 비오니에 2%로 이루어져 있다. 


칠레를 대표하는 최고의 포도원에서 일반 포도보다 늦게 수확하여 당도가 높은 포도로 블렌딩 되어 있고, 변함없는 품질에 대한 노력 덕에 최근 레세르바에서 그란 레세르바로 업그레이드되었다고 한다.


이 달콤한 와인의 용량은 500ML, 도수는 12도, 가격은 13500원이다. 구매 시에 할인가로 적용되어 13500원이라고 하는데, 사실 검색을 해보면 대부분이 이 가격에 구매하였기 때문에 할인가가 아마 상시가가 아닐까 싶다. 원가는 70000원 대 라는 곳도 있고, 40000원 대라는 곳도 있으니 혹여나 원가로 구입하는 실수는 하지 않도록 하자. 아마 어딘가에선 할인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잔에 따른 술은 병 안에서보다 더욱 고급스러운 빛깔을 선보인다. 가격에 비하여 굉장히 아름다운 색깔이다. 토파즈를 물에 담가 녹이면 이러한 색이 나오지 않을까.


코를 가져다 대니 달콤함을 간직한 산미가 흘러나온다. 파인애플, 배, 꿀, 망고, 시트러스 등의 열대 과일 향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12도라는 도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알코올향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향의 대부분을 상큼함이 차지하고 있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혀에 침이 고이는 듯하다.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으면 라임을 설탕에 절인 듯한 달콤함과 산미가 혀를 사로잡는다. 단 맛과 산미 둘 다 상당히 진하게 입 안을 채우고, 그 두 가지 맛이 지나간 후에는 약간의 씁쓸함이 혀를 건드린다. 


프루티하고 산뜻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는 술이다. 탄산이 없으며 술 자체가 부드럽기에 혀에서부터 목 넘김까지의 과정이 상당히 곱게 이루어진다. 겉모습만 봐서는 탄산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 외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될 일이다.

목 넘김 이후에는 산미와 과실의 단 맛을 혀에 남기고 사라진다. 맛의 질감이 꽤 끈적한 탓인지 산미를 품은 여운이 꽤 오랫동안 남아있으며, 이 오랜 지속감은 맛을 음미하는 데 있어서 꽤나 만족감을 가져다준다.


술의 무게는 적당한 편에, 과실과 함께 퍼지는 술의 풍미는 가격대비 확실히 만족스럽다. 잘 익은 달콤한 과일향과 함께 들어오는 와인은 코와 입을 동시에 즐겁게 만들어주고, 과일을 꿀에 담근 듯한 매력적인 맛은 상큼한 여운과 더불어 아름다운 마무리를 만들어낸다.


달콤한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큰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을 듯하며, 그중에서도 탄산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취향에 맞을 듯하다. 유일하게 걸리는 점이라면야 맛의 끝에서 살짝 맴도는 떫음이지만, 이 역시 조화를 크게 방해하는 것은 아니기에 염두만 해두고 있으면 될 것 같다.


참고로 '몰리나 그란 레세르바 레이트 하비스트'의 비비노 기준 평점은 4.1로서 상당히 높은 편을 자랑한다. 특히나 2021년 산의 경우 4.2로서 이전의 것들에 비하여 약간 더 높은 평점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구입할 계획이 있다면 2021년 산의 와인을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입에 넣자마자 느껴지는 와인의 달콤한 맛으로 생각하였을 때 확연히 디저트 와인에 걸맞은 친구이다. 부드러운 치즈나 케이크, 비스킷 등과 함께 음주하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몰리나 그란 레세르바 레이트 하비스트' 이름처럼 달콤하고 풍부한 맛이 느껴지는 친구였다. 맛의 끝에서 느껴지는 떫음은 살짝 아쉽긴 하지만, 그것을 제외한다면 가격 이상의 모습을 자랑한다.


느지막이 수확한 포도답게 과일청이 생각나기도 하는 맛이다. 너무 달콤한 와인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지양하길 바라고, 반대라면 한 번쯤 음주해 보길 바란다.


칠레에서 도착한 '몰리나 그란 레세르바 레이트 하비스트'의 주간 평가는 3.7/5.0이다.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가을의 달콤한 꽃을 떠올리게 만들어 주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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