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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Jul 20. 2023

대왕의 이름은 누구보다 무겁다

-가장 위대한 대왕의 업적을 기리다, '이도 25'를 음주해 보았다.

한국 사람이라면 '세종대왕'이라는 네 글자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그분의 업적을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가 쓰는 글과 하는 말이 증명하고 있으니. 어떤 사람이 자신이 사용하는 글자가 어떻게 탄생되었는지를 모르고 있겠는가.


물론 한글을 만든 것을 제외하고도 그분의 명성은 끝이 없다. 집현전의 학자들과 함께 백성들의 앞 날 만을 생각하면서 사셨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대부분이 세종대왕이 어떤 일을 하였는지는 잘 알고 있지만, 그분의 본명은 아는 이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하긴 우리가 읽은 위인전에서 그 누가 임금의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 있었을까. 


세종대왕의 본명은 '이도', 성은 이, 이름은 도이다. 셋째 아들로 태어나 원래는 왕위를 잇기가 힘들었으나, 첫째와 둘째가 여러 일들로 인해 물러나게 되고, 결국 '이도'는 22세의 나이에 왕의 자리에 올라 우리가 아는 '세종대왕'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나라의 가장 위대한 왕의 탄생을 알리는 것이었다.


광화문에는 이런 그의 공로를 기리기 위한 '세종대왕상'이 존재한다. 그 거대한 동생을 보면서 사람들은 왕을 기억하고, 추억한다. 그리고, 여기 그 동상 말고도 또 하나 왕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있다. '이도', 그의 이름을 그대로 본떠 만든 증류식 소주이다.


가장 위대한 대왕의 업적을 기리다, 이도 25

병의 모양 자체는 단순하다. 화려한 디자인이 그려져 있는 것도 아니며, 병에 별 다른 음각이 새겨져 있는 것도 아니다. 전면에 보이는 것은 아주 굵고 힘 있는 글씨체로 적어진 두 글자. '이도'. 


그런데 신기한 것이 병에 자리 잡은 것은 분명히 몇 안 되는 글자들이 끝임에도 불구하고 병이 꽉 찬 것처럼 느껴진다. 아마 이름의 무게 때문이 아닐까. 왕의 이름 앞에 또 다른 무언가가 있어봤자 방해만 될 뿐이었다.


'이도 25'는 '조은술세종'에서 농촌진흥청에 특허 출원된 순수 토종 효모를 사용하여 빚은 전통 소주이다. 20년간 전통주의 길을 고집하신 경기호 님께서 장인의 정신으로 완성하셨으며, 그 품질을 인정받아 '국내산 100% 우리 술품질인증'을 획득하였다.


참고로 '이도'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관하는 '2016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 증류식 소주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왕의 술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25도, 가격은 14,000원이다. 사람에 따라 살짝 비싸다고 느껴질 수 있는 가격이지만, 요즘 출시되는 증류식 소주들의 값과 '이도'가 가진 품질을 고려해 보자면 어느 정도 적정한 느낌이다.

술을 따른 모습은 여타 증류식 소주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투명하며 매끄럽고, 아주 부드럽게 넘어갈 것 같다.


잔에 코를 가져다 대면 시원한 배의 향이 올라온다. 25도라는 도수를 가졌음에도 알코올의 향은 코의 끝에서 느껴지는 전부이며, 확실히 향부터 술이 얼마나 청량한지 말해주고 있다. 진하게 들어오기보단 코 근처를 은은히 감싸주는 향이다.


한 모금 머금으니 깔끔한 쌀의 맛이 알코올과 함께 혀를 감싸 안는다. 향에 비해선 알코올의 맛이 비교적 더 와닿는 편이고, 소주와 비슷할 정도의 도수가 느껴지기에 사람에 따라 그리 편한 음주가 되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혀로 들어온 술은 목구멍까지 순식간에 빠져나간다. 향과 마찬가지로 미세한 단 맛과 부드러운 쌀의 맛을 지니고 있는데, 술을 마실 때 들어오는 배의 향과 어울려 좋은 조화를 선보인다.

목구멍을 넘어간 후에는 풍부한 쌀의 맛과 시원한 향, 그리고 알코올을 혀에 남겨 놓고 사라진다. 여운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지만 역시나 알코올이 같이 남는 것이 살짝 아쉽다. 흔히 말하는 주정이 가진 씁쓸한 맛을 아예 싫어하는 사람에겐 어울리기 힘들 것이다.


술의 무게는 가볍고, 풍미 역시 부드러운 쌀의 맛이 입 안을 채우는 것이 꽤 괜찮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술의 느낌도 그렇고, 살짝 튀어나온 알코올을 제외한다면 전체적인 재료들이 조화롭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술에 취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좋은 전통주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도 전통주'는 25, 32, 42 이렇게 세 가지의 시리즈가 존재한다. 오늘 여러분들에게 소개한 술은 이 중 25도인데, 사실 시리즈 중 가장 낮은 도수였지만 싸한 알코올의 맛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후에 42도짜리 시리즈 역시 음주하고 소개하겠지만, 25도에서도 맛을 방해한 알코올이 씁쓸함이 42도에선 과연 얼마나 크게 작용할지 의문이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회나 육회 등을 추천한다. 회 한 점에 얹어지는 이도 한 잔은 상당히 잘 어울려 당신을 금세 취기로 안내해 줄 것이다.


'유기농이도 25' 팔방미인이 될 수 있었지만 칠방미인에서 멈춘듯한 술이다. 알코올의 향미가 술의 맛을 방해하는 것이 정말 아쉬웠다. 그것만 아니라면 크게 호불호가 갈리는 술이 아니었을 텐데.


그래도 쌀의 풍미 자체는 훌륭하며, 주감 역시 부드럽게 흘러들어오기에 알코올이 가진 씁쓸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음주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그런 취향을 가진 사람에겐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왕의 술, '유기농이도 25'의 주간평가는 3.0 / 5.0이다. 대왕의 노고는 씁쓸하였고, 그 누구보다 무거웠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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