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공주산이 맛나더라

-귀하게 자란 공주의 알밤을 담다, '공주알밤왕밤주'를 음주해보았다.

by 주간일기

지금처럼 여러 가지 맛의 막걸리가 나오기 전, 많은 사람들로부터 스테디셀러처럼 사랑받던 막걸리가 있다. 신기하게도 세대를 가리지 않고 인기가 많았으며, 보통 막걸리 집에 들어가여 이 막걸리가 있으면 다들 꼭 한 번씩 시키는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그것이 바로 '밤막걸리'이다.


아직도 스멀스멀 떠오르는 것이 처음 마신 밤막걸리는 흔히 말하는 신세계에 가까운 맛이었다. 막걸리의 묵직함과 밤의 고소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고, 감칠맛과 달콤함 역시 빠뜨리지 않아 그날은 밤막걸리만 연신 들이키다 취했던 기억이 난다.


이러한 밤막걸리를 맛있게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한 가지가 바로 원재료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대부분의 원재료란에는 특산품을 밤으로 하는 지역이 명시되어 있다.


내가 오늘 가져온 막걸리는 그 다양한 지역 중에서도 밤으로 굉장히 유명한 충남 공주의 알밤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막걸리이다. 여러 곳에서 특산품으로 밤을 내세우고 있으나, 공주는 차령산맥의 기운을 받은 기후와 토질 덕분에 특히 밤맛이 좋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기대가 된다. '공주 알밤 왕밤주'의 맛과 향은 어떨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귀하게 자란 공주의 알밤을 담다, 공주알밤왕밤주

병은 전형적인 옛날 막걸리의 디자인을 띄고 있다. 병 안의 막걸리가 보이지 않도록 희게 둘러싸여 있으며, 전면부에는 뭉그러진 글씨체로 적혀 있는 술의 이름이 보인다. 글씨체 하나하나가 최근에 나오는 막걸리들의 병에선 보기 힘든 글자들이다. 거기에 커다란 밤을 가운데 두는 주황색 배경까지. 누군가에겐 촌스럽다고 들을 수 있을법한 도안이지만 원래 막걸리는 이런 것들이 가장 맛난 법이다.


'공주알밤왕밤주'는 '사곡양조원'에서 공주의 특산물인 알밤을 사용하여 빚은 막걸리로서, 알이 굵고 육질이 좋은 우수한 품종만 사용하였으며,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수확하고 손질하여 만들어진다.


또한 공주 알밤을 볶아서 빚은 저온 발효주이기에 유산균이 풍부하며, 곡물의 달콤함과 밤의 고소함이 조화롭게 이루어져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 매력적인 밤으로 만들어진 술의 용량은 750ML, 도수는 6도, 가격은 일반 지역막걸리와 비슷한 1800원이다. 이런 옛 디자인을 가진 막걸리들이 요즘 나오는 것들에 비하면 확실히 저렴하다. 물론 아무 문제없다고 발표되긴 하였으나 논란이 되는 '아스파탐, 사카린나트륨'등이 포함되어 있으니 구매 전에 염두해 두길 바란다.

잔에 따른 막걸리는 두유 보다 약간 더 누르스름한 색을 선보인다. 적당한 진하기와 매끄러운 질감, 그리고 달콤함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빛깔이다.


잔을 들어 코를 가져다 대면 밤 향과 싸한 인공감미료의 향, 알코올 냄새 등이 흘러나온다. 밤의 향이 강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리 깔끔한 편은 아니며, 뒤이어 올라오는 싸한 냄새가 향을 느끼는 데 있어서 상당히 방해를 한다. 여러모로 아쉬운 향처럼 느껴진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니 탄산과 함께 묵직한 밤 맛이 혀를 안아준다. 단 맛과 녹진한 농도로 감칠맛 있게 입 안을 채워 가는 것이 향보다는 맛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더 큰 편이다. 다양한 밤 막걸리 중에서도 음료수 같은 밤막걸리 보단 확실히 술에 가까운 막걸리라는 생각이 든다.


탄산은 딱 적당한 편이고, 혀를 감싼 술은 단 맛과 함께 목구멍을 넘어간다. 주감은 곱다고 말하기까진 힘든 딱 무난한 정도. 질감 면에 있어서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딱 중간정도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목 넘김 후에는 단 맛과 밤의 향을 코와 혀에, 알코올로 느껴지는 씁쓸함을 목구멍에 남겨놓고 사라진다. 술 자체가 감칠맛이 굉장히 뛰어나기에 여운 역시 상당히 깔끔하고 좋다. 이때 혀 끝에 남는 밤의 눅진한 맛은 꽤나 인상적이다.


무게는 조금 무거운 편이고, 입 안을 감싸는 밤의 풍미는 상당히 괜찮다. 아무래도 감미료를 통하여 맛들을 잘 이끌어냈기 때문에 고급스러운 맛이라는 생각보다는 노란 양은 잔에 담아 들이붓기 딱 좋은 술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무릇 서민 막걸리는 그런 것이 묘미 아니겠는가.


요즘 출시되는 막걸리들의 가격을 생각한다면 굉장히 잘 만들어진 술이라고 여겨진다. 코와 입 양쪽으로 자리 잡는 충분한 밤의 향미와 그 맛을 뒷받침하는 달콤함, 거기에 혀를 감싸는 눅진한 질감까지. 맛의 끝에서 느껴지는 씁쓸함은 아쉽긴 하나 이 가격에 이만한 밤막걸리는 절대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달콤한 음료수 같은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비교적 눅진하고 무거운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가격도 싸고, 맛도 괜찮기에 씁쓸함이나 밤막걸리를 너무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즐겁게 음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노란 양은 잔에 담아 음주한다면 감성과 함께 언제 취하는지 모르고 헤롱거리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안주는 전. 해물파전, 김치전 등을 추천한다. 전형적이고도 전형적인 막걸리 안주와 잘 어울리는 술이다. 전 한 점에 막걸리 한 잔은 고된 당신에게 행복한 하루의 마침을 선물할 것이다.


'공주알밤왕밤주' 가격대비 확연히 잘 느껴지는 밤 맛과 혀를 감싸주는 감칠맛이 인상적인 막걸리였다. 아쉬운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 가능한 것들이다.


1800원이란 가격은 솔직히 요즘 세상에 그렇게 부담스러운 값은 아니기에 밤막걸리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음주해 보길 바란다.


공주의 알밤을 그대로 간직한 '공주알밤왕밤주'의 주간 평가는 3.7 / 5.0이다. 역시 밤은 공주산인가 보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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