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에서 태어난 프리미엄 막걸리의 기본,'해창막걸리 9도'를 음주해보았다
술을 좋아하는 한국인이라면 대부분이 좋아하는 주류 중 하나가 바로 막걸리이다. '서민'을 대표하는 술이자, 다른 술들에 비하여 비교적 값싼 가격으로 아주 예전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오고 있으며, 특히나 비 오는 날이 되면 사람들은 하나 둘 파전과 막걸리 앞으로 자리를 옮긴다.
나 또한 어렸을 때부터 막걸리를 굉장히 즐겨마신 축에 속한다. 대학생 시절 처음 입에 가져다 댄 그 순간 맛에 빠져 잔을 멈추기가 어려웠고, 그날은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술이 좋아 계속해서 막걸리를 구매하면서 드는 생각이, 이제 막걸리는 더 이상 서민을 위한 술이라고 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각종 프리미엄 술들이 나오면서 1000원 2000원 하던 막걸리는 5000원은 우습게 넘어가고 있는 상황. 아무리 물가가 오른다지만 그래도 우리의 지갑을 위로해 주던 술 중 하나였는데, 이제는 상대적으로 맛을 즐기기 위한 술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오늘은 어느 정도 가격이 있는 막걸리는 기존의 지역 막걸리와 얼마나 차이가 날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프리미엄 막걸리 중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술을 한 병들고 왔다. '해창막걸리 9도', 도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변하는 시리즈의 첫 번째이다.
땅끝에서 태어난 프리미엄 막걸리의 기본, 해창막걸리 9도
왠지 모르게 노란 병뚜껑에 먼저 시선이 간다. 전반적으로 다른 막걸리들과 크게 차별을 둔 디자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게 부족하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굵고 진하게 쓰여 있는 '해창'이라는 막걸리를 상징하는 단어와, 차별점을 둔 도수, 태어난 년도, 막걸리의 특징 등을 설명하는 파란색 글자들은 글자체까지 차이를 두어 한눈에 인식하기 쉽게 만들었다. 또한 뒤에 그려진 배경 그림들도 상당히 정감이 간다.
'해창막걸리 9도'는 1927년부터 시작된 '해창주조장'에서 해남쌀과 깨끗한 지하수, 직접 빚은 누룩으로 만들어진 술로서, 일체의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고 찹쌀과 멥쌀을 적절한 비율로 사용하여 만들어졌다.
'해창주조장'만의 비율에서 탄생한 담백한 맛과 입 안 가득 퍼지는 상큼한 맛은 특별한 매력을 선사하고, 원재료의 곡물이 가진 은은한 맛은 혀를 찐득하게 휘감는 일품이라고 한다.
이 노란 뚜껑을 가진 막걸리의 용량은 900ml, 도수는 9도, 가격은 12000원이다. 막걸리 한 병의 가격으로 생각하였을 때에는 꽤나 비싼 값이지만, 놀랍게도 해창 막걸리 시리즈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이다.
참고로 해창 막걸리 시리즈는 도수에 따라 9도, 12도, 15도, 18도가 존재한다. 각각의 가격을 살펴보면, 12도는 18000원, 15도는 74900원, 18도는 150000원 정도의 가격에 측정되어 있다. 특히나 18도는 막걸리계의 에르메스라고 불리며, 때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고. 막걸리 한 병에 150,000원 이라니, 내 지갑사정이 좀 나아진다면 반드시 음주한 후에 여러분들에게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잔에 따른 술은 한눈에 보기에도 굉장히 곱다. 약간 진한 우유를 잔에 따라 놓은 듯 한 색깔을 선보이며, 전체적으로 눅진한 질감을 가지고 있다.
잔을 몇 번 흔든 뒤 코를 가져다 대니 달콤 상큼한 향이 올라온다. 포도와 참외의 중간쯤에 위치한 과실의 향이 느껴지고, 그 후에 밀, 쌀 등의 곡식의 향과 까끌하면서도 산뜻한 느낌이 다가온다. 향은 강하게 올라오기보다는 코 끝에서 은은히 맴도는 편이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약간의 단 맛과 산미를 간직한 막걸리가 혀를 감싸준다. 요거트 같으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으며, 묵직한 쌀의 풍미가 감칠맛과 함께 입 안을 가득 채워준다.
술 자체가 곱기에 때문에 혀에서부터 목구멍까지의 과정이 상당히 빠르게 이루어진다. 목 넘김 후에는 산미와 포도껍질의 향, 거기에 미세한 입자감과 씁쓸함을 남기고 사라지는데, 이때 다른 맛보다 산미가 혀에서 오래 남아 다음 잔을 부르게끔 유혹한다.
적당히 걸쭉한 질감과 혀를 휘감는 부드러움, 약간의 단 맛과 쌀의 풍미까지 전체적으로 각각의 맛들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으나, 산미는 확실히 튀어나와있다. 막걸리 중에서 산미가 중심인 술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쉽사리 권하긴 어려울 듯하다.
적당한 무게에 감칠맛과 함께 혀를 사로잡는 쌀이 매력적인 술이다. 개인적으로 산미가 중점이 되는 막걸리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해창막걸리 9도'의 경우 고급스러운 곡식의 멋과 산미의 마침표가 잘 어우러지기에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특히나 계속해서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상큼함은 두드러짐에도 지나치지 않아 확실히 술을 좀 더 매혹적으로 만들고 있었다.
가격을 보면 예상 가능하고,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당연히 최근 논란이 되는 아스파탐이나 사카린 등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물과 곡식 등 순수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료 만들어져 있으며, 서로 대응하는 찹쌀과 멥쌀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 사용함으로써 기분 좋은 감칠맛을 연출하는 데 성공하였다.
12000원이라는 가격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그러나 음주해 본 결과 한 번쯤은 마셔볼 만한 술이라고 생각된다. 자주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술이고, 9도가 가진 매력을 느끼니 12도, 15도, 18도 역시 궁금해진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로는 '수육, 보쌈, 두부김치' 등을 추천하고 싶다. 막걸리의 맛이 주장이 강하기 때문에 비교적 담백한 맛의 막걸리 안주와 음주한다면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해창막걸리 9도'. 산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하고픈 막걸리이다. 생각보다 다양한 맛들을 한 막걸리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좋았고, 돈이 그렇게 아깝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았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이 시리즈 중 가장 저렴한 12000원 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일지도 모른다.
보통의 막걸리를 보면 멥쌀이나 찹쌀을 섞어서 만드는 경우가 거의 없기에 이러한 점 역시 특별하게 다가왔다. 침샘을 고이게 하는 산미와 혀를 잡는 감칠맛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땅끝마을에서 태어난 '해창막걸리 9도'의 주간 평가는 3.8 / 5.0이다. 다음이 기대되는 음주였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