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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탐정 김바다 Sep 04. 2024

도시 속의 자연 관찰자

4. 백일홍꽃 속 왕관

백일홍은 어릴 때부터 흔하게 봐 오던 꽃이다. 여름이 시작되면 화단이나 울타리 밑에 피던 꽃이니까. 그런데 내 돋보기 눈을 갖다 댄 건 양재천변에 핀 백일홍 꽃들이다. 키가 크고, 꽃도 유난히 크고, 꽃의 색깔도 흰색, 노란색, 빨간색, 분홍색, 연초록색으로 아주 다양했다.     


꽃이 지고 난 뒤에 꽃씨를 따서 보관했다. 다음 해에 옥상 화단(건물 지을 때 흙으로 만든 화단)에 심으려고. 혹시 올해의 꽃보다 예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해 봄에 간직해 둔 백일홍 꽃씨를 옥상 화단에 심었다. 겨울잠을 잘 자서인지 새싹들이 빠짐없이 나온 것 같았다. 너무 촘촘한 곳은 솎아주고 키웠는데 잘 자랐다. 


여름이 오기도 전에 꽃봉오리가 맺히고 꽃을 피웠다. 꽃송이도 탐스럽고 꽃 색깔도 다양하게 피어서 나를 실망시켜지 않았다. 

“성공이다! 날마다 백일홍꽃을 볼 수 있다!”


아침마다 옥상에 올라가서 꽃을 살피고 관찰하는데 정말 행복했다.  

백일 동안 꽃들이 폈다 지고 또 핀다고 지어진 이름 백일홍! 색깔이 다른 꽃들을 찾아보며 사진 찍는 재미에 홀딱 반했다. 나무 백일홍꽃과 차별을 두기 위해 백일초라고도 부른다는데 백일홍이 훨씬 어감이 좋다. 

     

백일홍꽃에서 특히 내 돋보기 눈을 반짝 뜨게 한 건 왕관 모양이다. 꽃 안에 작은 꽃들이 모야 노랗게 왕관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꽃이 자라면서 꽃대가 자라 올라가고 왕관도 위로 올라가 높은 자리에 위치한다. 벌들은 노란 왕관을 이루는 작은 꽃 속에 들어가서 꿀을 빤다.      


노란 왕관의 정체가 궁금해서 검색에 검색을 해서 정체를 알아냈다. 노란 왕관을 이루는 작은 꽃이 진짜 꽃이고, 여러 색깔로 피는 꽃잎은 벌과 나비를 부르려고 펼쳐져 있는 가짜 꽃이었다. 어려운 말로 포엽이라고 하는데 꽃을 싸고 있는 잎이라는 뜻이다. 비록 가짜 꽃이지만 진짜 꽃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꽃이다.   

  

가짜 꽃인 포엽도 그렇지만 진짜 꽃인 노란 왕관의 정교한 구조에 감탄하곤 했다. 저 꽃의 설계는 누가 했을까? 다시금 자연의 식물, 꽃들의 치밀하고 아름다움에 내 존재가 미미함을 느낀다.  

내년에 백일홍 꽃씨를 구해서 옥상텃밭에 백일홍 꽃밭을 만들어야겠다.     

2023년 당현천 백일홍꽃

 백일홍은 귀신을 쫓고 행복을 부르는 꽃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무 백일홍을 마을 어귀에 심고, 백일홍을 집 안 울타리 밑에 심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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