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법과 현실 사이에서 서다

떠나보냈지만, 남은 건 씁쓸함이었다

by 투잘개

낙찰 받은 물건은 고양시 덕양구에 있었다.
빈 집이기를 바랐지만, 임장을 갔을 때 마주한 건 사람이 사는 집이었다.

그 순간부터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내가… 사람을 내보내야 한다니.”
두려움이 앞섰다.




법의 절차를 밟기 시작하다

처음엔 최대한 부드럽게 해결하고 싶었다.
임차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냈고, 연락이 왔다.
나름 협상이 잘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공매 특성상 인도명령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잔금을 치르는 날 명도소송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끊어진 연락, 무거워진 마음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임차인과의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
전화도, 문자도 답이 없었다.


법대로 한다면 임차인이 큰 손해를 본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끝까지 그렇게는 안 하려고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결국 신청해놓은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진행했다.




문 앞에서 멈춘 발걸음

법원 직원과 현장으로 향했다.
집행관의 노크에 문이 열렸다.

임차인과의 첫 대면.
…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문 밖에 있었다.
두려웠다.

집행관이 서류를 신발장에 붙이는 모습을 멀찍이서 보기만 했다.
그 자리에서 협상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렇게 첫 만남은, 마주 보지 못한 채 끝났다.




법 앞에서 달라지는 모습

이후 임차인에게 바로 전화가 왔다.
“2주 뒤에 이사갈게요.”
하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이미 법 앞에서 약해지는 사람들을 봐왔으니까.


나는 말했다.
“이미 강제집행 신청했습니다.
3주 뒤에 집행 예정이니, 그 전에 안 나가시면 손해배상까지 청구하겠습니다.”


사실 강제집행은 신청하지 않았다.
명도소송 결과가 나오려면 한참 남았으니까.
그저 압박이었다.




떠나보내고 남은 것

약속대로 2주 뒤, 임차인은 이사를 갔다.
분명 내 권리를 찾은 건데도 마음 한 켠이 무거웠다.


누군가를 내쫓았다는 감정,
그리고 ‘인간은 참… 법 앞에서만 약해지는구나’라는 씁쓸한 생각이 남았다.




다음 화에서 나는,
그 집의 문을 직접 두드리게 된다.
그 순간의 떨림과 두려움은, 또 다른 이야기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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