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상규 Sep 05. 2022

조리과는 셰프를 만드는 공장이 아닙니다.

조리과교사의 강의 후기


여러분의 전공은 무엇인가요? 그 전공과 지금 하는일의 상관관게는 몇 % 정도인가요? 느낌상~ 혹은, 그 전공과 여러분의 '삶' 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되나요. 이번에도 조리과 교사를 단기간 이지만 시간강사로 임하면서 느끼게된 것들, 알게된 것들, 깨닫게 된 것들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너희들 여기서 요리사 하고싶은 사람 몇명이나 있니?


저의 첫 질문입니다. 학생의 수준도 학생의 니즈도 학생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도 모른채로 수업을 해야한다는 것은 굉장히 곤혹스럽습니다. 학생들은 나에게 지식전달을 바란다고 겉으로 말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은 놀고싶은 여고생이었고, 급식이 맛있으면 만족스러운 학교생활이라고 하는 그저 학생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답이 있었음을 눈치채셨을까. 

이들은 조리과 학생이 아닙니다. '학생' 입니다.


이들은 조리과 학생이 아니다. '학생' 이다.


저는 조리과 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국내에 있는 조리과 고등학교 중 가장 먼저 생긴 곳이었습니다. 저는 굉장히 만족한 학교생활을 보냈습니다. 요리사라는 직업에 잘 맞는 기질을 타고났기 때문입니다. 빠르고, 정리정돈, 칼 같은 성격 그런것들 말이죠.

그러나 그 지난 10년의 시간 끝에 저는 조리교육자 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었습니다.

요리사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어른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지난 10년 동안은 이런 삶이 실패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삶이 '당연함' 을 알게 되었습니다.



군인인줄 알고 뛰어댕겼었지...

이제보니 고등학교는 군대식이고, 요리사라는 기술자를 길러내려고 정해진 결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곳을 졸업한 학생들 모두가 요리사가 되었을까요? 아닙니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 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 고등학교의 선생님들은 모든 학생들을 이미 요리사로 만들어낼 모든 준비를 끝내고 가르칩니다. (선생님들은 존경합니다.)


그러나 '조리과 학생' 이기 전에 '학생' 입니다.


다시돌아와 2022년 08월 저는 수업을 많이 고민했고, 설계했습니다.

사브레는 아니지만 다른 시간에 만든 '된장크림브륄레'


5시간의 제과 수업동안 저는 사브레 하나만 만들었습니다. 기존 조리과는 5시간이라면 3가지 품목정도는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양성을 제시했습니다. 3시간은 사브레만 만들며 공정들을 알려주고, 1시간은 그 사브레를 주고 싶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며, 1시간은 그 사람에게 사브레와 함께 전달할 수 있는 케릭터를 그림그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시간 - 사브레 , 1시간 - 주고싶은 사람 , 1시간 - 케릭터그리기

학생들은 그림을 그릴 때 생기가 돌았습니다.

그리고 사브레를 만들 때 눈에 띄지 않던 학생들이 이야기를 하고, 그림을 그리며 눈에 띄는 것을 보게 됩니다. 반대로 사브레를 잘 만들던 학생들은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갖으며, 서로의 장점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수업의 결과는?

두구

두구

두구

두구

두구

두구


모릅니다.


수업의 결과는 10년 뒤에 발현되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당장 아이들의 만족도가 아이들의 삶을 바꿨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즐겁게 웃고 떠드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재능' 이라고 알려줄 수 있는 교사의 확신이 쌓인다면 분명 수업은 '기술의 질' 이 아닌 '수업의 질' 로써 학생들의 삶을 바꿀 수 있을것입니다.



꿈이 없으면 안되지만 직업적 꿈은 없어도 됩니다.

인문계 친구들 중에 꿈 있는 친구가 극히 드물고, 그 꿈 조차도 억지로 만들어진 꿈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왜 조리과학생들은 요리사가 꿈이어야 할까요. 학생들에겐 우선 어떤 삶을 살고싶은지에 대한 꿈이 먼저 있으면 됩니다. 그걸 명확하게 그려나가는 과정들이 매일매일 이루어지면 충분합니다. 명확하게 그려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 옆에서 계속 도와주는 것이 필요할 뿐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